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N스타 최윤나 기자] ‘연기본좌’, 언젠가부터 김명민에게는 이런 수식어가 붙었다. 연기력으로는 다른 이들의 의심을 불허하는 그에게 딱 어울리는 말이지만, 김명민은 이런 수식어를 붙이는 것에 대해 자신의 난감한 입장을 직접 설명했다.
“요새는 그래요. 남들이 그렇다고 하니까 연기본좌로 부르는 거 같고, 제 타이틀은 지운지 오래에요. 징그럽게 따라다녀서 부담스럽다고 애원을 해도, 그냥 붙이기 좋으니까요. 그래서 붙이는 것 같은데 제 입장에서는 괴로워요. 그냥 김명민이면 되니까요. 진짜 연기를 잘 하는 사람들한테는 그런 말을 안 붙이잖아요. 그냥 이름 석자로 값어치가 입증되는 배우가 멋있는 배우가 아닐까요.”
지금까지 김명민이 연기를 통해 선보인 직업군도 다양했다. 하지만 그런 직업군도 김명민 만의 느낌으로 새롭게 태어났다. 의사라는 직업도 김명민이 연기한 의사는 달랐고, 외주제작사 대표라는 생소한 직업도 김명민은 명쾌하게 풀어냈다. 그런 그가 역할을 선택하는 기준은 무엇이었을까.
↑ 사진=영화 스틸 |
“지금까지 했던 역할들을 전체적으로 보면, 리더십을 필요로 하고 야망에 차있고 그랬죠. 그리고 제 안에 기준은 있었어요. 그 당시에도 코믹한 장르나 그런 쪽은 제가 나이가 든 후에 하겠다는 생각은 했어요. 연륜에서 오는 코믹 소화력은 그 당시의 제가 할 수 있는 영역은 아이었거든요. 고수들이 할 수 있는 부분인데, 그 호흡을 중요시 여겨서 그걸 따라갈 수가 없었죠. 어느 정도 연마를 하고 해야겠다는 생각은 있었어요. 그리고 그 당시에는 지금보단, 제작되는 드라마들이 확실히 장인정신을 가지고 하는 감독님들이고 책임감을 가지고 만드는 방송사들이 있었거든요. 지금은 그때보단 좀 더 가벼운 트렌디한 물들로 승부를 보려는 것 같아요.”
뚝심 있는 발언을 이어간 김명민은 영화 홍보를 위한 예능프로그램 출연은 하지 않겠다고 선언해 화제를 모았었다. 또한 그는 뭔가 목적을 가지고 자리에 서는 것 자체를 좋아하지 않는 듯 보였다.
“저는 행사장이나 (VIP)시사회 포토존에는 잘 서지 않는 배우에요. 초대를 받아서 가도 뒷골목으로 들어가죠. 정말 그 사람을 축하해주려 가고 해야 하는데, 어느 순간부터 거창해지면서 홍보용으로만 되더라고요. 예전엔 그런 거 없었는데 말이에요. 순수한 마음으로 가는데, 치장을 해서 가야하는 게 좀 격식이고 너무 불필요한 것들이 아닌가 싶어요. 저 말고도 그런 배우들이 많을 것 같은데요(웃음)”
↑ 사진=영화 스틸 |
김명민의 다양한 모습을 작품을 통해 만났지만, 그가 이번 영화를 통해 살짝 맛보기처럼 선보였던 액션에 자신감을 드러내 앞으로 작품 속의 변신을 기대하게 만들었다. 특히나 이번 작품보다 더 비중 많은 액션 연기에 대한 기대감도 높였다.
“‘내 사랑 내 곁에’를 찍으면서 들어온 시나리오가 있었어요. 아저씨와 어린아이의 이야기인데요(웃음), 그땐 몸이 힘들어서 못 했어요. 그리고 그 이후에 들어온 액션도 ‘액션을 위한 액션이냐’ ‘드라마에 꼭 필요한 액션이냐’에서 그 후자라면 출연을 했었죠. 액션만을 위한 액션은 할 필요가 없어요. 더 몸 좋은 분들이 액션을 할 수 있으니까요. 나이도 생각을 해야죠(웃음).”
그가 ‘내 사랑 내 곁에’ 이야기를 했으니 말이지만, 김명민의 로맨스 연기를 한동안 보기 힘들었다. 주로 개성 있는 캐릭터를 독보적으로 소화했지만, 한편에서는 중년 김명민의 로맨스를 다시 보고 싶다는 이야기도 들려왔다.
“아쉬움은 저와 함께하는 현장 스태프들이 아쉬울 것 같아요. 제가 남자하고 잘 맞는 것 같기도 하고, 남녀의 호흡이 돋보일 수 있는 시나리오들이 드물다고 생각해요. 현재 제작되고 있는 영화 자체가 남남이 주가 되는 그런 영화들이고요. 로맨틱 코미디나 그런 거 있으면 저한테 얘기 좀 해주세요(웃음). 전 너무 가벼운 그런 거 보단, 조금의 메시지가 있는 걸 하고 싶어요. 그리고 대놓고 비비는 거보단 은근한 그런, 그런 게 사람을 더 미치게 만들잖아요(웃음).”
최윤나 기자 refuge_cosmo@mkculture.com / 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mbnstar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