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N스타 이다원 기자] 예상을 깨지 않는 아이돌 잔치였다. 그럼에도 다른 가요 시상식과 차이는 분명 있었다. 무대를 다각도로 활용했고 참신한 기획력으로 시상식을 다채롭게 구성했다. ‘뻔한’ 아이돌이 기획력과 ‘썸’을 타기 시작하니 보는 이들에겐 ‘굿’이었다.
21일 오후 방송된 2014 SBS 가요대전에서는 올해 가요계를 빛낸 가수들과 서태지, 고 신해철 등 전설적인 가수들의 특별한 무대가 마련됐다. 특히 아이돌 일색이었지만 그동안 봐왔던 무대와 달리 톡톡 튀는 아이디어를 첨가해 연말 축제 분위기를 한껏 살렸다. 특별한 콜라보레이션 무대와 스튜디오 외 다양한 클립을 넣어 시간을 번 것도 생방송 무대의 부담감을 최소화하기에 아주 좋은 전략이었다.
무엇보다도 슈퍼루키 스테이션, 힙합 스테이션, 메가 스테이션 등 여러 장르를 섭렵한 점이 눈에 띄었다. 댄스 음악에만 한정될 수 있었지만 위너(공허해), 포미닛(오늘 뭐해), 에이핑크(LUV) 등 자신의 히트곡을 새롭게 편곡해 듣는 재미를 선사했다. 에픽하이, 다이나믹 듀오는 각각 바비, 민호와 박정현과 함께 보는 공연이 아닌 눈과 귀 모두를 충족하는 공연을 완성해냈다. 위너, 러블리즈, 레드벨벳, 갓세븐 등 촉망받는 신예들이 자신들의 대표곡은 물론 록밴드 마룬5의 ‘무브스 라이크 재거(Moves Like Jagger)’를 상큼하게 리메이크한 무대도 흥겨웠다. 다양한 장르를 껴안고자 한 시도가 눈에 읽혔다.
↑ 사진=SBS 가요대전 방송 캡처 |
또한 크리스마스 시즌을 앞두고 공들여 기획한 캐롤 공연도 볼거리였다. 악동뮤지션은 ‘윈터 원더랜드(Winter Wonderland)’와 히트곡 ‘200%’를 연이어 부르며 깜찍한 매력을 발산했다. 에이핑크는 ‘미스터 추(Mr.CHU)’를 루돌프로 개사해 만든 ‘미스터 루’를 부르며 비투비와 환상 ‘케미(케미스트리 준말)’를 보여줬다. 또한 성시경과 에일리의 호흡을 엿볼 수 있었던 ‘베이비, 잇츠 콜드 아웃사이드(Baby, It's cold outside)’도 귀를 촉촉이 적셔줬다.
중간 중간을 채운 뮤직 클립도 1초 어긋남 없이 돌아가야 하는 생방송의 긴박감을 줄여준 동시에 라이브가 주지 못한 편안함을 안방극장에 전달한 효과도 있었다. 정용화가 팬을 위해 직접 만든 ‘팬송(Fan Song)’은 소극장에서 미리 촬영이 이뤄진 까닭에 사운드 보정 작업을 거친 안정된 음원을 들려줄 수 있었고, 에픽하이 역시 ‘본헤이터’ 무대에서 바비, 비아이, 민호 등과 함께 찍은 뮤직비디오 영상으로 가득 채우기도 했다.
↑ 사진=SBS 가요대전 방송 캡처 |
아이돌과 서태지의 합동 무대는 특별함을 벗어난 화합의 장이었다. 2PM은 ‘하여가’ ‘발해를 꿈꾸며’ 를 직접 소화해내며 원곡의 파워를 그대로 재현해냈다. 이어진 서태지의 공연도 콘서트 현장을 그대로 안방극장에 만들어 놓은 듯 했다. 사운드와 카메라 워킹에 예민한 그답게 세련된 록 사운드를 생생하게 전달했고 전혀 산만하지 않았다. 모두가 함께한 ‘마지막 축제’는 이날의 하이라이트였다. 재즈풍으로 편곡된 노래에 서태지와 여러 아이돌들이 무대에 올라 신나게 축제를 즐기며 피날레를 장식했다.
↑ 사진=SBS 가요대전 방송 캡처 |
이외에도 고 신해철을 기리는 ‘그대에게’와 유작 신곡 ‘리얼 월드(Real World)’ 무대는 뭉클함을 전달했다. 이를 지켜보는 아이돌들은 모두 일어나 경청했고 굳은 표정으로 고인의 비보에 안타까워하기도 했다.
이처럼 SBS 가요대전은 제작진이 “최고 음악 축제로 만들겠다”고 공언한 만큼 곳곳에서 심혈을 기울인 흔적이 가득했다. 무대의 전환이 바로 이뤄질 수 있도록 6개의 공간으로 나눠 공연 진행에 신속함을 더했고, 연출 아이디어도 훌륭했다. 3시간이 넘는 러닝타임을 효율적으로 채운 묘수가 빛났다.
이다원 기자 edaone@mkculture.com / 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mbnstar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