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N스타 유지혜 기자] 농촌 드라마가 실종됐다. 그렇다면 브라운관에서 농촌이 아예 사라진 것일까. 대답은 ‘아니오’다. 지금 농촌은 예능계에서 가장 ‘핫한’ 키워드다.
그야말로 ‘농촌’은 드라마에서 예능으로 옮겨졌다. 농촌 드라마라는 장르가 생길 정도로 농촌을 배경으로 하는 드라마들이 꾸준히 명맥을 이어왔지만 이제는 KBS1 드라마 ‘오! 할매’를 끝으로 그 명맥이 끊겼다. 하지만 예능계에서는 농촌을 배경으로 하는 프로그램이 승승장구 하는 등 그 희비가 엇갈리고 있어 눈길을 끈다.
예능의 배경이 농촌으로 옮겨진 것은 그리 오래된 일은 아니다. 2009년 시즌1과 2011년 시즌2를 방영한 KBS2 ‘청춘불패’ 시리즈는 산골 농가와 대부도를 배경으로 진행됐다. 유명 걸그룹의 멤버들을 모아 시골에 ‘뚝’ 떨어뜨린다는 포맷이 재밌었던 ‘청춘불패’는 신선함으로 시청자들의 호기심을 모았다.
↑ 사진제공=CJ E&M |
2014년 MBC ‘사남일녀’는 김구라, 김민종, 서장훈, 김재원, 이하늬가 3명의 오빠와 외동딸이 돼 농촌에 있는 부모님의 집에서 생활한다는 독특한 콘셉트로 진행됐다. 네 스타들의 ‘케미’도 재밌었지만 푸근한 시골 인심을 브라운관을 통해 전한다는 것이 큰 장점으로 꼽히는 프로그램이었다.
농촌 예능의 정점을 찍은 작품은 역시 tvN ‘삼시세끼’ 시리즈다. 이서진과 옥택연이 정선 옥순봉에서 가마솥에 밥을 해먹고 직접 염소와 닭을 기르며 밭을 일구는 모습이 ‘삼시세끼’의 주된 포맷이다. 별다를 재미가 있겠느냐는 걱정과 달리 ‘삼시세끼’는 잔잔한 웃음과 시골 특유의 여유로움을 시청자에 전해 나영석 PD의 최대 히트작으로 발돋움했다.
이외에도 SBS ‘불타는 청춘’은 중년 남녀 스타들이 농촌에서 좌충우돌 벌이는 일상을 그려내고, SBS ‘오 마이 베이비’나 KBS2 ‘슈퍼맨이 돌아왔다’ 등 육아 프로그램에서 빠지지 않는 방문지가 농사를 체험할 수 있는 농촌이다.
이와 같은 ‘농촌 예능’은 농촌 드라마의 실종에 한 이유가 되기도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과거 드라마가 농촌을 그려내는 유일한 창구였다면, 지금은 꼭 드라마가 아니라도 농촌을 그려낼 수 있는 방법이 다양하고, 게다가 농촌을 배경으로 한 예능프로그램들이 반응이 좋기 때문에 굳이 농촌 드라마를 만들 필요성을 제작자들이 느끼지 못한다는 것이다.
↑ 사진=청춘불패2 |
드라마평론가 윤석진 충남대 교수는 농촌 드라마의 실종과 예능으로 농촌이 옮겨진 것은 모두 “농촌에 대한 정의가 많이 달라졌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윤 교수는 “전에는 농촌이 마음의 고향이었다면 지금은 농촌이 일종의 여행지가 돼 버렸다. 그래서 장르가 달라진 것에 많이 영향을 미친 것”이라고 이를 설명했다.
또한 윤석진 교수는 “노인의 개념 자체가 달라진” 것도 각종 예능프로그램과 MBN ‘황금알’ 등 정보 전달 프로그램으로 시청층이 옮겨진 이유로 꼽았다. 윤 교수는 “예전의 노인들은 자식 세대를 위해 헌신하고 은퇴한 후 뒤켠에 물러서서 남은 여생을 즐기는 게 일반적이었다. 지금보다 한결 여유가 있었다는 거다. 하지만 지금은 예전과 같이 여전히 노인들이 생활전선에 계속 뛰어들면서 무언가를 즐길 만한 여유가 사라졌다”고 설명했다.
이어 윤 교수는 “그렇기 때문에 정치적 현안이나 생활, 건강 정보가 담긴 토크쇼, 예능 프로그램에 노인들이 더욱 흥미를 가지게 된 것”이라고 분석하며 노년층이 즐길 만한 콘텐츠가 많아진 것도 한 가지 이유가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처럼 다양한 이유로 농촌 드라마의 자취는 사라졌지만, MBC ‘전원일기’, KBS1 ‘대추나무 사랑걸렸네’ 등과 같은 뛰어난 작품들을 포함한 장르인 농촌 드라마의 명맥 유지에 아쉬움을 보이는 이들은 여전히 많다. 이에 또 다른 형식과 스토리로 농촌 드라마의 계보를 잇는 작품이 탄생할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유지혜 기자 yjh0304@mkculture.com/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mbnstar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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