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N스타 정예인 기자] 영화 ‘세계일주’가 때로는 천진난만하고 때로는 어른보다 어른스러운 아이들의 모습을 담아 감동을 전한다.
‘세계일주’는 9살 누나 지호(박하영 분)와 7살 동생 선호(구승현 분)가 갑자기 사라진 아버지(김정태 분)를 찾아 떠나는 여행기를 그렸다. 지호와 선호는 뺑소니 사고로 어머니를 잃었다. 아버지는 어머니의 억울한 죽음을 밝히기 위해 뺑소니 사고 범인을 찾는 데 주력했고, 그 탓에 아이들은 언제나 방치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호는 학교에서 전교 1등을 놓치지 않는 수재로, 똑부러지는 맏딸의 역할을 소화했다. 그는 학교에서는 전교회장 역할로 집으로 돌아와서는 동생 선호의 보호자 역할을 톡톡히 해냈고, 덕분에 가족들은 평온하게 지낼 수 있었다. 그러나 지호는 아버지가 3호선 홍제역 앞 파출소에 체포됐다는 소식을 듣게 되고 선호와 함께 아버지를 찾아 나선다.
↑ 사진=세계일주 포스터 |
지호와 선호는 4호선 상록수역에서 3호선 홍제역까지, 장장 1시간 반에 걸리는 여정에 올랐다. 두 사람은 호기롭게 출발했지만 시작부터 삐거덕거렸다. 지호가 지갑을 잃어버린 것. 그러나 이는 시련의 시작에 불과했다. 두 아이는 동네에서 싸움꾼으로 불리는 한상필(성유빈 분)과 엮이며 절도에 가담해 죄책감에 시달리기도 하고, 돈을 벌기 위해 동네 한량 필홍(타이거 JK 분)과 공연에 올랐다 동네 불량배에 쫓기기도 한다. 가장 큰 시련은 돈이 없어 1시간이 넘는 거리를 무작정 걸어야 했다는 거다.
여기서 이미 결과는 예측된다. 아이들은 고난의 길 끝에 아버지와 재회하고, 아버지는 자신의 잘못을 뉘우치며 아이들을 더 사랑하겠다고 다짐한다. 큰 노력을 하지 않아도 뺑소니 범은 잡힐 테고, 세 가족은 오래오래 행복하게 지낼 것이다.
이처럼 ‘세계일주’는 가족영화의 전형적인 틀을 깨지 못하고 있다. 물론, 반전 없는 스토리가 주는 안정감은 관객이 편안하게 즐길 수 있게 한다. 때문에 무조건 ‘해피엔딩이 문제’라고 지적하는 건 아니다. 다만, 결말이 이미 정해진 서사라면 그 결론에 이르는 과정의 촘촘함이 더욱 중요해진다는 것이다.
↑ 사진=세계일주 스틸컷 |
이 작품은 그런 면에서 관객을 충족시키지 못한다. 능청스러운 연기를 아무렇지 않게 소화하는 아역배우들 탓에 아이들의 여행기는 즐겁다. 그러나 이야기의 시작과 끝의 얼개가 느슨해 공감하기 어렵다는 점은 안타깝다. 모든 이야기가 시작되는 사건인 ‘아버지의 체포’가 뜬금없이 발생하고, 결말 역시 아버지가 뜬금없이 무릎을 꿇으며 무마된다.
다행인 점은 아버지를 귀하게 여기는 아이들, 그들의 노력을 가상히 여긴 경찰들, 아이들의 일을 자기 일처럼 생각해 팔 걷고 뛰어다니는 사회복지사, 이들의 조합이 스토리의 빈약함을 메운다는 것이다. 모든 출연진들이 과거의 아픔에 몰입해 현재를 잊고 사는 아버지를 끌어안고 위로한다. 그 선봉장에는 지호와 선호, 두 아이가 있다. 이들은 천진난만한 듯하지만 어른보다 더 어른스러운 면모로 아버지를 집으로 돌아오게 만든다. 두 아이 덕분에 관객 역시 엄마 미소를 지울 틈이 없다. 오는 26일 개봉.
정예인 기자 yein6120@mkculture.com/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mbnstar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