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N스타 금빛나 기자] “‘오만과 편견’은 제게 있어 어려웠고, 그만큼 또 고민도 많이 했던 작품이었어요. 그 시간동안은 고통스럽게도 했지만 지금 생각하면 다 피가 되고 살이 될 만한 작품이었다는 생각이 듭니다.”
배우 최진혁은 자신이 출연했던 MBC 드라마 ‘오만과 편견’에 대해 또 다른 배우인생의 터닝포인트로 꼽았다. 최진혁이라는 이름 석 자를 세상에 제대로 각인시키며 배우인생의 빛을 보여주었던 작품이 ‘구가의서’였다면, ‘오만과 편견’은 배우로서 어떤 자세를 배워야 할지 알려준 작품이었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구가의서’에서부터 ‘상속자들’ ‘응급남녀’ ‘운명처럼 널 사랑해’(이하 ‘운널사’)를 소화하고 ‘오만과 편견’에 오기까지, 그야말로 쉴 틈 없이 달려왔던 최진혁이었다. 아무리 일 욕심이 많은 최진혁이라도 잠시 쉬고 싶은 마음이 있었던 건 당연한 일이었다.
‘오만과 편견’에서 최진혁은 강직한 성품의 인천지검 수석검사 구동치 역을 맡아 극을 이끌어왔다. 그의 배우인생에 있어 첫 지상파 드라마 주연을 소화한 최진혁은 가벼운 듯하면서도 그 누구보다 수사에 있어 진중한 검사 구동치의 면모를 발휘하며 안방극장을 사로잡아갔다. 모든 것을 무사히 끝낸 지금 최진혁이지만 초반 작품에 임하는 부담감이 없는 것이 아니었다.
“부담스럽지 않았다고 하면 거짓말이겠죠. 촬영을 시작하기 전 여러 걱정들이 있었지만, 그중에서 제일은 ‘지상파 드라마의 주인공’이라는 자리였어요. 처음 겪어본 타이틀이 부담스럽기도 했었는데 그래도 구동치로 살아오면서 많이 배운 것 같아요. 무엇을 배웠냐고요? 탤런트가 아닌 진짜 배우가 되자는 것이에요. ‘오만과 편견’을 하면서 선배들과 같이 진짜 배우가 되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됐죠.”
법과 원칙을 무기로 나쁜 놈들과 맞장 뜨는 검사들의 이야기를 다룬 ‘오만과 편견’은 결코 쉽지 않은 드라마였다. 비밀이 돼 버린 범죄의 진실을 다루는 ‘오만과 편견’은 연기하는 배우들에게도 역시 어려운 것은 매 한가지였다.
“작가님 시나리오 쓰시는데 머리가 많이 아프셨을 것 같아요. 저는 대본 때문에 공부를 많이 했어요. ‘오만과 편견’은 제가 처음 접해보는 장르였고, 제 역할이 엘리트 수석검사다보니 진짜 애를 먹었어요. 똑똑한 편이 아니라서 더 공부를 했던 것 같아요. 대본이 워낙 친절하게 설명돼 있지 않아서 애를 많이 먹었죠. 대본에 적혀있지 않은 세부사항들을 찾아서 만드는 것도 일이었고요. 하지만 힘든 만큼 보람은 컸죠. 일단 이 작품을 통해 연기에 대해 좋게 이야기 해주시는 분이 많아졌다는 것이 개인적으로 뿌듯했죠.”
↑ 사진제공=레드브릭하우스 |
“최민수 선배님은 진짜 ‘배우’세요. 단순히 드라마에 출연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작품을 만들어 나간다고 생각하고 작품에 임하는 배우였어요. 워낙 돈으로 캐스팅 되는 배우가 아닌 만큼 작품에 대한 최민수 선배님의 열정은 뜨거웠죠. 처음 만나기 전에는 긴장을 많이 했어요. 그런데 실제로 만나본 최민수 선배님은 에너지가 넘치고 사회의 모범이 되는 행동만 하는 분이셨죠. 모든 행동 하나하나에 타당성이 있었고, 이를 지켜보면서 정말 배우고 싶다고 느꼈어요. 그런 최민수 선배님으로 인해 작가님과 감독님인 고통스러우셨겠지만, 제가 보기에는 무척 멋있었고 작품에 대한 열정을 오롯이 느낄 수 있었죠.”
이후에도 최민수를 향한 최진혁의 사랑은 그칠 줄 몰랐다. 촬영장에서 분위기 메이커를 자청하며 활력소가 되어준 최민수에 대해 고마움을 표한 최진혁은 촬영 가장 좋았던 순간 역시 ‘최민수의 칭찬’을 꼽았다.
“드라마의 마지막 장면이었던 법정신을 찍었을 때였어요. 그때 최민수 선배님이 쓱 오시더니 ‘그래도 얘는 배우가 될 수 있는 놈’이라고 말씀해 주시더라고요. 저는 그게 무척 감사했다. 사실 엄밀하게 말하면 당장 뭐가 됐다는 것도 아니고, ‘너 대단하다’라는 칭찬도 아니지만 인정을 잘 안하시는 분이 그런 이야기를 하셨다는 것만으로도 감사했죠. 이밖에 명언도 많이 해 주셨는데 그 중 가장 기억에 남는 말은 ‘탤런트 되지 말고 배우 하라’에요.”
오만과 편견’의 또 다른 재미 중 하나는 바로 숨어있던 절대악 ‘박만근’이 누구인가였다. 시청자들과 마찬가지로 촬영하기 전까지 박만근이 누구인지 몰랐다는 최진혁은 자기 역시 정체를 알고 나서 충격을 금치 못했다고 털어놓았다.
“촬영하면서 김 PD님께 계속 물어봤어요. ‘박만근이 누구냐, 누가 하기로 했냐’고. 처음에는 최민수 선생님이 박만근인 줄 알았어요. 박만근이 아니면 손창민 선배님이었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최광국 역에 정찬형이었더라고요. 알고 나서는 굉장히 충격이었죠. 나중에 찬이형에게 물어봤더니 처음 자기가 할 수도 있다는 생각은 했지만 본인인 줄 몰랐다고 하더라고요. 정체를 알고 나서 진짜 섬뜩했어요. 나중에 최광국이 부장실로 찾아오는 장면이 있었는데, 연기를 하면서 진심으로 소름끼쳤죠. 놀라는 모습이 연기가 아니었다니까요. 극중에서도 구동치와 친한 형으로 나와서 전혀 생각도 안하고 있었는데…”
↑ 사진제공=레드브릭하우스 |
최진혁의 군입대를 놓고 많은 말들이 돌았던 것은 사실이다. 대한민국 남자 연예인에게 가장 민감한 문제가 바로 ‘군대’이기 때문이다. 군입대 적령기가 지난 만큼 최진혁의 의사와 상관없이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렸고, 그에 따라 오해와 불신들이 등장하기도 했었다.
“군대를 가는 건 문제가 되지 않아요. 대한민국 성인남자라면 으레 가야하는 곳이기도 하고 어쨌든 복무를 하겠다고 결심했었으니까. 현재 군인들과 나이차이가 있어 불편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하지만 군생활도 두렵지도 않아요. 다만 이 문제를 가지고 이야기하는 것이 더 걱정이고 불안해요. 처음 경찰 홍보단을 지원을 했던 것도 의미를 모르고 지인의 권유를 받아서 했을 뿐이고, 절차에 따라 합격했던 것뿐이었어요. 그런데 일각에서는 제가 편한 곳에 가고 싶어서 지원한 거라고 손가락질을 하더라고요. 솔직히 기분은 안 좋았죠. 늦게 가고 싶어서 간 것도 아니고, 여건 상 미룰 수밖에 없었던 여건들이 있었는데 남의 사정은 알지도 못하면서 너무나도 쉽게 이야기 하는 사람들을 보면서 많이 속상했죠.”
19살 때 친구와 동반입대를 하려다 연기자의 길로 들어서면서 군대를 못 가게 됐고, 이후 그는 굉장히 힘든 무명시절을 보냈다. 여기에 최진혁은 집안의 생계를 책임지는 실질적 가장역할를 해 왔었다. ‘구가의 서’로 숨통이 트이자 사람들은 궁금해 했던 부분은 바로 ‘군대’였고, 이에 따라 최진혁은 자신의 생각대로 솔직하게 말했다. 하지만 왜 군대를 가지 않느냐고 지적했던 이들은 왜 남들 다 가는 군대를 가지고 생색을 떠느냐고 비난했고, 이에 따라 최진혁은 이래저래 맘고생을 할 수밖에 없었다.
“군대에 가는 것이 뭐가 자랑이라고 제가 생색을 내겠어요. 대한민국에 태어나면 당연히 해야 하는 것인데. 공익으로 빼야지 생각도 해본 적도 없었는데 제 생각과는 달리 당황스러운 것이 많았어요. 진짜로 가야 하니까 스스럼없이 이야기했을 뿐인데…제가 지금가지 군대를 미룬 것에는 여러 가지 사정들이 있었어요. 직업이 연예인일 뿐이지, 어린 나이 2년이라는 시간동안 부모님 두 분을 두고 군대에 갈 수가 없었어요. 두 분이서만 남겨질 것도 걱정됐지만 경제적인 부분도 무시 못했거든요. 많은 분들이 제가 굉장히 평탄하게 자라서 돈도 많을 거라고 생각하시더라고요. 그거야 말로 ‘오만과 편견’인데…가끔은 그런 시선들이 씁쓸하기도 해요.”
↑ 사진제공=레드브릭하우스 |
“‘오만과 편견’을 하면서 연기를 계속 해야겠다고 확신했어요. 선배님들이 연기를 하는 것을 보면서 많이 느꼈고, 진짜 연기를 하기 위해서는 얼마나 더 많은 시간과 경험이 필요할까도 생각하게 됐죠. 만약 ‘오만과 편견’을 하지 않았으면 겉멋든 배우로 남아 방황도 많이 했을 것 같아요.”
이제 곧 있으면 최진혁은 군대에 간다. 군대에 가기 전 해보고 싶은 일로 최진혁은 ‘단편영화’를 꼽았다. 본인이 출연할 뿐 아니라 연출도 직접 맡는 단편영화.
“기념으로 하나 만들면 재미있지 않을까하는 생각이 들어요. 친한 동생들도 다 연기하는 친구들이니 캐스팅에 차질 없… 지금은 구상이에요. 시간이 타이트하기는 한데, 원채 끼가 많은 친구들이 많아서 재미있을 것 같아요. 내용은 남자이야기를 해보고 싶어요. 제 주위 인물들을 소재로 리얼리티 같은 작품 하나 나오면 재미있지 않을까 싶어요.(웃음)”
금빛나 기자 shinebitna917@mkculture.com / 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mbnstar7
디자인=이주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