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천우희가 제35회 청룡영화상에서 여우주연상을 받았다. 천우희와 수상 소감은 며칠째 화제다. 이변이라는 시각도 있지만, 꼭 그렇지만은 않다. 영화 ‘한공주’에서 천우희가 보여준 집단 성폭력 피해 학생의 섬세한 감정 연기는 다른 후보작에서 선배들이 보여준 연기 못지 않았다.
천우희의 수상은 소속사 나무엑터스에도 기쁜 일이다. 나무엑터스에서 나온 청룡영화상 첫 여우주연상이기 때문이다.
과거 청룡의 유력 수상 후보들은 꽤 있었다. 특히 지난 2004년 영화 ‘주홍글씨’의 여주인공이었던 故이은주는 김종도 나무엑터스 대표에게 가슴 아픈 기억이다. 극 중 요염한 매력의 재즈 가수 역을 맡았던 이은주는 청룡의 트로피를 안지 못했다. 팬들은 다음을 기약했지만, 영화제 이후 3달 후 이은주는 안타까운 죽음을 맞이했다. 팬들과 나무엑터스 식구들은 더 슬퍼했다.
이후 김종도 대표는 청룡영화상의 ‘청’자만 나와도 마음이 아팠다. “상이라도 받고 갔으면 덜 쓸쓸했을 텐데…”라는 류의 말을 종종 했다고 한다. 그녀에 대한 기억의 아픔과 속상함이 컸다는 말이다. 그 때문에 김 대표에게 청룡을 찾는 길은 매번 힘겨웠다.
이은주가 떠난 지 9년이 지났지만, 그 아픔과 상처를 모두 지울 순 없다. 하지만 배우 천우희가 조금이나마 김 대표의 안타까웠던 기억을 덮어주는 역할을 했다. 김 대표가 나무엑터스의 첫 청룡 여우주연상 수상 획득과 함께, 감동스러워 울컥한 이유다.
청룡영화제 직후, 나무엑터스의 일화 하나. 천우희의 여우주연상 수상에 전 회사 식구가 고깃집에서 파티를 했다. 법인 카드 한도가 초과될 때까지 '폭풍 흡입’을 했다고. 즐거운 일을 모두가 축하했다. 새벽까지 축하파티를 즐기다 다음날 일정을 바로 가야 해 힘겨웠다지만, 나무엑터스가 생긴 이후 손에 꼽을 만한 행복한 날이었다는 전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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