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N스타 손진아 기자] 조정래 감독은 영화 ‘귀향’을 제작한 과정을 회상하며 “구걸의 연속이었죠”라고 말했다. 적극적으로 영화 만들기에 동참해준 이도 있었지만, 믿었던 사람의 이면으로 보고 충격을 받은 적도 많았다. 그만큼 민감한 부분도 많았고, 좌절과 희망 사이에서 줄타기를 이어왔다.
개봉 전부터 뜨거운 관심을 받은 ‘귀향’은 시민들의 자발적인 관심과 참여로 기적의 기적을 낳아냈고, 미국 전역과 캐나다 일대 개봉을 넘어 호주와 뉴질랜드에서도 확대 개봉한다.
- 수위 조절 부분에 있어서 어려움이 있었겠다.
“제1관객은 할머니들이었다. 할머니들에게 이 영화를 보여준다는 것 자체가 할머니들에겐 고통이다. 할머니들도 볼 수 있어야하고 관객도 볼 수 있는 영화여야 했다. (할머니들이) 겪은 고통이 전달돼야 하고 이걸 반대하는 사람들, 끝까지 부정하는 사람들에게도 반성의 계기가 될 수 있어야 했다. 영화로서 영화적인 면도 있지만 어쩔 수 없이 인권의 문제임에도 불구하고 정치적인 문제를 드러내지 않냐. 정치적인 문제가아니라고 역설해도 신경 쓰이지 않을 수가 없다. 그런 부분들에 대한 것들, 그 안에서 수위에 대한 문제가 영화의 전체적인 부분이었다. 가장 힘든 부분이기도 했다.”
- 투자 부분에 있어서도 벽이 많이 않았나.
“투자 자체가 안됐다는 게 그것에 반증이 아니겠나. 다른 게 문전박대인가 싶다. 어떤 사람은 나에게 내가 100만원 어치 술을 사줄 수 있어도 1만원 어치 이 영화에 후원은 할 수 없다는 이야기를 했다. 도대체 왜냐고 물어봤다. 술값을 줬다고 생각하고 나에게 주면 안되냐고 했더니 그건 안된다고 했다. 이 영화의 동의할 수가 없다고 하더라.”
- 지인에게 그런 말을 들으면 더 충격일 것 같다.
“어차피 전쟁이 나면 여성과 아이들은 다 당하게 돼 있다고 했다. 소름이 끼쳤다. 그러면서 하는 말이 그래서 전쟁이 나쁜 거라고 하더라. 그렇게 생각하는 사람들이 너무 많다. 그런 사람이 있냐고 경악하지만 지금도 사회 곳곳에서 나온다. 증언집을 5페이지만 읽어도 위안부가 일본군의 동지적 관계였다는 소리를 할 수가 없다. 강간하는 사람을 동지라고 할 수가 있겠나.”
- 생각보다 싸워나가야 할 부분이 더 많았다.
“우리 영화 준비하는 사람들은 구걸의 연속이었다. 누구는 돈을 구걸하고 누구는 도와달라고 구걸했다. 그게 마음이 없으면 못하지 않냐. 한 명 한 명씩 다 그렇게 돼서 점점 불어나게 됐고, 우리 영화에서 그러지 않은 사람들이 단 한 명도 없었다. 우리 영화가 얼마나 제작 투자도 되지 않았지, 배급사도 없었지, 지금도 나는 기쁘지 않다. 그 기간 동안 있었던 습관이 남아 있다. 지금도 증거를 대라는 그런 메시지들이 온다. 그러면 증언집 읽어봤냐고 맞받아친다. 계속해서 싸워나가야 할 부분인 것 같다.”
↑ 사진=귀향 스틸 |
- 그럼에도 지금까지 달려올 수 있었던 원동력은 무엇일까.
“할머니들과의 약속이다. 할머니들께서 만들라고 명령을 했으면 안했을 거다. 할머니들께서 북치는 놈이 와서 영화 만든다고 하니 그래 네가 도와줘 라고 하셨다. 물론 그 말씀 하셨던 분들이 거의 다 돌아가셨지만 그런 말씀하고 같이 웃고 노래 불렀던 할머니들, 다 장례식 치르고 동상이 되고 했다. 정신적으로 힘들면 저 혼자 나눔의 집을 간다. 동상 앞에 한참 앉아서 중얼중얼 대다가 온다. 그런 힘이다.”
손진아 기자 jinaaa@mkculture.com / 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mbnstar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