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후앓이' 차라리 군대를 한 번 더 가지 말입니다.
큰일이다.
수, 목요일 밤만 되면 손가락이 오그라들어 주먹을 펼 수 없다. 물 한잔 마시기 어렵다. KBS 2TV 수목 미니시리즈 ’태양의 후예’ 때문이다.
안 보면 그만이라지만, 솔로 생활을 벗어나 가정을 이룬 대한민국 평범한 남성들에겐 채널 선택권이 없다. 말 안 해도 알 것이다. 그렇게 오늘도 채널 고정이다.
대한민국 여심과 대륙의 여심, 나아가 전 세계로 퍼지고 있는 ’태양의 후예’ 신드롬.
현재 중국 인터넷 검색 1위는 단연 ’태양의 후예’라고 한다. 팬카페 가입자만 30만 명, 게시물도 120만 건이 넘는다. 중국 내 드라마 동영상 누적 조회 수는 11억 건을 넘어섰다. 또한 130억 원을 들여 벌써 천만 관객 영화 두 편에 맞먹는 수익을 안겨주는 경제적 파급 효과까지 거두고 있다..........고 KBS1 ‘9시 뉴스’는 드라마 시작 전 문화면 특집으로 다뤘다.
그래서 한 날은 집중해서 시청했다.
23일 9회에서 유시진 대위(송중기 분)와 강모연(송혜교 분)은 트럭키스와 뽀뽀 등 틈만 나면 애정행각을 벌여 우리 형제들의 주먹을 쥐게 했다. 서대영 상사(진구 분)와 윤명주 중위(김지원 분)는 윤중장(강신일 분)에게 오글거리는 대사로 교제와 결혼 승낙을 얻어낸다.
다 버리더라도 "이 손 하나 잡겠습니다"라니. 이 대사를 어쩐다 말인가.
이렇듯 매회 오글거리는 대사와 함께 비현실적 비주얼, ’송송커플’과 ’구원커플’도 흥행의 구심이다.
우르크라는 가상의 국가에서 한국군과 의료진의 위상은 하늘을 찌른다. 명예와 사랑 사이, 비현실의 판타지가 여심을 사로잡으며 끝모를 시청률 고공행진으로 이끈다.
이제 사전 제작된 이 수목 미니시리즈가 연장없이 마치길 기대하며 당분간 가정의 평화를 위해 오그라든 주먹을 쥘 수밖에 없겠다.
그나저나 군복이 이렇게 섹시할지 누가 알았단 말인가.
군 복무 시절 이런 유머가 있었다.
“그거 알아? 군인이 결혼하고 싶은 신랑감 2위래”
“오~ 그래? 그럼 1위는?”
“민간인”(아, 죄송. ‘아재개그’스럽다...)
그래도 이런 분위기라면 오글거리는 손, 주먹 꽉 쥐고 군대나 한 번 더 다녀오지 말입니다.
<<사진=스타투데이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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