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N스타 손진아 기자]
↑ 사진=구르미그린달빛 |
◇ 사건일지
KBS2 월화드라마 ‘구르미 그린 달빛’은 역사가 기록하지 못한 조선 시대 청춘들의 성장 스토리를 다룰 예측불가 궁중 로맨스로, 김성윤 PD와 백상훈 PD가 공동 연출을 맡은 작품이다.
홍라온(김유정 분)과 이영(박보검 분)이 우연히 구덩이에 빠지게 되면서 위기를 맞은 가운데, 홍라온은 이영의 도움으로 먼저 탈출에 성공했다. 이어 이영은 홍라온을 향해 손을 뻗었다. 그러나 홍라온은 이영의 손을 잡아주지 않았다.
이를 보던 이영이 “내가 누군지 알고 이러느냐. 감당할 수 있겠느냐”라고 화를 냈지만, 홍라온은 “네. 시키는 건 뭐든 하리다”라고 약 올리며 도망쳤다. 이때 자신을 버리고 홀로 도망가 버린 홍라온을 상대로 이영은 어떤 고소를 할 수 있을까?
◇ ‘솔로몬’ 김도경 변호사의 선택은?
형법 제271조 제1항은 ‘노유, 질병 기타 사정으로 인하여 부조를 요하는 자를 보호할 법률상 또는 계약상 의무있는 자가 유기한 때에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사안에서 홍라온이 이영의 구조요청에도 불구하고 구덩이에 홀로 두고 도망간 행위자체는 유기행위라고 볼 수 있다. 그러나, ‘법률상 또는 계약상’ 보호의무 있는자 만이 유기죄의 주체가 될 수 있으므로 이 경우 형법상 유기죄로는 처벌받지 않을 것이다.
대법원도 우연히 함께 동행하던 자가 구호가 요구되는 자임에도 불구하고 이를 방치하고 혼자 가는 바람에 요부조자를 사망에 이르게 하였다는 이유로 유기치사죄로 기소된 사건[대법원 1977. 1. 11. 선고 76도3419 판결의 사실관계 : 甲이 우연히 乙과 함께 길을 가던 중 술에 취하였던 탓으로 도로 위에서 실족하여 2미터아래 개울로 미끄러 떨어져 약 5시간 가량 잠을 자다가 술과 잠에서 깨어난 甲과 乙이 도로위로 올라가려 하였으나 야간이므로 도로로 올라가는 길을 발견치 못하여 개울아래위로 헤매던 중 乙은 후두부 타박상을 입어서 정상적으로 움직이기가 어렵게 되었고 甲은 도로로 나오는 길을 발견 혼자 도로위로 올라왔다. 그러나 甲당은 당시는 영하 15도의 추운 날씨이고 40미터 떨어진 곳에 민가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인접한 민가에 가서 乙의 구조를 요청하던가 또는 스스로 乙을 데리고 올라와서 병원으로 데려가 의사로 하여금 치료케 하는 등 긴급히 구호조치를 취하지 아니하고 乙을 방치하고 혼자서 집으로 돌아오는 바람에 乙은 4~5시간 후에 심장마비로 사망하였다]
에서 ‘현행 형법은 유기죄에 있어서 구법과는 달리 보호법익의 범위를 넓힌 반면에 보호책임없는 자의 유기죄는 없애고 법률상 또는 계약상의 의무있는 자만을 유기죄의 주체로 규정하고 있으니 명문상 사회상규상의 보호책임을 관념할 수 없다’고 판시하며, ‘피고인과 피해자가 특정지점에서 특정지점까지 가기 위하여 길을 같이 걸어간 관계가 있다는 사실만으로서는 피고인에게 설혹 동행자가 구조를 요하게 되었다 하여도 보호할 법률상 계약상의 의무가 있다
결국 사안에서 홍라온의 행위는 도의적으로 비난받을 여지가 있으나 형사상 처벌받을 행위에는 해당하지 않는다. 따라서, 이영이 홍라온을 상대로 위 죄로 형사고소를 하더라도 홍라온이 처벌받을 가능성은 낮다고 할 것이다.
손진아 기자 jinaaa@mkcultur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