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N스타 박정선 기자] 영화 ‘상의원’은 조선시대 왕실의 의복을 만들던 상의원에서 펼쳐지는 조선최초 궁중의상극으로 아름다움을 향한 대결을 멋들어지게 그려냈다. 그만큼 ‘상의원’은 옷이 가지고 있는 힘을 적극 활용해 극을 이끌었다.
순 제작비의 15%에 해당되는 10억 원을 의상 제작비로 투입됐다는 기존 보도를 입증하듯 영화 속에서 의상에 대한 애정은 여실히 드러난다. 흔히 기존 사극에서 보여줬던 한복과는 다른 느낌이다. 또 다양한 방식을 통해 등장하는 옷들이 충분히 보는 이들의 시선을 사로잡을 만큼 매혹적이기까지 하다.
러닝타임 127분 동안 관객들의 시선을 빼앗은 의상은 ‘사람’을 이야기하려는 영화를 거드는 장치로 활용되어야 마땅하다. 조선에서 유행을 일으킨 천재 디자이너 이공진(고수 분)이라는 인물을 통해 주변인들이 어떻게 변화하는 지가 영화의 핵심이다.
공진의 반대편에는 전통을 대변하는 인물 조돌석(한석규 분)이 있다. 두 사람은 혁신과 전통을 대표하는 인물로 상의원이라는 공간을 배경으로 아름다움을 향한 최고의 대결을 선보인다.
조돌석은 이공진의 천재성에 대해 흠모와 질투를 함께 느낀다. 이공진 역시 평생 동안 옷을 지어온 장인에게 존경심을 비친다. 하지만 영화가 후반부로 접어들면서부터 두 사람의 대결은 아름다운 옷에 집중하는 탓에 힘을 잃고 만다.
오히려 두 사람의 단순한 대결보다 왕(유연석 분)과 왕비(박신혜 분)의 갈등이 더 돋보이는 형국이다. 왕과 왕비는 조돌석과 이공진의 대결에 일조하면서 극을 함께 이끌어가는 인물들이었다.
하지만 돌석과 공진보다 왕의 두려움, 외로움, 질투심 등이 보는 이들에게 강한 인상을 남긴다. 뿐만 아니라 후반부로 가면서는 왕이 아름다운 왕비를 홀로 둘 수밖에 없었던 이유까지 밝혀지고, 왕비를 향한 공진의 외사랑까지 더해지면서 더욱 중심을 잃는다.
‘상의원’은 왕과 왕비의 갈등, 조정의 암투, 왕비를 향한 이루어지지 않는 외사랑, 공진을 통한 ‘사람’ 이야기 등 다양한 그림을 그리려는 의도로 시작됐다. 당초 내세웠던 조선판 모차르트와 살리에르의 관계인 천재와 장인의 대결 구도까지 흐려지면서 남은 것은 아름다운 의상, 그 뿐이었다. 오는 24일 개봉.
박정선 기자 composer_js@mkculture.com / 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mbnstar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