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종영하는 KBS 드라마 ‘프로듀사’는 여러가지 시사점을 남긴 작품이다. KBS 예능국과 드라마국이 합심한 독특한 제작 형태인데다 시청률을 기대하기 힘든 금, 토요일 밤에 방송해 꽤나 성공적인 성적표를 내놨기 때문이다.
차태현 공효진 김수현 아이유 등 스타 출연진이 내놓은 성과도 “과연 그들답다”. 차태현은 특유의 천연덕스러우면서도 프로페셔널한 이미지로 연기인지 실제인지 구분하기 힘든 ‘리얼 같은 픽션’을 보여줬고, 김수현은 ‘별그대’ 열풍에 버금가는 폭발력으로 드라마의 인기를 견인했다. 아이유 역시 초반 우려를 딛고 꾸준히 성장하는 모습으로 시청자의 마음을 돌렸다.
공효진에 대해 언급하자면, ‘프로듀사’는 “왜 배우 공효진인가”를 보여준 작품이다. 연기 면에선 말할 것도 없거니와 드라마를 통해 보여준 일거수일투족으로 또 한 번 트렌드를 선도하고 나섰다.
공효진은 극중 KBS 예능국 8년차 베테랑 PD 탁예진 역을 맡았다. 군소 기획사에게는 ‘甲’이 되지만 톱가수 앞에선 사실상 ‘乙’이 되는 음악방송 연출자이다 보니 초반에는 특유의 ‘공블리’의 매력보다는 까칠한 ‘싸움닭’ 같은 모습이 종종 목격됐다.
하지만 극 중반부로 넘어갈수록 탁예진의 인간적인 매력이 돋보였다. 라준모(차태현)를 짝사랑하는 모습에선 영락없이 ‘여자여자한’ 모습. 자신을 짝사랑하는 백승찬(김수현)의 마음을 몰라주는 단계에선 그야말로 ‘곰블리’다. 신디(아이유)와 으르렁거리며 신경전을 벌이면서도 그 뒤에 숨은 인간적인 정을 감추지 못하는, 그야말로 ‘볼매(볼수록 매력적)’의 정석을 보여줬다. 공효진의 이러한 탁예진의 감정 변화를 매끄럽게 표현하며 내공을 입증했다.
특히 공효진이 선택한 뷰티 아이템은 2030 여성들 사이에서 선풍적인 인기다. 화사한 피부톤에 세련되면서도 사랑스러운 매력이 돋보이는 립스틱으로 포인트를 준 모습은 드라마 속 역할에 어울릴뿐 아니라 요즘 여성들이 선호하는 스타일로 자리매김한 분위기다. 과연 패셔니스타 공효진답다.
드라마 ‘상두야 학교가자’(2003)를 시작으로 ‘건빵선생과 별사탕’(2005), ‘고맙습니다’(2007), ‘파스타’(2008), ‘최고의 사랑’(2010), ‘주군의 태양’(2012). ‘괜찮아 사랑이야’(2014)까지 이어져 온 불패 신화는 ‘프로듀사’까지 완벽하게 이어졌다.
장르 불문, 캐릭터 불문, 상대 불문이다. 어떤 작품 속 어떤 캐릭터, 어떤 배우와 만나도 공효진은 최강의 시너지를 냈다. ‘프로듀사’에서도 라준모와는 사랑과 우정 사이를 넘나드는 묘한 케미를 보여줬으며, 백승찬과는 연상연하의 달달한 모습을 보여줬다.
믿고 보는 공효진이라는 표현도 식상해질 정도이니, 이쯤 되면 공효진은 작품을 성공시키는 미다스의 손이 아닐까.
psyon@mk.co.kr[ⓒ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