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N스타 손진아 기자] KBS2 주말드라마 ‘가족끼리 왜이래’에서 차강심(김현주 분)은 대오그룹 비서실장으로 일하고 있다. 오피스룩으로 단정하게 차려입고 깔끔하게 올린 머리를 한 채 업무를 보는 그의 모습은 누가 봐도 비서의 모습이다. 특히 그는 대오그룹에서 원더우먼 같은 존재다. 어떤 일이든 원더우먼처럼 나타나 해결하고 있는 것. 드라마 속에 비치는 ‘원더우먼’ 비서의 모습은 어디까지가 진짜일까.
MBN스타는 실제 한 회사에서 비서로 일하고 있는 비서 4년차 김모 씨를 만나 드라마 속에 등장하는 비서의 ‘허와 실’을 가려보았다.
드라마 속에 비춰지는 현실과 동일한 부분에 대해서는 “회사마다 다르긴 하지만, 단정한 정장 차림과 깔끔한 머리스타일을 고수하는 건 좀 다른 것 같다. 일단 단정하지만 정장과 캐주얼룩 사이로 입었고, 아마 차강심처럼 입으려면 월급 올인 해야 될 것 같다“며 웃었다.
이어 ”구두도 높은 구두는 똑딱거린다고 거슬린다고 신지 못하게 했다. 처음엔 당연 구두를 고수해야 된다고 생각해 구두를 사서 신었는데, 비서실장한테 호출 당했던 기억이 있다. 구두 대신 소리 안나는 플랫을 신고 다녔고, 드라마와 비슷한 부분이 있다면 사장님의 컨디션을 미리 눈치 채고 차를 더 신경 써서 타다주는 건 똑같다. 목이 안 좋은 것 같으면 목에 좋은 걸로 신경 써서 드리곤 했다“고 설명했다.
드라마만 봐도 비서들의 고충이 느껴지는 부분이 많다. 다리 쭉 뻗고 쉬고 있는 주말에 사장의 호출로 회사에 출근을 하는 경우도 있고, 사장의 손님 중 간간히 등장하는 진상 손님들로 인해 속상한 일이 생기기도 한다.
보통 업무를 소화하는 스케줄 역시 마음대로 조정이 가능하지 않다. 사장 일정에 맞춰야 하는 것은 당연하며, 출퇴근도 유동적이다. 김 씨는 “주말에 업무 보는 건 되도록 터치를 안하는 편이다. 가끔 중요한 손님이 오면 나오라고 할 때도 있지만 거의 없는 편이다. 스케줄은 일단 내께 아니다. 월차도 마음대로 못 사용하고, 퇴근도 사장님 퇴근 후에야 가능했다”고 밝혔다.
비서의 어두운 이면에 대해서도 털어놨다. 그는 “다른 임원들이 뒤에서 뒷말을 많이 했다. ‘쟤는 잘 안 웃는다’ ‘안 싹싹하네’ ‘화장을 잘 안하네’ ‘화장이 너무 진하네’ 사소한 부분까지 터치했었다. 가장 속상할 때는 사장 운전기사가 비서를 부려먹을 때였다. TV에선 기사보다 비서가 더 높지만 내가 겪은 현실은 좀 달랐다. 기사가 오래됐고 아저씨라 그런지 커피 타오라고 시키기도 하고 가끔 잔심부름을 시켰다”고 설명했다.
드라마에는 비서가 나오는 장면에는 사장님, 사모님이 다수 등장한다. 특히 사모님이 회사에 간간히 등장해 회사 업무까지 간섭하며 눈총을 주는 일도 다반사. 그는 “가끔 왔었다. 근데 드라마 속 사모님처럼 떽떽 거리며 간섭하거나 그러진 않았다. 근데 본인 일을 간접적으로 시키긴 했다. 사장님 시켜서 골프예약이나 가족 저녁 식사 예약 정도?”라며 “드라마와 다른 게 또 한 가지 있다. 드라마에서 보면 비서가 바로바로 전화 연결을 시켜주곤 하는데, 사실은 그러면 안된다. 무턱대고 전화 연결을 해줬다가 받기 싫은데 해줬다고 욕먹는 경우가 생긴다. 뭐든 사장님 의사를 물어봐야 한다. 차강심만 하는 걸 보면 비서가 진짜 할만 해 보일 수 있다. 예쁜 옷 입고 사랑 받고 존중 받고. 나마저도 보면서 ‘비서가 저렇게 좋았나?’ 헷갈릴 때가 있다. 차강심은 원더우먼처럼 회사 일을 뭐든 해결하곤 하는데 그건 불가능한 일인 것 같다”고 밝혔다.
손진아 기자 jinaaa@mkculture.com / 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mbnstar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