김하늘과 이상윤이 없었다면 KBS 2TV ‘공항가는 길’은 어땠을까. 아마 넘쳐흐르는 감정 때문에 보는 사람들이 눈살을 찌푸릴 수 밖에 없었거나, 부족한 표현력으로 보는 이들의 마음을 흔들진 못했을 거다. 김하늘과 이상윤은 타고난 연기력으로 ‘공항가는 길’을 한 폭의 수채화처럼 만들었다.
김하늘은 남편 박진석(신성록 분)의 주장으로 딸 효은(김환희 분)를 타지로 보낸 뒤 우연히 만나게 된 남자 서도우(이상윤 분)에게 흔들리는 여자 최수아 역을 맡았다. 스튜어디스로 일하며 남편의 말도 잘 듣던 조화로운 인물이었다. 그러나 남편과는 다르게 따뜻한 눈빛, 선한 설렘으로 다가오는 서도우의 등장에 혼란스러워하며 결국 그와의 관계를 끊어내지 못했다.
결혼 후 ‘공항가는 길’로 복귀한 김하늘은 다정한 엄마, 약하면서도 강인한 여자인 최수아의 모습을 자유롭게 표현했다. 특히 김하늘의 눈빛 연기는 가히 압권이다. 이상윤을 바라보는 김하늘의 눈빛은 그 누구의 눈빛 연기보다 애절했다. 그의 섬세한 표현력은 최수아라는 캐릭터를 살아움직이게 만들었다.
이상윤은 아내 김혜원(장희진 분)와 전 남편의 딸인 애니(박서연 분)를 지극정성으로 아끼는 아빠 서도우 역을 맡았다. 타지에서 딸 애니가 불의의 사고로 세상을 떠난 이후 마치 애니가 최수아와 자신을 이어준 것만 같아 자신의 감정을 추스르지 못한다. 스킨십 없이 관계를 이어나가고자 했지만 죽은 딸이 이어준 것만 같은 인연에 결국 최수아와의 위험한 길을 선택했다.
이상윤은 거짓으로 가득찬 아내에게 분노하는 남편과 새로운 인연으로 다가온 여인에게 흔들리는 남자의 이중적인 모습을 탁월한 완급조절 능력으로 버무려냈다. 조금은 성급해 보일 수도 있는 캐릭터를 이상윤이 ‘그리움’이란 색채로 그려내며 시청자들의 몰입을 도왔다.
김하늘과 이상윤은 자칫 불륜으로 치부될 엇갈린 만남, 잔인한 만남, 그리고 뒤늦게 찾아온 새로운 인연에 대한 얘기를 조금은 다르게 전달해냈다. 흔들리는 눈빛, 슬픔, 불안함, 대사 없이 처리해야하는 감정들을 눈빛만으로 시청자들에게 전달해내며 마치 수채화를 그리는 듯한 연기력을 뽐냈다.
두 사람이 있었기에 ‘공항가는 길’이 소재 논란에서 조금은 자유로울 수 있지 않았을까. 방송 전부터 꾸준히 불륜이라는 소재를 아름답게 미화하려 했다는 논란에 휩싸였던 ‘공항가는 길’은 김하늘과 이상윤의 연기로 불륜 논란을 일단락 시킬 수 있었다. 두 사람의
서도우는 김혜원과 이혼했지만 최수아는 여전히 남편 박진석과 함께다. 서도우와 최수아가 어떤 결정을 내릴지는 몰라도 ‘김하늘과 이상윤’의 연기는 마치 한 폭의 수채화를 보는 것처럼 아름다웠다는 건 확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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