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N스타 유지혜 기자] 배우 차승원이 MBC 월화드라마 ‘화정’에서 퇴장을 한다. ‘화정’의 안정에 혁혁한 공을 세운 그가 떠나는 것에 벌써부터 시청자들의 아쉬움이 커지고 있다.
지난 20일 오후 방송된 ‘화정’ 29회에서는 능양군(김재원 분)의 반정과 정명공주(이연희 분)를 구하기 위해 마지막으로 최선을 다하는 광해(차승원 분)의 모습이 그려졌다.
이날 광해는 자신의 운명이 다 한 것을 느끼며 능양군과 조정 대신들의 반정이 곧 다가올 것을 직감했다. 이에 측근에 정명공주와 홍주원(서강준 분), 그리고 홍영(엄효섭 분)과 화기도감 장인들을 보호할 것을 명했다.
↑ 사진=화정 방송 캡처 |
광해는 자신의 지켜야 할 사람들을 위해 왕좌를 포기했다. 앞서 그에게 마지막 끈이 될 수 있었던 강주선(조성하 분)마저 정명공주를 위해 그를 역적으로 몰아 이를 끊어냈다. 그는 마지막까지 자신이 아닌 다른 이들을 위해 보호책을 세우고는 마지막 순간에 궁을 떠났다.
능양군은 군사들을 대동해 아무도 없는 왕실로 쳐들어가 마침내 어좌에 앉았다. 그 시각 광해는 비밀리에 정명을 만나 마지막 말을 남겼다. 바로 “승리하라, 반드시 승리하라”는 말이었다. 광해의 시대가 저무는 순간이었다.
차승원은 첫 등장부터 마지막을 준비하는 지난 29회까지 시청자들을 휘어잡는 연기력으로 큰 호평을 받았다. 그가 맡은 광해는 드라마에서 이미 자주 다뤄진 역사 속 인물이었다. 하지만 그는 폭군으로 표현되던 광해를 고독함과 외로움이 있는 인간적인 캐릭터로 표현해내 완벽히 새로운 인물로 만들어냈다.
‘화정’ 속 광해의 표현은 사실 역사에 자칫 ‘역사 왜곡’으로까지 번질 수 있었다. 하지만 광해의 인간적인 고뇌와 자신의 왕좌를 지키기 위해 결단을 내리면서도 뒤에서는 수많은 갈등을 하는 광해를 표현하는 차승원의 연기력은 이마저도 이해할 수 있게끔 만들어냈다. 그야말로 ‘화정’의 설득력을 높인 것에는 차승원의 호연이 큰 역할을 했다.
차승원은 색다른 광해군을 표현함으로써 결말이 정해질 수밖에 없는 사극의 단조로움을 탈피하도록 도왔다. 박영규, 김창완, 이성민, 조성하 등의 ‘명품 중견 배우’ 라인들과의 호흡에서도 차승원은 극의 균형을 잘 유지해 팽팽한 긴장감을 살려냈다. 극을 이끌어가는 수장으로서 모든 부분에 ‘합격점’을 받은 것이다.
tvN ‘삼시세끼 어촌편’을 통해 대중과의 거리도 한껏 좁혔던 차승원은 ‘화정’에서 그 폭발력을 제대로 보였다. 예능 프로그램으로 끌어 모았던 관심을 고스란히 ‘화정’의 안정으로 이어지게 했다. 차승원이 없었으면 ‘화정’이 오랫동안 월화극 1위를 지킬 수 있었을지 의문이 들만큼 차승원의 역할은 컸다.
↑ 사진=화정 포스터 |
차승원은 지난 6월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자신의 빈자리를 의식하는 듯 “이연희가 기폭제가 되줄 것이라 믿는다”며 이연희, 서강준을 응원했다. 그는 ‘화정’에 쓴 소리와 칭찬을 아끼지 않으며 작품에 대한 애정을 드러내기도 했다. 그의 말대로 이제 ‘화정’은 온전히 이연희, 서강준, 김재원 등의 젊은 연기자들이 이끌어가야 한다.
이에 시청자들은 우려 반, 기대 반의 모습을 보이고 있다. 아직까지는 차승원의 퇴장에 아쉬움을 드러내는 시청자들이 훨씬 많다. 그동안 새로운 광해로 카리스마와 인간적인 면모를 번갈아가며 보여줬던 차승원에 매료된 시청자들은 당연히 그의 퇴장을 아쉬워할 수 밖에 없다.
하지만 몇몇 시청자들은 ‘화정’의 2막이라고도 볼 수 있는 인조반정 이후의 상황에도 기대가 된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새롭게 등장한 능양군을 연기하는 김재원이 ‘화정’ 속 ‘포스트 차승원’이 될 수 있을 것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기 때문이다.
그동안 ‘화정’을 위해 최선을 다한 차승원에 시청자들은 박수를 보내고 있다. 그는 ‘박수칠 때 떠나는’ 셈이다. 차승원 퇴장 후 새 국면으로 접어드는 ‘화정’을 다른 배우들이 잘 이끌어갈 수 있을지 시청자들의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유지혜 기자 yjh0304@mkculture.com/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mbnstar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