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N스타 김성현 기자] 세상에 불쌍해도 이렇게 불쌍한 사람이 있을까 싶을 정도로 박복한 여자가 세상을 향해 칼을 뽑았다.
중학교 3학년, 근처 공장 여공 대신 고등학교 진학을 선택한 수남은 그 누구보다 행복하게 살기 위해 자격증을 땄다. 그는 무려 14개의 자격증을 취득해 사회에 나왔지만, 컴퓨터에 일자리를 빼앗기고 작은 공장 경리로 취직한다.
수남은 공장에서 한쪽 귀가 잘 들리지 않는 남자 규정과 사랑에 빠져 결혼에 골인 했지만, 그것이 고생길의 시작이었다. 불의의 사고로 다친 남편과 행복하게 살 집을 사기 위해 수남은 ‘나만 열심히 하면 돼’를 외치며 신문배달, 식당 보조, 파출부까지 닥치는 대로 일을 한다.
하지만 ‘내집 마련’의 꿈은 그렇게 호락호락하지 않았고 수남은 결국 은행 대출을 끼고 집을 산다. 그러나 이로 인해 그는 무리한 대출로 인한 ‘하우스 푸어’와 동시에 아무리 일을 해도 빈곤을 벗어날 수 없는 ‘워킹 푸어’가 되고 만다.
그러던 중 수남은 자신의 집이 재개발 구역에 포함됐다는 소식을 듣고 ‘빈곤 탈출 행복 시작’을 향한 희망을 갖는다. 그러나 재개발을 반대하는 경숙(서영화 분)과 도철(명계남 분)이 수남의 앞길을 막고 그는 자신의 행복을 가로막는 방해꾼들을 처단하기 시작한다.
수남의 복수는 보는 이의 눈살을 찌푸리게 할 만큼 상당히 잔인하다. 하지만 그에게 무작정 돌을 던질 수 만은 없다. 세상 그 누구보다 성실하게 살아온 수남은 실제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의 앨리스처럼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가혹한 세상에 놓이고 상황을 벗어나려 발버둥치기 때문이다.
↑ 사진=MBN스타 DB |
영화 속 수남은 취업을 위해 입시, 학점, 토익, 토익스피킹, 대외활동 등 다양한 스펙을 쌓으며 노력하지만 결국 각박한 현실 때문에 상처받고 좌절하는 젊은이들과 닮아있다. 또한 아무리 열심히 살아도 행복해질 수 없는 세상, 또 그런 세상을 벗어나기 위해 필사적으로 노력하는 젊은 세대를 현실적으로 잘 그려냈다.
배우들의 호연 역시 아낌없는 박수를 쳐줄만 했다. 수남을 연기한 이정현은 당작 누군가를 죽일 듯이 살벌하다가도 언제 그랬냐는 듯 순수한 얼굴로 남편을 돌보는 다중적인 면모를 잘 표현해 연기 스펙트럼을 넓혔다. 분노 조절 장애를 가진 세탁소 주인 형석으로 분한 이준혁 역시 그동안 보여 왔던 코믹한 이미지를 벗어나 폭발하는 분노 연기로 새로운 연기 변신을 시도해 눈길을 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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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현 기자 coz306@mkculture.com /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mbnstar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