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N스타 유지혜 기자] 원소스 멀티유즈의 방식이 성공하려면 단순히 재현하는 게 아닌 매체에 맞는 재가공이 반드시 필요하다.
원소스 멀티유즈가 최근 들어 하나의 방식으로 자리 잡고,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이는 인기 소재를 활용해 추가적 비용 부담을 최소화하면서 다른 작품으로 전환해 높은 부가가치를 얻을 수 있다는 점에서 각광받고 있다. 마케팅 비용을 상대적으로 줄일 수 있다는 면 때문에 많은 문화계 제작자들은 원소스 멀티유즈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하지만 원소스 멀티유즈가 늘 성공만 하는 것은 아니다. 2000년 후반부터 일본 원작 만화가 연달아 드라마화 됐지만 대부분의 작품이 실패했다. KBS2 ‘꽃보다 남자’(2009), 공부의 신(2010) 정도를 제외하면 참패 수준이다. MBC ‘장난스런 키스’(2010), MBC ‘닥터진’(2012), SBS ‘아름다운 그대에게’(2012), MBC ‘여왕의교실’(2013), KBS2 ‘예쁜 남자’(2013) 등이 이에 해당한다.
또한 잘못된 각색도 참패의 원인으로 꼽힌다. 원작에서 주인공 노다메가 남자 주인공 치아키에 ‘선배’(센빠이)라고 부르는 것을 우리나라 드라마에서는 ‘오라방’이라고 고쳐졌다. 제작진은 이를 두고 “노다메에 해당하는 설내일이 제주 출신이고, 선배라는 단어에서는 친근감이 느껴지지 않아 단어를 바꿨다”고 설명했지만, 이 단어의 선택은 극에 몰입되기 가장 큰 이유로 꼽히는 불명예를 안았다. 다른 일본 만화를 원작으로 한 드라마들도 ‘내일도 칸타빌레’와 마찬가지로, 한국 정서에 맞게끔 각색하는 과정이 신중치 못해 참패를 면치 못했다.
뮤지컬이나 연극계에서도 ‘원소스’를 ‘멀티유즈’로 응용하는 게 아닌 단순히 재연하기에만 급급한 작품이 많다는 자성의 목소리가 높아졌다. 콘텐츠가 다른 매체로 옮겨졌을 때의 성패 여부는 멀티유즈화 당시 얼마나 잘 새로운 매체의 특징을 살려냈느냐에 따른다. 그간 단순 재연에 그쳤던 원소스 멀티유즈의 방식은 이제 콘텐츠의 해체와 재조합 과정을 거쳐 ‘옮기는’게 아닌 ‘재가공’ 과정으로 바뀌고 있다.
뮤지컬의 성공적인 사례는 ‘대장금’이다. MBC 드라마 ‘대장금’은 2007년 무대에 올려졌다. 하지만 무대적 기법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고, 여러 에피소드를 각색하는 과정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극적 완결성이 부족하다는 혹평을 들어야 했다.
하지만 2008년에 고궁 뮤지컬로 다시 만들어진 ‘대장금’은 반대로 언론과 평단으로부터 호평을 받았다. 새 버전의 ‘대장금’은 드라마의 단순 재연이 아닌 극적 인물의 관계 재설정, 인물 보강 등 뮤지컬의 특색에 맞게 인물부터 새롭게 구성했다. 스토리 또한 해체와 재구성의 과정을 거쳐 뮤지컬의 특색을 잘 살려내 2009년 제3회 더뮤지컬어워즈 최우수재공연상을 수상하는 기염을 토했다.
또 tvN 드라마 ‘라이어 게임’의 경우도 일본 만화 특유의 극적인 상황들을 줄이고, 우리나라 현실에 맞게끔 캐릭터를 추가, 변형했다. 극중 중요한 장치인 게임도 새롭게 구상하는 등 각색에 힘을 기울여 세련된 드라마화를 이뤄냈다는 평을 들었다.
분명 원소스 멀티유즈 방식은 마케팅 비용의 절감, 쉽게 화제성을 얻을 수 있다는 점 등 장점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원작의 콘텐츠가 얼마나 많은 인기를 끌었느냐로 후발 콘텐츠의 성공은 판가름 나는 게 아니다. 원작의 메시지가 훼손되지 않는 선에서 옮겨가는 매체의 특성에 맞게 해체하고 다시 재조립해, 아류가 아닌 또 다른 완벽한 콘텐츠로 재생산해내야 한다. 원소스 멀티유즈 방식은 그런 면에서 상당히 세심하고 수많은 고민이 필요한 작업이다.
유지혜 기자 yjh0304@mkculture.com/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mbnstar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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