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민이 많은 남자 나이 스물(이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영화 ‘스물’ 속 주인공들의 고민은 여자로 시작돼 여자(혹은 잠자리?)로 끝난다. 이들의 고민이 이해가 되긴 하지만, 가볍기 그지없다.
남들은 “참 좋을 때”라고 하는데 정작 그게 무슨 말인지 이해 못 하는 3인방 치호(김우빈), 동우(이준호), 경재(강하늘). 고등학교 같은 반 여자 소민(정소민)에 반해 싸움을 벌인 뒤, 친구가 된 이들은 졸업 후 알에서 깨어난 듯 큰 세상을 향해 날아오른다. 영화 ‘스물’의 시작이다.
현실은 녹록지 않다. 치호는 하고 싶은 것 없이 여자와 잠자리만을 생각하는 ‘잉여인간’, 경재는 대기업 입사가 목표인 대학생, 동우는 가난한 집안 사정 탓 만화가의 꿈을 포기하길 고민하는 입시재수생이라는 신분일 뿐이다.
아무리 봐도 믿음직스러워 보이지는 않는 세 친구. 그래도 이들은 아지트(?)인 ‘소소반점’에서 술잔을 기울이며 터놓고 여자 이야기를 할 친구들이 있는 것만으로도 즐겁고 행복해 보인다. 각자가 처한 상황과 고민, 생긴 것만큼 성격도 달라 보이는데 친구는 닮는다 했던가. 특히 여자를 어떻게 해보려 한다는 데는 공통점이 이리 많을 수가 없다. 물론 여자를 어떻게 꼬실지만 고민하는 듯해 보이지만, 나름 각자가 미래에 대해 고민도 한다.
극 초반 배우들의 연기는 오글거림을 동반하고 유치하게 느껴진다. 하지만 이내 익숙해진다. 배우들의 실감 나는 생활 연기 때문인 듯하다. 특히 김우빈을 비롯한 강하늘의 코믹연기가 탁월하다. 카리스마 있고 강렬한 연기를 주로 선보였던 김우빈은 과거 폭삭 망했던 한 시트콤에서 선보였던 코믹 연기를 정제해 웃음을 전한다. 껄렁한 듯하면서도 밉지 않은 캐릭터다. 아버지에게 용돈을 달라고 떼쓰는 장면은 과한 듯하지만, 꽤 리얼하다.
대학 선배 진주(민효린)를 짝사랑하는 강하늘도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모습이다. 영화 ‘순수의 시대’에서 여자들을 겁탈하던 남자는 오간 데 없고 어수룩한 순애보가 환심을 살 만하다. 술 마시고 여기저기 토하는 신입생 오리앤테이션과 동아리방에서 진주와 입맞춤을 상상하는 신 등 강하늘 분량도 무척이나 웃기다.
이준호와 이유비의 로맨틱한 분위기도 흥미롭다. 이유비는 극 중 경재의 동생 소희로 나오는데 동우는 친구의 여동생과 썸을 타고, 또 이들 3인방이 마지막까지 티격태격하게 하는 이유가 되니 웃음이 끊이질 않는다. 후반부 빚쟁이들과 소소반점에서 유머러스하게 그려진 싸움판도 빼놓을 수 없는 신이다. 어수룩하면서도 진지한 스물 속 세 친구와 같은 분위기를 풍기는 데 성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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