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 개최되는 지상파 연기대상의 향방에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각 방송사별로 대상 후보군이 좁혀지고 있는 가운데, 올 한 해 드라마 농사를 풍성하게 지은 SBS의 경우 시청자들의 특정 배우에 대한 응원이 뜨겁게 펼쳐지고 있다.
그 중 눈길을 끄는 건 SBS 주말드라마 '애인있어요'(극본 배유미/연출 최문석)에 출연 중인 배우 김현주에 대한 응원이다. 평균 시청률 7%대의 이 드라마에서 도해강/독고용기 1인 2역을 소화하고 있는 김현주는 '역대급' 연기를 선보이며 시청자들의 무한 지지를 받고 있다.
김현주는 극중 얼음마녀 도해강을 시작으로 그와 정반대의 삶을 산 쌍둥이 독고용기를 동시에 열연하고 있다. 이뿐 아니라 사고로 기억을 도해강과 이후 기억을 되찾았음에도 기억을 잃은 듯 '연기'하는 도해강의 모습까지, 1인 4역에 달하는 캐릭터를 소화하고 있다.
도무지 한 사람이 보여주는 연기라고 보기 힘들 정도로 극과 극을 달리는 캐릭터를 소름 돋게 표현해낸 김현주는 눈빛부터 손끝까지 온 몸으로 열연을 보여주고 있다. 심지어 최근 방송분에서는 달라진 헤어스타일이 보여주는 캐릭터 변화에 '머리카락마저 연기한다'는 칭찬이 나올 정도다.
그렇다 보니 현재 '애인있어요' 김현주 관련 기사에는 대상 청원 댓글이 수없이 쏟아지고 있다. 한자릿수 시청률의 드라마라 보기 어려운, 가히 '신드롬' 수준이다. 1000개도 넘는 찬사 댓글로 기사가 도배되는 경우는 보기 드문 케이스다.
이쯤 되니 SBS 드라마국의 고민도 깊어지게 됐다. 뜨겁게 달아오른 분위기상, 김현주가 대상을 받지 못하면 뭔가 일이 날 것만 같은, 고조된 분위기다.
대상의 향방이 연기 아닌 외부적 영향에 의해 결정되는 경우가 종종 있다 보니 지금 시청자들이 보여주고 있는 '김현주 대상 청원'은 나름 일리 있고, 의미 있는 외침으로도 보인다.
지난 10년, 역대 SBS 연기대상 대상 주인공은 2004년 박신양-김정은(파리의 연인), 2005년 전도연(프라하의 연인), 2006년 한혜숙(하늘이시여), 2007년 박신양(쩐의 전쟁)&김희애(내 남자의 여자), 2008년 문근영(바람의 화원), 2009년 장서희(아내의 유혹), 2010년 고현정(대물), 2011년 한석규(뿌리깊은 나무), 2012년 손현주(추적자 THE CHASER), 2013년 이보영(너의 목소리가 들려), 2014년 전지현(별에서 온 그대) 등이다. 공동수상을 제외하곤 논란이 된 적이 없던, 나름 '선방'해 온 연기대상의 역사다.
이 중 저조한 시청률에도 대상을 거머쥔 경우는 2008년 문근영이 유일했다. 하지만 당시 문근영의 대상에는 이견이 없었다. 오히려 외부적 요인을 제한, 오직 연기로만 평가한 모범적인 사례라는 평을 받았다.
하지만 올 한 해 SBS를 통해 방송된 드라마에서 활약한 배우들의 워낙 쟁쟁한 탓에, 여전히 대상의 향방은 오리무중이다.
연초 방송된 '펀치'의 조재현, 김래원이 누가 더 잘했다 평가할 수 없을 정도로 쟁쟁한 연기력으로 명작을 완성했고, 여름을 뜨겁게 달군 '용팔이'의 주원 역시 변화무쌍한 연기로 드라마를 이끌었다.
'가면'의 수애 또한 1인2역을 소름 돋게 열연, 호평을 받았고 현재 방송 중인 '육룡이 나르샤'의 김명민 역시 '잔트가르'라는 호칭을 받으며 '본좌'의 위력을 과시하고 있다.
응당 연기만으로 평가해야 옳겠으나 세상사 어찌 연기‘만’으로 평가 가능하겠는가. 이들 작품 모두 연기뿐 아니라 시청률에서도 효자 노릇을 톡톡히 한 까닭에
그럼에도 불구하고 김현주가 보여주고 있는 열연은, 대상감으로 넘치고도 남는 수준이다. 2015년 12월 현재 방영 중인 전 채널 모든 드라마 중 가장 뜨겁다 해도 과언이 아닌 김현주의 열연에, 과연 2015 SBS 연기대상은 어떤 화답을 보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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