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N스타 이다원 기자] 배우 문근영은 ‘국민여동생’의 원조격이다. 영화 ‘어린 신부’(2004) 흥행 이후 대한민국 전역의 남학생은 물론 삼촌팬들의 가슴에 불을 지르며 인기스타로 군림했다.
이후 11년이 흘렀다. 17살 여고생은 어느덧 28살의 여배우로 성장해 있었다. 물이 오를 대로 오른 연기력으로 안방극장 원톱을 거머쥘 수 있는 몇 안 되는 20대 여배우로 인정도 받았다. ‘국민여동생’을 벗고 차세대 ‘스릴러 퀸’을 노리는 욕심 많은 그의 필모그래피는 어떨까.
↑ 디자인=이주영 |
◇ ‘가을동화’
아역배우지만 그의 이름을 제대로 알린 작품은 KBS2 최대 히트작으로 꼽히는 ‘가을동화’(2000)다. 어릴 때부터 남매로 지내온 준서(송승헌 분)와 은서(송혜교 분)의 비극적 사랑을 그린 작품으로, 전국을 ‘가을동화’ 열풍에 몰아넣었다.
문근영은 송혜교 아역으로 등장해 남다른 존재감을 인정받았다. 그는 아역인 최우혁, 고 이애정과 함께 열연을 펼치며 극의 기반을 튼튼히 다졌다. 특히 동그란 눈과 깜찍한 이미지로 ‘국민여동생’으로서 재목임을 예고했다.
◇ ‘명성황후’
문근영의 차기작 행보는 현명했다. 2001년 5월부터 이듬해 7월까지 긴 호흡을 이어나가며 큰 사랑을 받은 KBS2 ‘명성황후’에서 어린 명성황후로 분한 것. 이 작품은 당시 이미연, 최명길 등 내로라 하는 연기파 여배우들이 아역에게 배턴을 이어받아 성인 명성황후를 재현해낼 터라 아역의 탄탄한 연기력을 요하는 자리였다.
문근영과 조합은 성공적이었다. 아역 분량부터 긴장감을 놓치지 않아 시청자의 호기심을 불러일으키기에 안성맞춤이었다. 그동안 여린 이미지만 주로 맡아오던 문근영도 당찬 명성황후로 변신하며 새로운 면모를 보여주는 데에 성공했다. 한마디로 윈-윈이었다.
↑ 사진=SBS |
◇ ‘바람의 화원’
그 뒤 문근영은 영화 ‘장화, 홍련’(2003) ‘어린 신부’ ‘댄서의 순정’(2005) ‘사랑따윈 필요없어’(2006) 등 스크린 활동에 매진했다. 아역 이미지는 자연스럽게 벗겨졌고, 흥행스코어도 나쁘지 않았다. 남은 건 성인으로 변신한 그가 브라운관으로 어떻게 재진입하느냐였다.
문근영의 선택은 역시나 옳았다. 2008년 KBS2 ‘바람의 화원’으로 흥행과 호평 모두 잡아낸 것이다. 그는 극 중 신윤복 역을 맡아 데뷔 최초 남장 연기에 도전하기도 했다. 또한 탁월한 연기력으로 그해 SBS 연기대상에서 최연소 대상 수상자가 되는 영예를 안았다.
◇ ‘신데렐라 언니’
2년 만에 택한 차기작은 KBS2 ‘신데렐라 언니’였다. 고전인 ‘신데렐라’를 21세기형으로 재해석한다는 콘셉트 아래 계모의 딸 ‘신데렐라 언니’인 송은조(문근영 분)와 신데렐라인 구효선(서우 분)의 갈등, 음모, 사랑, 화해 등을 그린 작품이다.
문근영은 이 작품으로 생애 첫 악역에 도전했다. 그는 말이 거칠고 웃음을 모르는 송은조로 변신해 기존의 따뜻한 이미지를 엎었다. 또한 이 작품으로 2011 KBS연기대상 최우수연기상을 거머쥐었다. 당시 그는 “한 작품이 단순히 시청률로만 평가받을 수 없다. 드라마 현장이 개선되도록 방송국과 제작사 측에서 많은 노력을 부탁한다”는 의미심장한 소감을 밝혀 눈길을 끌었다.
◇ ‘매리는 외박중’
악역 변신에 성공한 그는 같은 해 KBS2 ‘매리는 외박중’이란 작품에서 히피룩에 도전하기도 했다. 이 작품은 연애와 담쌓고 지내던 철벽녀 위매리(문근영 분)가 데스메탈 그룹 보컬 강무결(장근석 분)과 완벽남 정인(김재욱 분) 사이에서 삼각관계를 형성하는 전형적인 로맨틱 코미디였다.
시청률은 참패였다. 주연으로서 처음 시도하는 TV용 로맨틱 코미디였지만 긴장감 없는 전개로 시청자의 마음을 사로잡진 못했다. 또한 경쟁작인 MBC ‘역전의 여왕’ SBS ‘아테나: 전쟁의 여신’ 등의 공세 속에서 기 한 번 제대로 펴지 못하고 종영을 맞이해야만 했다.
↑ 사진=SBS |
◇ ‘청담동 앨리스’
흥행 행보가 한번 삐긋하긴 했지만 2012년 방송한 SBS ‘청담동 앨리스’는 그에게 다시 명성을 가져다줬다. 박시후, 소이현, 김지석 등과 호흡을 맞추며 청담동에 입성하기 위한 ‘한세경’의 고군분투를 실감나게 표현했다.
애초 첫 걸음은 불안했다. 경쟁작 MBC ‘메이퀸’의 막강 공세에 쉽사리 상승세를 타지 못했다. 그러나 문근영의 호연 덕분에 중반 이후 10% 대 벽을 돌파했고, 16.6%라는 자체최고시청률로 막을 내려 유종의 미를 거둘 수 있었다.
◇ ‘불의 여신 정이’
유독 사극에서 강한 면모를 보였던 문근영은 2013년 MBC ‘불의 여신 정이’에서 조선시대 최초 여성사기장 유정 역을 맡아 또 한 번 흥행을 다짐했다. 그는 천재 사기장으로 분해 성공기를 보여주는가 하면, 광해 역의 이상윤, 김태도 역의 김범 등과 함께 삼각 러브라인을 형성하며 극에 재미를 더했다.
그러나 당시 문근영은 촬영장에서 눈부상을 입는 악재를 겪기도 했다. 그의 부상은 생각보다 심했고, 결국 촬영을 취소해 결방사태까지 빚어졌다. 또한 대항마였던 KBS2 ‘굿닥터’가 의외의 선전으로 흥행 기록을 세우면서 문근영 표 사극은 제대로 빛을 보진 못했다.
◇ ‘마을-아치아라의 비밀’
청순가련, 유쾌발랄, 악녀, 천재 사기장, 히피 등 다양한 변신을 해온 문근영은 올해 새로운 캐릭터를 맞이하게 됐다. SBS ‘마을-아치아라의 비밀’에서 은밀한 비밀이 있는 원어민 교사 한소윤 역을 맡아 ‘스릴러 퀸’ 왕관을 노리고 있는 것.
지난 7일 첫 방송분의 평가는 나쁘지 않았다. 비록 시청률은 지상파3사 같은 시간대 드라마 중 3위를 기록했지만, 웃음기를 걷어내고 새로운 장르에 도전한 문근영에게는 모두가 박수를 보냈다. 이제 막 2회를 끝낸 상태. 늘 새로운 도전을 무서워하지 않는 문근영은 이번 작품도 성공으로 이끌 수 있을까. 이제 막 2회만이 끝났기에 앞으로 펼쳐질 그의 활약이 더욱 주목된다.
이다원 기자 edaone@mkculture.com / 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mbnstar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