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N스타 손진아 기자] 100만 관객을 돌파하며 흥행 레이스를 이어가고 있는 영화 ‘주토피아’는 누구나 살고 싶은 도시 1위 주토피아에서 일어난 의문의 연쇄 실종사건 수사를 맡게 된 토끼 경찰관 주디 홉스와 본의 아니게 파트너가 된 여우 사기꾼 닉 와일드의 숨막히는 추적을 그린 애니메이션이다.
영화는 귀여운 토끼와 마성의 여우 등 각각 동물들의 특징이 살아있는 다양한 캐릭터들의 향연이 풍성한 줄거움을 선사한다. 특히 아기자기하고 귀여운 매력은 물론, 연쇄 실종 사건 수사 과정을 따라가며 느낄 수 있는 스릴과 곳곳에 심어둔 빵빵 터지는 유머가 재미를 더한다.
영화의 완성도를 높인 데는 한국인 애니메이터들의 공이 컸다. 이중 최영재 애니메이터는 ‘겨울왕국’ ‘빅 히어로’로 명성을 얻은 김상진 애니메이터와 함께 디즈니 스튜디오를 이끌어 나가는 대표 스태프로, ‘라푼젤’ ‘겨울왕국’ ‘주토피아’에 이르기까지 끊임없는 발전을 거듭하며 다양한 작품을 완성해냈다.
#. ‘주토피아’ 제작 파트에서 맡은 역할은.
‘라푼젤’ ‘겨울왕국’ 등 전작에서의 역할과 마찬가지로, 이번 작품인 ‘주토피아’에서도 캐릭터 애니메이터로 참여했다. 캐릭터 애니메이터는 쉽게 말해 ‘디지털 배우’(Digital Actor)라고 할수 있는데, 이는 3D 그래픽 구현 기술을 통해 극중 캐릭터들의 표정과 동작 등을 개연성 있게 연기하는 역할이라 할 수 있다.
#. ‘주토피아’ 제작 과정에서 다른 애니메이션과 차별점이 있다면.
‘주토피아’가 다른 애니메이션 제작 때와 다른 점으로는 두 가지를 꼽을 수 있다. 첫 번째로는 애니메이션 제작의 관점에서 봤을 때 인간과 동물의 움직임, 그 사이를 표현하는 것에서 달랐다고 할 수 있다. 주토피아는 문명화된 각기 다른 표유동물들이 함께 조화의 균형을 맞추며 인간과 비슷하게 살아가는 이야기이지만, 각 동물들은 원래의 타고난 동물적 특성도 또한 표현되어야 했다. 이러한 여러 종류 동물들의 특징을 관찰하고 각 캐릭터에 반영하는 액팅 연구과정을 흥미롭게 진행했다.
두 번째는 제작 스튜디오인데요, 그동안 여러 편의 디즈니 애니메이션들을 제작해왔던 버뱅크(LA인접도시)의 애니메이션 스튜디오 본사 건물의 리모델링 공사로 애니메이터들이 North Hollywood의 터헝가(Tujunga)길에 있는 임시 스튜디오에서 제작을 마쳤다는 점도 저에게는 큰 다른 점이라고 할 수 있다. 환경도 달라지고 집과의 통근거리도 달라져서 바쁜 제작스케줄 중에 조금 힘들던 때도 있었다. 실제로 ‘주토피아’ 극중에 터헝가(Tujunga)라는 길 이름이 살짝 등장한다. 이건 제작진끼리만 느낄 수 있는 또 다른 재미였다.
#. ‘주토피아’ 각 캐릭터들이 가지고 있는 의미와 그 연구 과정은.
사람들의 삶 같이 문명이 있고, 직업이 있고, 평화를 추구하는 동물들의 이야기이므로 실제 인간살이가 반영되지 않을 수는 없었다. 주인공 쥬디 합스는 바니 버로우스(Bunny Burrows)라는 작은 토끼 마을에서 수도인 주토피아로 오게 된다. ‘누구든지 원하는 그 어떤 것도 될수있다’(Anyone can be anything.)는 마음을 간직한 신참 경찰관으로서 주토피아에서 일하게 된 거다. 토끼도 경찰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 사건에 뛰어들게 되고 그 와중에 닉 와일드라는 사기꾼 여우를 만나게 된다. 이 여우는 ‘태어난 대로 살아야 한다’(You are what you are)는 생각을 갖고 살고 있었다. 이렇게 가치관이 다른 두 캐릭터를 둘러싼 등장 캐릭터 애니메이션 표현에 있어서, 실제 사람들 또는 배우들의 연기에서 보이는 행동과 표정의 관찰 연구가 나에게는 또 하나의 과제였다.
#. 가장 애착을 갖고 있는 캐릭터가 있다면.
주인공 쥬디 합스다. 작고 연약해 보이는 토끼지만, 어렸을 적부터 경찰관이 되고 싶다는 꿈을 갖고 있는 캐릭터다. 그 꿈을 이루기 위해 덩치가 크고 거친 동물들에게도 기죽지 않고, 자신의 장점을 활용하며 부지런히 노력하는 정의롭고 낙관적인 캐릭터다.
#. 각 동물들이 살고 있는 마을들의 구성이 다양하고 재미있다, 이런 아이디어는 어디에서 비롯될까.
주토피아는 코미디 어드벤쳐로서 아주 작은 Shrew(설치류)에서부터 코끼리와 같이 덩치큰 동물들이 함께 생활하는 곳이다. 저마다의 기후환경이 다른 동물들이 함께 살 수 있는 방법으로 그들에게 맞는 거주환경들을 현대적인 기술로 각각 재현했는데, 화려한 사하라 스퀘어(Sahara Square), 빙설대와 같은 툰드라타운(Tundratown), 우림지역인 포레스트 디스트릭트(Forrest District) 등의 영역으로 나뉘어져 있다. 감독인 바이런 하워드가 오랫동안 연구한 독창적인 세계관에서 펼쳐지는 독창적인 스토리로서 감독 리치무어와 함께 완성한 작품이다.
#. 디즈니 애니메이션에서 일하며 배운 점이 있다면?
질문과 같이 디즈니에서 배울 수 있는 것들이 무궁무진하다. 오랜 히스토리와 값진 경험들, 여러 나라에서 모인 출중한 아티스트들, 그리고 끊임없이 발전하는 시스템들로 인해 매일 배운다는 생각으로 임한다. 셀 애니메이션 시대를 이끌어왔던 대선배들은 축적된 경험과 노하우를 계속 전수해주며, 테크놀러지 관련 부서에서는 항상 보다 나은 영상과 작업환경을 위해 신기술을 연구하고, 관리부서는 아티스트들이 기량을 충분히 발휘할 수 있도록 배려해주며, 아티스트들은 자기 개발을 할 수 있는 다양한 무료 강좌들과 디즈니 숏필름을 직접 기획할 수 있는 기회 등이 주어진다. 즐겁게 일하고, 발전하는 행복한 곳이라 행복을 주는 애니메이션이 많이 나올 수 있는 것 같다.
#. 디즈니 에니메이션만의 강점은 무엇일까.
오랜 역사로 축적된 디즈니 특유의 감성이 있다. 그리고 여러 진보된 작업 환경과 아티스트들에 대한 존중이 있다. 그것들이 디즈니가 오랫동안 애니메이션 업계의 한 축을 담당하는 강한 에너지가 되었다고 본다.
#. 개인적으로 가장 기억에 남는 작품이 있다면.
‘라푼젤’(Tangled)이다. 아무래도 고생했던 작품이 기억에 남는 것 같다. 애니메이션은 하면 할수록 어렵다고 느껴지는데 그 이유는 높아져가는 기대치에 부응하기 위한 노력 때문인 듯 하다. 그중 특히 ‘라푼젤’에서 남자 주인공 플린이 왕관이 들어있는 가방을 빼앗아 달아나기 위해 말 맥시무스에 처음 타는 샷이 떠오른다. 디즈니의 전설적인 애니메이션 디렉터 글렌 킨(Glen Keane)과 감독 및 수퍼바이저들의 기대에 부응하고자 두 달 가까이 걸려 완성했고, 좋은 평을 들을 수 있었던 라푼젤에서의 제가 맡았던 첫 씬이라 그런지 기억에 많이 남는다.
#. 일을 하면서 가장 힘들 때는 언제일까.
샷의 난이도에 따라 다르겠지만 창조에 따르는 고통이라 하겠다. 예를 들면, 현실에 존재하지 않는 캐릭터의 움직임을 상상하여 어색함 없이 3차원 공간에서 자연스럽게 보이기 위한 노력 (립싱크, 표정연기 등 포함), 가상공간에는 존재하지 않는 물리적 접촉을 그 환경에 맞춰 현실감 있게 표현하는 것 등이 있다. 그리고 인내력과 지구력도 뒷받침 되어야 하기에 그에 대한 본인의 노력이나 가족의 응원 또한 필요하다. 배우들과 마찬가지로 자신의 캐릭터에는 저의 감정 상태도 투영이 되기도 하므로 좋은 컨디션을 항상 유지해야한다는 점도 있다.
#. 반면 가장 보람을 느낄 때는?
제가 참여한 영화가 관객에게 보여질 때 가장 보람을 느낀다. 특히 제가 맡았던 샷을 언급하며 사람들이 도란도란 이야기 나눌 때 정말 신이 난다. 그리고 영화가 끝난 후 크레딧이 올라갈 때도 뿌듯하다.
손진아 기자 jinaaa@mkculture.com / 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mbnstar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