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인이 가장 사랑하는 코미디언 빌 코스비(78)가 일생일대 위기를 맞았다. 쥐구멍이 보인다면 숨어야 할 처지다. 성폭행을 당한 여성 35명이 잡지 커버모델로 등장해 “우리는 빌 코스비에 당했다”고 공개적으로 외쳤다.
27일(현지시간) 뉴욕매거진은 빌 코스비에게 성폭행 당한 35명의 여성을 표지모델로 등장시켰다. 그들의 용기있는 모습에 전 세계인들은 주목했다.
뉴욕매거진은 피해 여성 46명 중 35명의 인터뷰를 무려 30페이지에 걸쳐 실었다. 모델, 간호사, 작가 지망생, 언론인, 웨이트리스 등 직업은 다양했다. 이들 대부분은 코스비가 먹인 약(퀘일루드)에 정신이 혼미한 상태에서 성폭행을 당했다.
표지에서 눈길을 끄는 것은 마지막 오른쪽 아래에 놓여있는 빈 의자다. 성폭행 이후 두려움으로 세상 밖으로 나오지 못한 36번째 피해자를 의미했다.
피해자 중 한 명인 타마라 그린은 “2005년 빌 코스비는 여전히 언론을 통제하고 있었다. 그러나 2015년 우리는 소셜 미디어를 갖게 됐다. 우리는 결코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고 계속될 싸움을 예고했다.
1969년 코스비에게 성폭행을 당한 빅토리아 발렌티노 역시 “왜 우리의 30년 전 기억은 믿지 않으면서 코스비의 기억은 믿는가”라고 비판했다.
17살 때 성폭행을 당했다고 밝힌 바바라는 “그는 미국의 아버지였고 나는 그가 내 아버지가 될 수 있다고 생각했다”며 “그러나 반쯤 벗겨진 상태로 깨어나 그에게 강간당했다는 사실을 깨달았을 땐 끔찍했다”고 고백했다.
뉴욕매거진에 따르면 이들 35명의 인터뷰는 지난 6개월에 걸쳐 따로 진행됐다. 그럼에도 그들이 코스비로부터 당했던 상황과 이후 닥친 후유증이 거의 유사했다는 놀라운 사실을 발견하게 됐다.
빌 코스비는 지난 수십 년 동안 40여명의 여성에게 진정제 등을 먹인 후 성폭행을 한 혐의를 받고 있다. AP, CNN 등 주요 외신이 공개한 법정 기록문서에 따르면, 코스비는 2005년 9월 재판에서 “성폭행을 목적으로 최면성 진정제 퀘일루드를 사용했는가”라는 질문에 “그렇다”고 시인한 바 있다. 코스비가 언급한 퀘일루드는 성적욕구를 상승시키는 효과가 있어 ‘love drug’ ‘thigh opener’ 등으로 불리기도 하는 마약성 약물이다.
빌 코스비는 1980년대 중상류층 흑인 가정의 일상을 그린 NBC ‘코스비 쇼’로 유명해진 후 인기 시트콤 ‘디프런트 월드’와 ‘코스비’를 제작하는 등 배우, 시인, 텔레비전 프로듀서로도 왕성하게 활동해왔다. 각종 연설을 다니며 존경받는 스타 강사로도 이름을 날렸다. 지난 2009년에는 미국 코미디 배우로서 최고 영예인 마크 트웨인상을 수상했다.
그러나 성폭행 의혹이 잇따라 터져나오면서 할리우드 명예의 거리에 있는 명패를 철거하라는 요구가 빗발치고 있다. 명패엔 누군가 ‘강간범’(rapist)이란 낙서를 써놓았지만, 경찰당국은 이를 지우고 조사를 벌였다.
할리우드 상공회의소 레론 거블러 대표는 명퍠 철거는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못박았다. “과거 명예의 거리에 이름을 새긴 스타들 가운데 불미스러운 일이 발생해도 명패를 제거한 적이 단 한 번도 없다”며 “할리우드의 역사적인 랜드 마크나 마찬가지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최근 공식석상에서 “만일 여성이나 남성에게 당사자가 알지 못하는 약을 먹인 후 동의 없이 성관계를 가진다면 이는 강간”이라며 “
하지만 코스비의 아내 카밀은 남편에 대한 여전한 신뢰를 보내고 있다. 성명서를 통해 “그는 친절하고 훌륭하며, 유머가 있는 사람이다”며 “훌륭한 남편이자 아버지, 친구기도 하다. 그는 당신이 생각하던 바로 그대로다”는 입장을 전했다.[ⓒ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