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상’이 누군가를 판단하고 평가하는 데 미치는 영향은 꽤 크다. 모두에게 해당되는 일이겠으나 불특정 다수 대중과 외적으로 비춰지는 모습을 매개로 만나는 연예인, 그 중에서도 배우들의 경우 특히 그렇다.
대체로 이들은 데뷔 초 그 자신의 외모와 어울리는 극중 인물로 대중 앞에 선보여지기에, 그 이미지가 강렬하면 강렬할수록 이미지는 굳어지고, 그 이미지가 때로는 선입견으로 작용하기도 한다.
오연서 역시 이미지의 벽에 꽤 오랫동안 갇혀 있던 배우다. 예쁘지만 다소 세 보이는 인상 탓에, 도도하고 강한 이미지로 각인된 세월이 어언 10년도 넘었다.
하지만 오연서는 묵묵히 그리고 끊임없이 변주해왔다. 특히 최근작 ‘왔다 장보리’, ‘빛나거나 미치거나’, ‘돌아와요 아저씨’에서 보여준 호연은 수년간 오연서를 따라다니던 ‘차도녀’ 수식어를 날려버리기에 충분했다.
그 스스로 일궈낸 성과라는 점에서 더없이 의미 있는 변화. 덕분에 이젠 대중도 ‘팔짱을 풀고’ 그의 변주를 즐기기 시작했다.
영화 ‘국가대표2’의 문제아(?) 박채경 또한 이러한 변주의 일부다. 극중 채경은, 매사 잔뜩 성난 모습이라는 점에서 그간 오연서가 맡아 온 인물의 유형과 다소 거리가 있다. 하지만 “시뱅“을 입에 달고 사는 채경의 언행은, 흡사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가시를 바짝 세우고 있는 고슴도치 같아 애처로움마저 든다.
“채경은 보이시하고 멋이 있는 친구잖아요. 앞에선 강해보이지만 알고보면 마음도 여리고, 아픈 손가락 같은 캐릭터죠. 지금까지 제가 주로 만났던 캐릭터들은 힘든 상황이 있더라도 밝고 건강한 느낌이었는데 채경은 모난 캐릭터였어요. 가정사도 안 좋고, 가난하고 힘들게 운동하는 친구니까. 그런 부분은 연기하면서도 짠했어요.”
“저에 대한 평가는, 띨띨하다?(웃음) 허당 같은 느낌이 있는 것 같아요. 주위 사람들이 그렇게 얘기해요. 야무져보이는데 야무지지 않고, 털털하다고요. 제가 판단하기엔 재미있는 거 좋아하고. 심각한 거 안 좋아하고. 누군가와 부딪치는 건 완전 싫어하는 편이에요. 그런데 얼굴이 세게 생겨서, 실제 제 성격을 모르는 사람들은 성격 있을 것 같다며 저와의 분쟁을 잘 안 일으키려 하는 것 같아요. 그런 건 좋네요(웃음).”
1등에 목마른 채경처럼, 그 스스로도 승부욕이 있는 편이냐 묻자 “어렸을 땐 승부욕이 있는 편이었는데 지금은 전혀 없다. 이기는 데 대한 열망은 특별히 없다”고 답했다. 대신 ‘성취’에서 짜릿함을 느낀다고.
“저에겐 개인적인 성취감이 주는 짜릿함이 커요. 작품이 잘 돼서 유명해지거나 혹은 시청률이 많이 나오고 흥행이 되는 것보다도 내가 도전한 캐릭터에 대해 많은 분들이 감명받으셨다 할 때 짜릿함을 느끼죠.”
그러면서 오연서는 “소소하게는 미드나 만화를 좋아하는데, 그런 걸 정복했을 때의 짜릿함이라던가, 인터넷 서핑을 하다 새로운 사실을 알아냈을 때의 짜릿함이 있다. 그런 데서 기쁨을 얻는 편”이라며 깔깔 웃었다.
2002년 그룹 luv로 데뷔, 이후 연기자로 길을 선회한 오연서는 적지 않은 무명 세월을 거쳐 지금의, 한 작품을 책임지는 주연배우로 성장했다. 스스로 지금 자신의 위치에 대해선 어떻게 평하고 있을까.
“음... 배우 오연서는 아직까지 사회 초년생인 거 같은 느낌이에요. 아직도 새로운 게 많고 실수하고 긴장하는 것 같아요. 익숙한 것 같은데도 새롭고, 뭔가 잘 하고 있는 것 같은데도 불안한? 그런 것 같아요. 인간 오햇님(오연서 본명)은 이제 서른이 됐고, 나름 잘 살아가고 있는 것 같아요. 정도를 지키며, 적당히 바쁘고 적당히 게으르고, 적당히 재미있게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두려움은 여전하다는 오연서. “모든 댓글, 반응을 다 본다”는 그에게 악플 또한 결과적으로는 몸에 좋고 쓴 약이 됐지만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살기엔 마음 속 깊숙한 곳엔 상처의 흔적으로 남아있는 듯 하다.
“저는 겁이 많은 편이라, 늘 작품 하기 전에 엄청난 스트레스 받는 편이에요. 분명 제가 해낸 씬도 현장에서 감독님, 작가님, 상대 배우의 도움을 받으며 성장해가는 과정이라고 생각해요. 그 중에 저에게 맞는 옷(캐릭터 내지는 작품)이 있어서 그 옷을 입었을 땐 성장한 것처럼 보이는 거고, 혹은 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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