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N스타 유지혜 기자] ‘미친 존재감’ 정형돈이 ‘잠정 휴업’을 선언한지 어언 넉 달째. 하지만 아직 많은 팬들이 그를 기다리고 있다.
지난해 11월 정형돈은 모든 프로그램에서 ‘잠정하차’했다. 점점 심해지던 불안장애의 치료에 전념하겠다는 것. 그의 하차는 충격이었다. 시청자들은 하루아침에 모든 걸 접었던 그를 보며 ‘이렇게나 심했는데 그동안 버텼던 거구나’라며 걱정을 감추지 못했고, 방송관계자들은 그 하나 없을 뿐인데 다섯 개 정도의 프로그램이 존폐 위기를 겪는 모습을 보며 정형돈의 ‘파워’를 실감했다.
자신의 건강보다 시청자들의 웃음을 먼저 생각했던 정형돈. 아직도 ‘무한도전’ ‘주간아이돌’ 등에서 활약했던 정형돈의 모습을 그리워하는 시청자들이 많다. 정형돈이 완쾌돼 시청자들 앞에 ‘짠’하고 나타날 그 날을 기다리며, 정형돈의 개그 인생을 짚어봤다.
↑ 사진=FNC엔터테인먼트 |
◇ ‘웨이러~미닛’이 생각난다면 당신은 ‘도니 세대’
정형돈은 2002년 제17회 KBS ‘신인 개그맨 선발대회’에서 동상으로 입상, KBS 17기 공채 개그맨으로 데뷔했다. 그는 고등학교 졸업 이후 대기업에 입사해 2001년까지 6년간 재직했지만, 개그맨이 되기 위해 회사를 그만두고 갈갈이 패밀리 극단에서 기초를 다졌다.
퇴사 후 반 년 만에 개그맨 시험에 붙은 정형돈은 KBS2 ‘개그콘서트’ ‘폭소클럽’ 등에서 활동하게 된다. 그는 ‘도레미트리오’ ‘봉숭아학당’ ‘전위예술’ ‘보디가드’ ‘유치개그’ 등 다양한 코너에서 활약했다. 이 과정에서 ‘웨이러~미닛’ ‘아하, 그렇구나’ 등의 유행어를 낳았다.
그는 ‘개그콘서트’에서 많은 코너에 출연하며 핵심 멤버로 발돋움했다. 이런 활약 덕분에 정형돈은 2003년 KBS 연예대상 코미디 부문 신인상, KBS 연예대상 최우수 코너상을 수상했다. 한창 KBS에서 공개코미디형 무대에 주로 올랐던 정형돈은 2005년 MBC ‘무리한 도전’(‘무한도전’의 전신)을 통해 거점을 MBC로 옮기게 된다.
↑ 사진=개그콘서트 |
◇웃기는 것 빼고 다 잘하는 개그맨
정형돈은 2005년 ‘무한도전’을 시작으로 ‘상상원정대’ ‘위대한 유산 74434’ ‘동안클럽’ 등 버라이어티 프로그램에 출연하며 예능인으로서의 영역을 넓혔다. ‘무한도전’에서 노홍철, 유재석과 함께 원년멤버로 지금까지 활동해왔는데, 초반에는 ‘웃기는 것 빼고 다 잘한다’는 말을 들을 정도로 활약이 드물었다.
하지만 못 웃기는 척(?)하는 것과 모든 상황, 멤버들과 어색해하는 모습은 정형돈의 콘셉트로 만들어졌다. ‘무한도전’ 초기 시절, 제대로 된 캐릭터를 잡지 못해 부유하다 하나의 콘셉트가 잡히자 정형돈의 활약도 빛을 발했다. 늘 가려져 있다가 참다못해 폭발하는 ‘진상’ 캐릭터도 정형돈의 무기가 됐다.
정형돈은 2010년 ‘미친 존재감 개화동 오렌지족’의 줄임말인 ‘미존개오’로 불리면서 전성기를 맞게 됐다. 지드래곤의 패션을 지적하고, 은갈치 정장에 선글라스로 대변되는 자신만의 스타일을 고수하는 등 자신감으로 점철된 ‘진상 개그’가 특기다. 흐름을 잘 파악하고 짚어주는 능력은 유재석이 인정할 정도로 탁월하다고.
↑ 사진=MBN스타 DB |
이런 활약 덕분에 그는 2005년 MBC 방송연예대상 코미디/시트콤 부문 우수상, 2006년 MBC 방송연예대상 최고의 프로그램상 (무한도전 팀과 공동 수상), MBC 방송연예대상 쇼버라이어티 부문 우수상, 2010년 제4회 케이블TV 방송대상 올해의 TV 스타상, 2013년 MBC 방송연예대상 남자 최우수상 등을 수상하기도 했다.
◇ 누구와 함께 해도 대박 나는 ‘케미 요정’
정형돈은 누구와 함께 해도 케미가 사는 ‘케미 요정’이다. ‘무한도전’ 멤버들은 수 년간 함께 일했기 때문에 게스트들이 자칫 끼어들 수 없는 ‘성’이 되곤 한다. 하지만 그들을 ‘무한도전화’ 되게끔 만든 게 바로 정형돈. 그는 ‘무한도전’과 게스트들을 잇는 가교 역할을 톡톡히 했다.
정형돈의 강력한 ‘케미 파워’는 ‘무도가요제’에서 극단적으로 확인할 수 있다. 시청자들에 다소 낯선 정재형을 일약 ‘예능블루칩’으로 만들었고, 지드래곤과는 베스트커플상까지 수상했다. “내가 나서서 스타를 만들어줄 때가 됐다”고 자신감 넘치는 말을 남기며 그룹 혁오와 팀을 결성했고, 정말 혁오는 스타가 됐다. (정형돈 덕분이든 아니든 간에.)
↑ 사진=MBN스타 DB |
‘무한도전’뿐 아니라 다양한 프로그램에서 그는 어울림을 최대치로 극대화시킬 수 있는 능력을 발휘했다. ‘냉장고를 부탁해’에서는 ‘FM진행’은 김성주가, 중간에 웃음 포인트를 집어내 치고 들어가는 것은 정형돈이 분담하면서 조화로운 진행을 이끌어냈다. ‘주간아이돌’에서는 데프콘과 아이돌 멤버들을 ‘몰아가는’ 진행을 해 팬들이 아닌 일반 시청자들도 웃고 즐길 수 있는 포인트를 만들어냈다.
그는 KBS2 ‘우리동네 예체능’에서도 의외로 좋은 운동신경과 다른 멤버들과의 ‘케미’를 살리는 중요 멤버로 활약했다. 여기에서 정형돈은 ‘무한도전’ 초기에 보였던 ‘어색’ 콘셉트와 운동신경, ‘진상’ 캐릭터 등이 하나로 합쳐진 포지션을 보여 눈길을 끌기도 했다.
◇ 유재석이 인정한 ‘나 없을 때 다음은 너’
정형돈은 ‘무한도전’ 매회 웃음 포인트와 아쉬운 점을 기록하고 분석했고, 게스트들이 출연할 때마다 게스트의 프로필을 줄줄 외우고 올 정도로 노력파였다. 전체적인 흐름을 보는 감각이 있어 이를 비틀어 웃음을 주는 개그에 능하기도 했다.
이런 정형돈의 모습은 ‘주간아이돌’이나 ‘냉장고를 부탁해’ 등 그가 메인MC로 나서는 프로그램에서 극명하게 돋보인다. ‘개그콘서트’에서의 콩트 연기, 다수 버라이어티 프로그램을 통해 쌓은 진행 능력 등이 어우러지면서 지상파, 케이블 가릴 것 없이 활약할 수 있는 전방위 예능인으로 성장할 수 있었다.
정형돈은 유재석과 강호동을 잇는 차세대 MC로 각광받고 있었다. 아이디어도 많아 ‘무한도전’ 내에서 유재석 다음으로 아이디어를 많이 내는 인물이라고 김태호 PD가 언급한 바 있다. 한 프로그램에서 유재석은 박명수에 “내가 없으면 1인자는 형이 될 줄 알겠지만, 아니다. 정형돈이다”라고 말한 적이 있다. 물론 웃자고 한 말이었지만, 그 한 마디에 유재석이 정형돈을 어떻게 평가하고 있는지를 극명하게 보여주는 일화였다.
‘무한도전’의 그늘에서 벗어나 2014~5년 ‘주간아이돌’ ‘냉장고를 부탁해’ ‘능력자들’ 등을 통해 서서히 자신만의 영역을 구축해나가던 정형돈. 예능계 4대천왕으로 불리며 빛을 발하던 그가 갑작스럽게 모든 프로그램에서 하차했다. 하지만 시청자들은 아쉬워하기보다 그가 건강을 되찾고 돌아와주길 기다리고 있다. 아직도 그의 ‘미친 존재감’은 채워지지 않고 있다.
유지혜 기자 yjh0304@mkculture.com/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mbnstar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