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스크린법정] “그쪽과 자려고요”…‘그분’ 유연석, 현실은 철컹철컹?

영화를 보다 보면 황당하거나 호기심을 자극하는 장면을 접할 때가 있습니다. 스크린 속에서 벌어지는 일들이 과연 현실에서는 가능한지, 대수롭지 않게 넘어갈 수 있는 일인지 ‘스크린법정’에서 알아보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편집자주>

[MBN스타 손진아 기자]

◇ 사건일지

14일 개봉한 ‘그날의 분위기’(이하 ‘그분’)는 KTX에서 우연히 처음 만난 ‘안 하는 거 참 많은’ 철벽녀와 ‘마음만 먹으면 다 되는’ 맹공남, 그들이 하룻밤을 걸고 벌이는 연애담을 그린 로맨틱 코미디 영화다.

부산행 KTX 열차에서 우연히 옆자리에 앚게 된 수정(문채원 분)과 재현(유연석 분). 자꾸 눈길이 가는 매력적인 수정에게 재현은 “저, 웬만하면 그쪽이랑 자려고요”라는 말을 건넨다. 이후 자유연애에 오픈 마인드까지, 작업했다 하면 100% 성공률을 자랑하는 맹공남 재현의 훅훅 들어오는 맹렬한 공격에 수정은 점차 말려들게 된다.

이때 처음 본 남자에게 “웬만하면 그쪽이랑 자려고요” 말을 들은 수정은 재현을 상대로 어떤 소송을 걸 수 있을까?

◇ ‘솔로몬’ 김도경 변호사의 선택은?

일반적으로 성추행과 성희롱이 혼용되어 사용되고 있는데, 성추행(정확히 말하자면 형법상 강제추행을 의미합니다)과 성희롱은 구별된다.

우선 형법 제298조는 '폭행 또는 협박으로 사람에 대하여 추행을 한 자는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규정하고 있는바, 여기서 추행행위라 함은 일반인에게 성적 수치심이나 혐오감을 일으키게 하고 선량한 성적 도덕관념에 반하는 행위로서 주로 신체적 접촉이 있었을 경우를 말한다.

반면, "성희롱"이라 함은 국가인권위원회법 제2조 제5호에 의할 때, '업무, 고용 그 밖의 관계에서 공공기관의 종사자, 사용자 또는 근로자가 그 직위를 이용하거나 업무 등과 관련하여 성적 언동 등으로 성적 굴욕감 또는 혐오감을 느끼게 하거나 성적 언동 그 밖의 요구 등에 대한 불응을 이유로 고용상의 불이익을 주는 것'으로서 성적수치심을 느끼게 할만한 언어사용 등을 의미한다.

1. 사안의 경우, 1) 맹공남이 '웬만하면 그쪽이랑 자려고요'라고 말한 부분은 신체적 접촉이 없었으므로 강제추행(성추행)에는 해당하지 않으므로 형사처벌을 받기는 어렵다고 보인다. 2) 또한, 맹공남의 위 발언이 자신의 의견이나 가치판단을 넘어 사회적 평가를 저하시킬 만한 '구체적인 사실'을 적시하였다고도 보기 어려워 명예훼손죄에도 해당하지 않으며, 3) 욕설과 같은 경멸적인 표현을 사용했다고도 보기 어려워 모욕죄에도 해당하지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결론적으로 맹공남에 대해 형사상 처벌은 불가능해 보인다.

한편, 소위 '사이버 성희롱'으로 불리는 성폭력범죄의처벌등에관한특례법 제13조(통신매체를 이용한 음란행위)에 해당할 경우에는 신체적 접촉이 없이 성적 수치심을 일으킬 만한 말을 할 경우에도 처벌받을 수 있으니 유의할 필요가 있다. 즉, 동법 제13조는 '자기 또는 다른 사람의 성적 욕망을 유발하거나 만족시킬 목적으로 전화, 우편, 컴퓨터, 그 밖의 통신매체를 통하여 성적 수치심이나 혐오감을 일으키는 말, 음향, 글, 그림, 영상 또는 물건을 상대방에게 도달하게 한 사람은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규정하고 있으므로 만약 사안에서 맹공남이 수정에게 전화나 인터넷 등 통신매체를 통해 음란한 발언을 하여 수정이 성적수치심을 느꼈다면 동법에 의해 처벌받을 수 있다.

2. '성희롱'과 관련해서는, 사안의 경우 맹공남과 수정사이에는 업무 기타 고용관계가 없으므로 국가인권위원회법에서 말하는 성희롱에도 해당하지 않는다. 다만, 맹공남의 성적 언동으로 인해 수정이 성적 수치심 등을 느꼈다면 민사상 인격권침해를 이유로 손해배상청구를 할 수 있다.

손진아 기자 jinaaa@mkculture.com / 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mbnstar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