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N스타 유지혜 기자]
안녕하세요, tvN 월화드라마 ‘치즈인더트랩’(이하 ‘치인트’)에서 ‘1대 짜증유발자’ 남주연으로 출연한 배우 차주영입니다.(웃음) 이렇게 좋은 작품에 인상적인 역할로 들어가게 돼 영광이예요. 늘 TV에서만 만나 뵈었던 감독님, 선배님들과 함께 하다니, 아직도 ‘치인트’에 출연했다는 게 믿기지 않는 걸요?
◇ ‘치인트’가 제 첫 작품이라니 믿겨지시나요?
‘치인트’가 제 정식 데뷔작이에요. 처음 오디션이 잡혔다고 했을 때에도 안 믿겼다고 해야 하나. 아니, ‘커피프린스’의 이윤정 감독님이잖아요. 믿기지 않는 게 당연하죠. 그래서 어차피 안 될 거 감독님 얼굴이나 뵙자 싶어서 갔어요. 한 5분 봤나? 그리고선 연락 주신다고 했는데 2주 뒤에 진짜 연락이 온 거예요. 얼마나 깜짝 놀랐는지 아시겠죠.(웃음)
배우들끼리 첫 미팅을 가지는데, 박해진, 김고은, 서강준, 이성경 씨까지 전부 제가 TV로만 보던 분들이 앉아계시는 거예요. 정말 신기하더라고요. 그래서 긴장 많이 했는데 촬영 분위기가 정말 너무나 좋고 유머러스해서 저도 즐겁게 촬영했어요. 실제 대학생활 하는 기분이었죠. 박해진 선배님이 워낙 후배들을 잘 챙겨주시고 김고은 씨도 애교도 많고 귀여워서 훈훈한 분위기를 이끄시더라고요.
제가 배우로 발을 내딛은 지 정말 얼마 안 됐어요. 2015년 초에 OCN ‘닥터 프로스트’의 에피소드에 잠깐 출연한 게 처음이었으니까요. 온전한 캐릭터로 인사드린 건 정말 이 작품이 처음이죠. 그런데 ‘별그대’의 박해진 선배님과 호흡을 맞추다니요. 이상하고 신기하더라고요.
↑ 사진=치즈인더트랩 방송 캡처 |
그리고 제가 정말 이윤정 감독님을 평소에 좋아했거든요. ‘커피프린스’와 ‘트리플’ 같이 감독님의 작품을 전부 다 봤어요. 장면 하나부터 OST까지 허투루 쓰시는 게 단 한 개도 없다는 걸 늘 느끼면서 대단하다고 생각했죠. 사실 저 같은 신인은 작품 하나 들어가는 것도 힘든 일인데 이렇게 흔치 않은 기회를 잡게 돼 얼마나 감사한지 몰라요. 이윤정 감독님의 작품 안에서 그 세련된 연출을 또 한 번 몸소 체험할 수 있게 됐어요.
주변 반응이요? 말도 못하죠.(웃음) 사실 제가 배우로 활동하고 있다는 것도 모르는 지인들도 많아요. 이 작품이 워낙 화제가 되다보니 ‘치인트’를 보고선 제가 비로소 배우인 걸 안 분들도 많아요. 주변 분들이 ‘너랑 닮은 애가 나오는데 목소린 너고, 너가 아니야’라고 말하더라고요.(웃음) 그런 반응들이 나름은 뿌듯하기도 하고 재밌기도 했어요.
◇ 남주연이 된 저의 연기요? 그저 아쉽기만 하죠
‘치인트’에 들어가는 게 너무나도 영광이었지만, 한편으론 부담이 정말 많이 됐죠. 욕심은 당연히 났지만 사실 누구나 탐낼 만한 역할이잖아요. 제가 연기 경험이 많지도 않고, 배우로서의 경험도 전무한데 ‘덜컥’ 캐스팅이 되니 더욱 부담이 됐죠. 하지만 감독님께 ‘한 회라도 출연하고 싶다’고 말할 정도로 간절했었어요.
↑ 사진=정일구 기자 |
웹툰에서 남주연은 더욱 나쁘게 나오잖아요. 그래서 저도 그걸 의식하고 더욱 준비를 많이 했어요. 제대로 ‘나쁜 모습’을 보여드리려고 각오했죠.(웃음) 하지만 웹툰이 드라마 대본으로 옮겨지면서 남주연의 악행들이 전부 담기지 않게 됐고, 원작만큼 임팩트가 있는 캐릭터는 아니게 됐어요. 그래서 그렇게 많은 ‘진상짓’을 보여드리진 못한 거 같아요. 좀 더 진상을 부리고 싶었는데.(웃음)
물론 저에 대한 비판이 많다는 걸 알고 있어요. 덧글을 안 보려고 했는데 보게 되더라고요. 저도 모르게 검색하고 있고. 원래는 남의 일에 관심이 별로 없는 편이라서 뭘 검색하고 그러는 애가 아닌데.(웃음) 사실 안 좋은 덧글들을 보며 손발이 후들거리긴 했어요. ‘너덜너덜’하게 됐다고 해야 하나? 그제야 ‘진짜 내가 배우가 됐구나’ 새삼 실감이 나더라고요.
저도 제 연기를 보면 정말로 ‘너무너무’ 아쉽기만 해요. 제게는 첫 작품이지만 다른 분들에게는 첫 작품이 아니잖아요. ‘처음이니 괜찮아’라는 게 통하지 않으니 더욱 ‘NG내지 말자, 피해주지 말자’라는 생각이 절 옭아맸어요. 지레 겁먹고 움츠러든 거죠. 그래서 욕심만큼 남주연을 표현하지 못한 것 같아요. 너무나 아쉬울 뿐이죠.
아직 전 부족한 게 너무나 많아요. 그래서 더욱 부단히 노력하고 있고요. 이윤정 감독님께서 제가 아예 경험이 없다는 걸 알고도 ‘신인이 평생 신인일 필요가 있냐’고 말씀하시면서 캐스팅을 하시더라고요. 준비가 돼 있다면 더욱 많은 분들이 찾아주실 거라 믿어요. 그러기엔 아직 많이 부족하다는 것도 알고 있고요. 끊임없이 보완하고, 노력하고, ‘포기하지 않고 문을 두들기는’ 배우가 되려고 해요.
↑ 사진제공=더메이플엔터테인먼트 |
◇ 무용하다 경영학과 갔다가 배우가 됐어요
사실 전 원래 무용을 하다가 대학교는 미국에서 경영학과를 나왔어요. 그러다 배우가 된 이유요? 일단 영화 보는 걸 원래도 정말 좋아했고요. 어렸을 때에도 제의는 몇 번 있었지만 연기라는 걸 그저 먼 존재라 생각했어요. 약간의 두려움도 있었고. ‘감히 내가?’ 이런 것도 도 있었고요.
누구나 한 번쯤은 영화나 드라마를 보면서 ‘저렇게 살아보고 싶다’는 생각하면서 ‘캐릭터 탐난다’는 생각을 하잖아요. 저도 막연하게 그런 생각만 하고 있었죠. 그러다 좋은 기회가 생겨 배우로 데뷔를 하게 됐어요. 그야말로 ‘치인트’의 주인공들처럼 대학생활을 하다가 배우로 ‘취업’하게 된 셈이죠.(웃음)
배우라는 ‘정해진 게 없는’ 길을 선택하는 게 불안하진 않았냐고요? 제 전공에 관련된 취업을 했다면 안정적이긴 했겠죠. 하지만 그런 삶이라고 해서 불안함이 하나도 없을까요? 어차피 사람이란 존재는 늘 불안감을 느끼기 마련인 거 같아요. 기왕 불안하게 살 거라면 하고 싶은 거 하면서 불안하자 싶었죠.(웃음) 배우로서 ‘대놓고’ 간접적인 삶을 살아보고 여러 경험을 해보고 싶단 생각이었기에 쉽게 선택할 수 있었어요.
한편으론 연기 전공이 아니라는 점에 부담이랄까, 의식이랄까. 생각이 많아지곤 해요. 연기를 배우로 대학원을 진학해야 하나 싶기도 하고, 이게 ‘정답’이 있는 게 아니니 어디서 어떻게 해야할 지 잘 모르겠어요. 사실 외모, 끼, 재능, 연기 다 갖춘 분들은 정말 많잖아요. 그런 분들을 보며 제자신에겐 ‘넌 뭐가 있니’라고 물어보게 되죠.
↑ 사진=정일구 기자 |
그럼에도 제자신에겐 풍부한 감정이 있다는 생각으로 이런 많은 생각들을 잠재우곤 해요. 평소에 감성적이고 감정이 풍부하단 말을 많이 듣거든요. 성격이 참 다양한 것도 있고요. 웃지 않고 있으면 차갑게도 보이지만, 웃으면 한없이 맹해보이기도 해요. 이런 다양한 색깔들을 제가 끊임없이 연기를 배우면서 제대로 접목시킨다면 저만의 경쟁력이 생기지 않을까 생각해요.
또 하나 배우로서 저만의 강점을 들자면, 약간의 ‘마이너스러운’ 취향이요.(웃음) 저만이 좋아하고 끌리는 그런 것들이 있고요, 그 취향의 주관이 꽤나 뚜렷한 편이에요. 유행을 타지 않는달까. 그렇기 때문에 이슈가 되고 안 되고가 우선이 아니라, 작품과 스토리, 캐릭터가 제 취향에 맞는지를 고려하게 돼요. 물론 아직 제가 선택할 입장은 전혀 아니지만 이런 뚜렷한 취향이 나중에는 정말 독특하고 다양한 작품들을 할 수 있는 ‘안목’이 되지 않을까 생각해요.
◇ 자연스러운 배우, 그게 제 꿈입니다
앞으로는 망가지는 역할도 정말 해보고 싶고요, ‘먹방’ 같은 것도 기가 막히게 할 자신 있어요. 전 아직 한참 멀었지만 어떤 분이든 불러만 주신다면 지금 당장이라도 뛰어갈 수 있도록 늘 ‘레디’가 된 신인으로 서있겟습니다.(웃음)
훗날에 어떤 배우가 되고 싶냐고 물으신다면 솔직히 아직은 막연해요. 하지만 제가 정말 나이가 들어서까지도 멋있고 자연스러운 사람이었으면 좋겠어요. ‘꽃보다 누나’에 나오는 선배님들 정말 멋있잖아요. 과거와 미래에 한결 같이 배우로 달려간다는 게 참 멋있더라고요. 저도 그렇게 달려가되, 제 삶과 배우로서의 삶을 구분지어서 두 쪽 다 완벽한 ‘멋진 사람’이 되고 싶어요.
유지혜 기자 yjh0304@mkculture.com/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mbnstar7
디자인=이주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