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N스타 이다원 기자] KBS 황정민 아나운서의 또 다른 이름은 ‘출근길을 깨우는 여자’다. 오전 7시면 어김없이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그 인사, “안녕하세요. 황정민입니다”는 어느새 직장인들의 출근 알람이 돼 있었다.
하루 이틀도 아니고 16년씩이나 항상 그 자리에 서 있을 수 있었던 황정민의 비결을 무엇일까. 연애, 결혼, 출산, 여자로서 모든 것을 함께해온 ‘FM대행진’을 나이가 들어도 놓을 수 없다는 그에게 ‘황족’(‘황정민의 FM대행진’ 청취자를 이르는 말)의 여왕으로 군림한 뒤 얘기들을 들어봤다.
↑ 사진=곽혜미 기자, 디자인=이주영 |
◇ 코너1. ‘FM대행진’ 조수석에 태우고픈, 애인 같은 DJ
‘FM대행진’을 한마디로 정의해달라고 하니 ‘조수석에 태우고픈 애인’이라고 했다. 그 대답에서 늘 설레고 새로운 느낌을 전달하고 싶은 프로그램의 방향성이 엿보인다. 또한 오락적인 부분뿐만 아니라 현실적인 얘기들도 나눌 수 있다는 점도 부각된다.
실제 ‘FM대행진’에서는 시사 전반적인 상식이나 정보도 많이 다룬다. ‘안윤상은 빅마우스’에서는 안윤상이 출연해 사건, 사고, 이슈들을 목소리로 전달하고 있고, ‘모닝스포츠’ 코너에서는 스포츠 전문기자 배재성이 스포츠 뉴스에 관한 전반적인 얘기들을 이해하기 쉽게 풀어준다. 오락, 음악뿐만 아니라 정보성까지 갖춘 인포테이너 프로그램답다.
‘FM대행진’의 역사는 꽤 오래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지난 1975년 동양방송 시절 동양FM에서 첫 방송된 이 프로그램은 1980년 신군부가 실시한 언론통폐합으로 KBS로 통합되면서 지금의 자리를 잡게 됐다. 초대 DJ 박혜자를 비롯해 이영혜, 이숙영, 최은경 등 많은 DJ가 거쳐갔고, 황정민은 지난 1998년부터 16년째 진행석을 지키고 있다.
그렇다면 한결같이 자리를 지킬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일까.
↑ 사진=곽혜미 기자 |
◇ 코너2. 부스 속 작은 인터뷰…황정민 “항상 애인같은 DJ가 되고 싶어요”
Q. 16년, 성실하게 DJ석을 고수하기 쉽지 않았을 것 같아요
A. 그냥 즐겨서 가능했던 것 같아요. 처음엔 잘할 수 있지 않으면 하고 싶지 않다는 생각도 하고 욕심도 많이 냈지만, ‘FM대행진’을 꾸준히 진행하면서 이런 생각을 버리니 편안해지더라고요. 아, 그냥 내 차 조수석에 태우고 같이 가고 싶은 사람 같은 DJ가 되고 싶다, 이런 바람이 들더라고요. 편안하게?
Q. 코믹 연기하는 아나운서, 처음엔 어색하지 않았나요?
A. 전혀요. 제가 지적인 이미지가 아니고, 바보연기를 한다고 해서 바보가 되는 건 아니잖아요? 하하. 어떤 역을 했을 때 자신 없이 연기하면 안 되니까 더 뻔뻔해지는 것 같기도 해요. 청취자들은 오히려 ‘여우주연상은 바로 황정민이다’고 칭찬해주거든요? 그게 제겐 진정한 상인 것 같아요.
Q. 황정민, DJ로서 강점과 단점은 뭘까요?
A. 일단 단점부터 말하자면 초대 손님이 오면 흥분해서 진행을 못한다는 점이에요. 하하. 새로운 사람을 만나면 묘하게 흥분되더라고요. 아마 아침 시간대라 게스트가 거의 나오지 않으니까 새로운 게스트가 섭외되면 더 그런 것 같아요. 장점은 그런 게스트들을 최고의 스타로 만드는 재주? 만약 지적하거나 ‘바보’라고 놀리면 아무리 잘하는 사람이라도 위축되기 마련이거든요. 게스트도 내가 높여줘야 잘할 수 있지 않겠어요?
↑ 사진=곽혜미 기자 |
Q. 그렇다면 최고의 게스트, 혹은 기억에 남는 게스트는 누구인가요?
A. 많은 분들이 있지만 그 가운데 김생민 씨는 저랑 14년이나 프로그램을 함께 했어요. 왜 기억이 나냐면 김생민 씨 첫인상이 ‘아, 재미 없는 사람인데 어쩌지’였거든요? 크하하. 그런데 프로그램을 하면 할수록 신뢰감이 생기고 친하게 지내면서 우리 사이에 할 얘기들도 굉장히 많아지는 거에요. 또 김생민 씨도 관록이 붙으니까 이젠 그 코너가 제일 재밌는 것 같아요. ‘김생민의 재발견’이라고나 할까.
Q. 황정민이 청취자를 사로잡는 매력은 뭘까요?
A. 저는 아나운서이면서도 직장인이잖아요? 그래서 직장 다니는 청취자들의 스트레스나 고달픔을 이해할 수 있어요. 또 두 아이를 기르는 워킹맘이니까 아이 엄마들의 고충도 알죠. 제가 경험한 것에 대해선 조금 더 잘 설명할 수 있잖아요? 그래서 많이들 공감하는 것 같아요.
Q. ‘FM대행진’이 황정민에게 준 변화가 있나요?
A. 규칙적인 생활을 하게 됐다는 것? 이젠 제 하루 중 오전 7시부터 9시까지가 제일 기분 좋은 시간인 것 같아요. 휴일에도 그 시간엔 꼭 눈 뜨게 되더라고요. 집중도 잘 되고요.
Q. ‘FM대행진’ 노래에 비유한다면요?
A. 케이윌의 ‘선물’이 딱 어울릴 것 같아요. 제가 신입사원 때 프리젠테이션을 하면서 ‘이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싶다’고 말했는데 정말로 실현됐죠. 그야말로 선물처럼 다가온 것 같아요. 주위에선 ‘너무 오래 진행한 게 아니냐’ ‘이젠 그만둘 때 되지 않았느냐’는 말도 있지만 전 오래하고 싶어요. ‘FM대행진’과 의리가 생긴 것 같아요.
[DJ 황정민은 누구?] 황정민은 지난 1993년 KBS 19기 공채 아나운서로 방송가에 데뷔했다. 이후 ‘KBS 뉴스 7’ ‘뉴스9’ 등 아나운서로 활약하며 방송사 대표 얼굴로 자리 잡았다. 또한 ‘FM대행진’을 맡으며 지난 2013년 제13회 대한민국 국회대상 올해의 라디오상 영예를 안았다.
이다원 기자 edaone@mkculture.com / 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mbnstar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