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N스타 유지혜 기자] tvN 월화드라마 ‘일리 있는 사랑’은 비록 공감하기 힘든 스토리였으나 배우들의 호연이 빛을 발했던 작품으로 남았다.
지난 3일 ‘일리 있는 사랑’ 20회에서는 장희태(엄태웅 분)에게 돌아가는 김일리(이시영 분)와 그의 곁을 떠나는 김준(이수혁 분)의 모습이 그려졌다.
이날 김일리는 우연히 장희태와 마주쳤고, 장희태는 김준과 떠나기로 했다는 소식을 들었다며 행복하길 바란다는 진심을 전했다. 그렇게 두 사람은 오랜만에 저녁식사를 함께 했고, 그 날을 계기로 김일리는 장희태와 다시 합쳤다.
↑ 사진=일리있는사랑 방송 캡처 |
김준은 장희태로부터 김일리가 그를 택했다는 소식을 들은 후 모든 것을 정리하고 떠나기로 했다. 김준은 떠나기 전 마지막으로 김일리를 만나 “그동안 즐거웠다”며 “모든 것이 고마웠다”고 사랑을 알려준 김일리에 고마움을 전했다. 마침내 이들은 아픔을 통해 조금씩 성장했음을 나타내며 드라마는 막을 내렸다.
비록 세 사람은 조금씩 성장하는 모습을 보였지만, 시청자들은 장희태에 돌아가 다시 행복해진 김일리를 보며 불륜의 면죄부를 주는 것이라고 냉정한 반응을 보였다. 김일리와 장희태가 너무나도 쉽게 다시 합치게 된 것도 허무했다는 의견이 많았다. 전체적으로 공감하기에는 어려웠다는 지적들이 이어졌다.
하지만 그 와중에서 배우들의 호연은 빛났다. 주연 김일리를 맡은 이시영은 이 작품을 통해 다시 봤다는 시청자들이 많을 정도로 좋은 연기를 보였다. 김일리는 ‘안드로메다’의 줄임말인 ‘안드로’로 불릴 만큼 엉뚱하고 무슨 생각을 하는지 모르는 예측불허의 캐릭터다. 성인이 된 뒤에도 남들이 이해하기 힘든 선택을 하기도 하고, 심각함과 엉뚱함을 오가는 상황이 많았다. 분명 연기하기에는 까다로운 캐릭터였다.
그럼에도 이시영은 극 초반 고등학생 김일리의 재기발랄함도 특유의 톡톡 튀는 모습으로 잘 소화해냈다. 또한 다른 사람을 사랑하는데도 남편의 가족들을 돌보기 위해 시댁으로 들어가는 등 이해하기 힘든 선택을 하는 김일리의 수만 가지 생각들을 복잡한 시선으로 잘 처리했다. 공감하기 힘든 김일리의 선택을 시청자들에 납득시켰던 가장 큰 공은 이시영의 연기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이었다.
이시영의 연기가 압권이었던 장면은 김일리가 “시댁의 꼭두각시”라고 촌철살인을 마다치 않는 김준에 “네가 뭘 아냐”며 오열하면서 진심을 드러내는 부분이었다. 식물인간 시누이 장희수(최여진 분)의 수발, 극성맞은 시어머니 고 여사(이영란 분)를 모시는 일 등으로 지친 마음을 분출해내는 이시영의 연기는 시청자들의 눈시울을 붉히기에 충분했다. 시청자들은 이 장면이 있었기 때문에 김준과 김일리의 불륜을 이해할 수 있었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이시영은 본래 톡톡 튀는 이미지로 시청자들에 각인돼 있었다. 영화 ‘남자사용설명서’나 ‘커플즈’ ‘위험한 상견례’, 드라마 ‘장난스런 키스’ 등이 그랬다. 하지만 최근에는 드라마 ‘골든 크로스’나 영화 ‘더 웹툰:예고 살인’ ‘신의 한 수’ 등에서 무겁고 진중한 역할을 맡으며 이미지 변신을 시도하는 듯 보였다. 하지만 지금까지 이시영 하면 번뜩 생각나는 대표작은 없었던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이시영은 이번 작품에서 복잡하고 이해하기 힘든 김일리라는 캐릭터를 잘 소화해내면서 이미지 변신에 방점을 찍는 계기가 됐다. 자칫 지나치게 과장될 수도, 너무 무거워질 수도 있었던 김일리 캐릭터의 강약조절을 잘 해낸 이시영은 이 작품으로 시청자들에 ‘이시영의 재발견’이라는 극찬을 듣게 됐다.
↑ 사진=일리있는사랑 방송 캡처 |
김일리의 상상 속에서 멘토로 활약한 장희수를 맡은 최여진도 자신의 이미지와 딱 맞는 연기를 보였다. 어리숙한 김일리에 조언을 주고, 그를 공감해주는 ‘멋진 언니’ 역할을 하면서 극 초반에는 화제로 떠오른 바 있다. 이수혁은 처음에는 어색했지만 갈수록 나아지는 연기를 보였고, 워낙 캐릭터가 멋있었던 탓에 새로운 팬층을 만들어내기도 했다. 엄태웅은 찌질함과 분노 극단을 오가면서도 장희태라는 캐릭터에 내재된 친근감은 잃지 않아 베테랑다운 연기를 선보였다.
이외에도 정수영 역의 류혜린, 고 여사 역의 이영란, 장희태의 아버지 역인 임하룡 등 많은 배우들이 좋은 연기를 보였다. 시청자와의 공감대를 잃고 표류하는 듯 보이는 드라마의 중심을 잡은 것은 배우들이었다. 시청자들은 “배우들의 호연이 드라마에는 정말 아까웠을 정도”라는 의견을 내놓기도 했다.
많은 배우가 좋은 연기를 보였지만, 결국 ‘일리 있는 사랑’은 평균 1%대를 채 기록하지 못하고 끝을 맺고 말았다. 불륜이라는 소재와 갈수록 극단적으로 치달아가는 스토리에 많은 시청자들이 공감할 만한 기회를 좀처럼 잡지 못했던 것이 패인으로 꼽혔다. 하지만 이시영은 어려운 캐릭터를 잘 소화해내며 재평가를 받았고, 엄태웅, 최여진 등도 호평을 받아 배우들에게는 다행스러운 일이었다.
한편, ‘일리 있는 사랑’은 결혼 후 새로운 사랑을 만난 아내와 그를 지켜봐야 하는 남편, 새로운 사랑에 설레는 새 남자가 겪는 이야기를 그린 드라마로, 드라마 ‘연애시대’의 한지승 감독과 ‘내 이름은 김삼순’의 김도우 작가가 의기투합한 작품이다.
유지혜 기자 yjh0304@mkculture.com/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mbnstar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