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N스타 유지혜 기자] 개그맨 김준호가 KBS2 ‘개그콘서트’(이하 ‘개콘’)을 향해 ‘위기’라고 말했다. 그 ‘위기’라는 단어는 ‘개콘’에서 활발하게 활동 중인 자신을 향한 말이기도 했다. 그리고서 그는 머리를 긁적였다. “아, 부산코미디페스티벌(이하 부코페) 앞두고 이런 말 하면 안 되는데. 그런데 모두가 알고 있지 않나. ‘개콘’이 지금 위기라는 걸.”
지난 21일 오후 서울 강남구 머큐어 앰배서더 강남 쏘도베에서 열린 공동인터뷰에서 김준호는 최근 ‘개콘’에서 ‘진지록’과 ‘과대명상’을 선보인 직후여서 유난히 ‘개콘’에 관련한 질문을 많이 받았다. 특히 ‘진지록’은 초반부터 반응이 좋아 초미의 관심사로 떠올랐는데, 그는 “무엇보다 ‘닭치고’를 안 하게 돼 좋다”고 웃었다.
“‘진지록’은 PD로부터 벌써 ‘다음 주에는 2행시 안 된다’고 경고를 받았다.(웃음) 새로운 내용을 해야 한다. 전 ‘웃기면 잡혀 간다’가 모토인 코너 안에서 ‘웃긴 놈’으로 나와 부담이 좀 된다. 관객들 사이에서 웃음이 아니라 자꾸 박수가 나오고 있어 걱정이다.(웃음) ‘닭치고’는 막을 내리는데 사실 진작 내렸어야 했다. 너무 멍도 들고, 다치고. 무슨 내가 김병만인줄 알았다.(웃음) 새로운 코너를 하니 ‘뭔가를 좀 하는’ 느낌이 든다.”
↑ 사진제공=김준호 |
그는 “사실 상황이 안 좋다보니 후배들을 전혀 못 챙겼다”고 말하며 ‘닭치고’에서 함께한 쌍둥이 개그맨 이상호, 이상민에게 고마움을 전했다. “이제 좀 컨디션이 개그 쪽으로 돌아왔다”며 ‘개콘’에 더욱 올인할 것이라 말하는 김준호는 ‘개콘’이 위기라는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시청률이건, 체감이건, 모두가 느끼고 있는 바라고 솔직한 대답을 내놨다.
“‘개콘’도 위기라는 말이 많다. 지금 사실 이렇다 할 유행어도 없고, 시청률도 내려가고 무언가 밋밋하다는 평가들이 많다. 하지만 ‘개콘’은 항상 가을 안에 극복을 하니까 걱정은 안 한다. 지금 20팀 씩 새 코너를 짠다. 올해 가을까지 이들을 정상 궤도에 올리자는 게 목표다. 요즘 트렌드가 2~3주 만에 바뀌는 걸 느낀다. 6개월 이상 가는 코너가 별로 없지 않냐. ‘닭치고’가 1년 반을 했는데 정말 오래 한 거다. 이런 빠른 트렌드가 때론 아쉽기도 하다.”
그러면서 김준호는 “‘개콘’ 방송 수위가 조금 더 올라갔으면 하는데 시간대가 그래서 아쉽다”고 너털웃음을 터뜨렸다. 만약 수위를 높인다면 신동엽처럼 ‘야한 것’도 자신 있다고 농담을 던지던 그는 이내 진지한 얼굴로 ‘무엇보다 돌파구는 내부에 있다’고 말했다. “신인들이 치고 올라와야 한다”는 것이다. 김준호는 ‘대선배’로서 후배들을 향한 쓴 소리도 아끼지 않았다.
“‘개콘’ 위기의 돌파구는 신인들이 치고 올라오는 것이고, 선배로서 그 기회를 만들어주기 위해 많은 시도를 하고 있다. 개인적인 견해지만 개그맨들은 아무래도 욕심도 있고 해야 하는데 지금 개그맨들은 너무 착하다. 만약 코너에 대사들이 있으면 후배들이 너무 착해서 서로 나눠가지고 그런다. 그러면 코너도 안 되고 눈에 띄는 사람도 없다. 지금 후배들이 너무나 돈독해져서 욕심 부리면 민폐라는 분위기가 있더라. 사실 이건 좀 깨야 한다고 생각한다.”
김준호는 ‘개콘’의 대선배지만 개그계에서도 손꼽히는 대선배다. 항상 부코페 개막의 선두에 서서 지휘를 했다. 코코 사태가 아직 완벽하게 마무리 되지 않은 지금도 그는 부코페의 집행위원장으로 나섰다. 후배들이 나설 자리가 많아졌으면 하는 바람으로 앞장서는 부코페에 김준호는 상당한 애착을 가지고 있었다. 내년부터는 새로운 시도를 하면서 계속 발전하는 부코페를 만들겠다고 김준호는 기대를 당부했다.
↑ 사진=개그콘서트/1박2일 방송 캡처 |
“페스티벌이 예산과 콘텐츠가 중요한데, 다행히 예산 부분에서는 부산시에서 적극적으로 지원이 들어왔다. 개인적으로는 코미디 한류의 가능성을 높이 평가하고 있어 부코페가 그 원동력이 됐으면 한다. 원래는 오프라인 공연만 했는데 올해에는 맛보기로 1분 이하의 영상 콘텐츠를 보여드릴 예정이고, 내년에는 본격적으로 영상 콘텐츠를 참여시킬 예정이다. 이런 과정들을 통해 더 많이 발전할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한다.”
부코페는 올해로 3회째다. 부산시에서 적극적인 지원에 나서는 등 조금씩 그 인지도를 쌓아가고 있는 중인데, 김준호는 어떤 점 때문에 부코페에 이토록 애착을 보이는 걸까. 사실 페스티벌로 어떤 수익을 내기도 힘든데 계속 예산이 따라붙는 것도 신기할 따름이다. 김준호는 이 말에 영국의 유명한 에든버러 프린지 페스티벌을 예로 들며 페스티벌의 가능성을 설명했다.
“에든버러 프린지 페스티벌은 그 수익이 에든버러 한 해 수익의 거의 절반을 차지한다고 한다. 부코페는 3, 4일 정도만 하는데도 금액 대비 좋은 시너지를 내고 있고, 다른 페스티벌처럼 한 달 정도 긴 시간을 잡고 하면 많은 관광 수익이 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공연 ‘난타’ 등이 이미 해외로 수출된 선례로 남았기 때문에 공연 해외 수출에도 비전을 가지고 있고, 지금 준비하고 있는 영상 콘텐츠도 분명 좋은 성과를 거두리라 생각하고 있다.”
김준호는 부코페를 한국 코미디의 다양한 장르 발전과 해외 수출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는 페스티벌로 만들겠다는 각오를 드러냈다. 하지만 페스티벌을 운영하는 것은 분명 쉬운 일이 아니다. 급변하는 방송 세태와 개그맨들의 빡빡한 방송 스케줄 때문에 섭외조차 쉽지 않다고 김준호는 한숨을 쉬었다. 개그맨 모두가 도와주고 싶은 마음은 한 가득이어도 현실적인 문제 때문에 그렇게 못하는 경우가 많단다.
↑ 사진제공=김준호 |
“오늘도 (유)재석이 형과 통화했는데 최대한 스케줄 맞춰 부코페에 오겠다고 했지만 못 와도 이해한다. 영화제와 달리, 개그맨들이 주간 스케줄을 맞추기가 어렵다. (신)동엽이 형, (이)경규 형도 다 마찬가지다. 사정을 아니까. 개인적인 제 바람은 되도록 한 소속사에 많은 개그맨들이 소속됐으면 하는 거다. 그게 부코페 진행하기 쉽다.(웃음) 전에 개인으로 있거나 ‘개콘’에 소속돼 있을 때에는 부코페를 진행하기 너무나 쉬웠는데 지금은 정말 힘들다. 만약 한 코너를 하는 네 명의 소속사가 다르면 각자마다 또 다 얘기를 따로 해야 한다. 진행 과정이 쉽지 않다.”
김준호는 “나만 해도 부코페 당일이 ‘1박2일’ 녹화날”이라고 말하며 웃음을 터뜨렸다. 지난 부코페 때에도 김준호를 위해 ‘1박2일’ 멤버들은 전부 부산으로 내려왔다. 이를 필두로 자연스럽게 이야기는 ‘1박2일’ 멤버들 이야기로 흘러갔다. 김준호는 코코 사태 때를 떠올리며 “하차하면 프로그램 망할 것 같고, 하차 안 하자니 버티는 것 같고 고민이 많았다”고 당시의 심경을 떠올렸다.
“‘1박2일’ 멤버들에는 정말 고맙다. 한창 제 기사가 많이 나올 때 ‘1박2일’ 촬영장에 가면 스태프들이건 멤버들이건 호흡을 딱 멈췄다. 위로하기도 뭐하고, 웃기기도 뭐하고. (차)태현이도 처음엔 농담을 했다. ‘언제 하차할지 모르니 떨어져라’고 농담하기도 했다. 그러다 기사가 점점 심해지니까 그런 농담조차 못하게 됐다. 제가 알기로는 태현이가 제작진에 ‘김준호는 하차시키면 안 된다’고 많이 어필했다고 하더라. ‘1박2일’ 멤버들이 같이 버텨줘서 정말 고마울 뿐이다.”
그런 김준호는 “지금 ‘개콘’과 ‘1박2일’ 이외의 다른 프로그램 출연 생각은 아예 없다”고 선을 그었다. 그는 코코 사태로 인한 개인 송사도 끝나지 않았고, 부코페가 있기 때문에 당분간은 ‘개콘’과 ‘1박2일’, 부코페에만 집중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금 그는 어느 때보다 개그에 집중하고 있다. 회사 대표가 아닌, 예능인이 아닌 개그맨으로 대중에 선 김준호는 역경을 딛고 인생 2막을 준비 중이다. ‘1박2일’ ‘개콘’ ‘부코페’로 정리될 그의 인생 2막 1장이 궁금해질 뿐이다.
유지혜 기자 yjh0304@mkculture.com/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mbnstar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