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치면 지는 것, 미치면 이기는 것!”
장장 3시간여 동안 펼쳐진 가수 싸이의 콘서트 ‘2014 올나잇 스탠드’. 단 한 명도 지친 사람은 없었다. 현장을 가득 채운 1만 2천여명의 관객들은 마지막 순간까지 자리를 지키며 환호했다.
20일 오후 8시 서울 방이동 올림픽공원 체조경기장. 한파가 무색했다. 공연장에 들어서자 반짝거리는 가지각색의 형광봉이 눈앞에 펼쳐졌다. 찬바람에 시리던 눈이 번쩍 뜨였다. 차갑던 공기가 매캐하게 바뀌어 코를 간지럽혔다.
막이 오르자 함성이 터져 나왔다. 카운트다운과 함께 등장한 싸이. 흰색 의상을 입은 백댄서들 사이에 검은 옷을 입은 그가 돋보였다. ‘롸잇 나우(Right Now)’와 ‘연예인’을 잇따라 선보인 싸이는 단숨에 흥을 돋웠다.
땀에 흠뻑 젖은 그는 “올해 데뷔 14년차를 맞이한 가수, 시작은 엽기가수로 했음에도 최근 말도 안 되는 호칭을 얻은 가수, 이러나저러나 14년째 딴따라 싸이”라고 자신을 소개했다.
이어 “공연을 하다보면 시간을 못 맞춰 오프닝을 놓치는 관객들이 많다. 오늘은 정시출근이 성공적인 것 같다”며 “여러분들의 정시출근에 대한 고마움의 표시로 아주 늦게 퇴근시키도록 하겠다”고 열성적인 앵콜을 보내달라고 강요(?)했다.
또 “나는 모든 구역에 똑같은 에너지와 체력을 쓰지 않는다”며 “함성소리나 에너지가 열악한 곳은 철저히 외면한다. 심한 경우 그 구역 조명도 꺼버리겠다”고 ‘젊은이’ ‘1층’ ‘2층’으로 구역을 나눴다.
구역별로 함성을 테스트 해본 뒤 싸이는 팔짱을 낀 채 앉아있던 관객 8명을 뽑았다.
그는 “이 분들 목소리에 따라 오늘 공연의 길이가 결정된다”며 “소리 질러봐!”라고 격려했다. 그러자 8명은 목이 터져라 함성을 내질렀고 ‘챔피언’ 무대로 이어졌다. 드럼 소리로 시작된 ‘챔피언’ 무대는 싸이와 관객들이 함께 만들었다.
DJ.DOC의 ‘나 이런 사람이야’, 연말 분위기를 느끼게 하는 ‘어땠을까’ 무대가 이어졌다.
특히 싸이는 ‘어땠을까’에 대해 “연말공연인데 외로운 분들이 동성끼리 찾는 경우도 많다”면서도 “어느 순간, 왜 일까요? 가족 단위는 물론 많은 커플들이 반짝거리는 아름다운 사람들이 많이 찾는다”고 밝혀 웃음을 자아냈다.
그는 “긴 공연 중 딱 한번만 아름다운 커플에게 바치고자 한다. 카메라도 커플들만 잡아주세요. 하지만 조심하세요. 간혹 커플이 아닐 수도 있습니다”라며 “내가 전에 사귀던 사람과 헤어지지 않았다면 어땠을까를 생각해보세요”라고 말해 폭소케 했다.
물결처럼 이는 관객들의 형광봉 파도 뒤쪽 전광판으로 커플의 모습이 비춰질 때마다 따뜻한 분위기가 전해졌다.
훈훈하게 가라앉았던 분위기는 금새 뜨거워졌다. 싸이는 데뷔곡 ‘새’를 부르며 기운을 반전시켰다. 특히 이번 무대는 70년대 고고장을 연상케 하는 복고풍으로 꾸며졌다. 알록달록한 의상과 일렉트로닉 사운드를 쫙 뺀 반주가 귀에 꽂혔다.
이날 콘서트에는 가수 이적이 게스트로 참여했다. 그는 “하필 ‘빨개요’ 뒤라서 감정이 안 잡힌다”면서도 ‘거짓말 거짓말 거짓말’ ‘하늘을 달리다’ ‘왼손잡이’ 총 세 곡을 불러 싸이를 도왔다.
2부의 시작은 ‘환희’로 알렸다. 이어 ‘아버지’로 잔잔한 분위기를 연결했다. 아버지를 모시고 참석한 한 남성은 눈시울을 붉히기도 했다. 남녀노소 가릴 것 없이 감동의 도가니였다.
MBC ‘무한도전’에서 노홍철과 함께 했던 ‘흔들어주세요’로 분위기를 한 차례 뒤바꾼 그는 “올해 한 친구를 잃었다”며 “만남과 이별은정해져 있지만 남겨진 사람들에게 아픔은 너무 크다. 올해 떠나간 내 친구에게 이 노래를 바친다”며 ‘친구여’를 열창했다.
애잔한 노래가 끝나갈 무렵 뒤편 전광판에 등장한 인물은 故 신해철이었다. 추모 무대로 인해 장내 분위기는 다소 무거워졌다.
그렇지만 싸이의 힘은 이를 단번에 엎을 수 있다는 것. 그는 별다른 말 없이 힘 있는 무대로 열기를 다시 끌어 올렸다. 그는 ‘낙원’ ‘위 아 더 원(We are the one)’ ‘예술이야’를 부르며 관객들의 엉덩이를 들썩이게 만들었다.
이어 “2012년(‘강남스타일’ 발표 연도) 이후 무언가에 쫓기듯 승부를 보려고 했다. 내가 그렇게 변했다는 걸 작년에 깨달았다”며 “이제부터 헛짓하지 않고 음악만 하겠다”고 그간의 마음고생을 털어놓았다.
그럼에도 ‘강남스타일’ 반주가 튀어나오자 가수 본인을 비롯, 모든 팬들이 일어나 말춤을 추는 장관이 펼쳐졌다.
싸이가 무대 뒤로 사라지자 사람들은 “앵콜!”을 연신 환호했다.
다시 무대에 오른 싸이는 ‘댄
한편 싸이의 ‘2014 올나잇 스탠드’는 2년 연속 콘서트 부문 연간 판매 순위 1위(인터파크 2014년 공연 티켓 판매량 기준)를 차지했다. 21일, 24일(2회) 총 3회 공연을 남겨두고 있다. 게스트로 god, 현아가 참여해 기대를 모은다.
/사진 강영국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