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종에 목숨 거는 기자 이야기를 사람들이 좋아할까? 실제 현실의 충격적인 특종이라면 모를까 가상의 이야기에 관심도 없을 것 같다. 아무리 배우 조정석이 주인공이라고는 하나, 기자 이야기가 매력적으로 다가올 리 없다. 앞서 기자를 소재로 한 영화들도 모두 '폭망'했다.
하지만 영화 '특종: 량첸살인기'는 거부감이 들지 않을 것 같다. 지루하고 따분한 기자 이야기라고만 생각했다면 오산이다. 누구라도 공감할 수 있는 재미가 있다.
기자라는 직업을 가진 이가 주인공이고 방송국에서 일어난 일일 뿐이다. 칭찬에 취해 한순간의 실수를 바로 잡지 못하고 거짓말을 계속해야 하는 방송기자 허무혁(조정석). 거짓말이 거짓말을 낳고, 작은 잘못이 커다란 사건으로 변질하는 경우도 있다. 주인공 무형이 그런 사람일 뿐이다. 사소한 일이 커져서 고생한 경험이 누구나 있을 테니 나름 몰입하기 괜찮을 것 같다.
우연한 제보로 살인 용의자의 집에 들어가 자필 메모를 빼내 보도해 특종기자가 된 허무혁. 하지만 그건 '량첸살인기'라는 중국 소설의 한 글귀였을 뿐이다. 오보라는 사실을 깨닫고 바로 잡아보려 하지만 방송국은 난리다. 특종을 터트려 시청률이 오르고 전화 불통, 홈페이지 폭주, 팀장-부장-국장 모두가 환호한다. 그런 상황에 휩쓸려 진실을 밝히지 못한 채 오히려 더 큰 특종에 대한 압박이 이어진다.
영화 '연애의 온도'로 관객의 감성을 자극했던 노덕 감독은 이번에는 전혀 다른 스타일로 관객을 즐겁게 만든다. 블랙코미디 성격이 짙은 스릴러로 관객을 쫀다. 난처한 상황에 부닥친 조정석의 어수룩한 표정과 행동은 웃음을 유발한다.
마치 실제 그 사람인 건처럼, 모든 배우를 캐스팅한 것도 추어올릴 만하다. 어리바리한 모습의 기자와 사건 띄우기에 혈안인 국장, 그 옆에 빌붙어 간사해 보이는 부장, 무표정한 듯 살의가 느껴지는 진짜 살인범, 뒷북치는 형사 등 모두가 최고의 호흡을 선보인다.
진짜 범인이 누구인지 모르는 얼치기 경찰들을 보고 "역시 경찰은 제대로 하는 일이 없어"라거나, 허무혁이 기업비리를 보도하고 해고될 위기에 처하자 "광고주 뒤를 핥아도 모자랄 판에"라는 기자들의 말에 혀를 차는 관객도 있을 듯하다. 과장하긴 했지만 수긍하지 않을 수 없는 부분도 꽤 존재한다. 웃음을 주는 동시에 비판의 칼날 또한 날카롭다. 결말 역시 언론과 경찰의 뒤통수를 제대로 때린다.
7명의 목숨을 앗아간 연쇄살인마의 이야기를 기자의 입장에서 진지하게 바라보고 다가갔다면 자칫 재미없었을 지도 모르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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