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TV법정] “몸가짐 조심하고 다녀”…‘미생’ 마부장의 발언, 성희롱일까?

드라마, 예능프로그램을 보다 보면 황당하거나 호기심을 자극하는 장면을 접할 때가 있습니다. TV 속에서 벌어지는 일들이 과연 현실에서는 가능한지, 대수롭지 않게 넘어갈 수 있는 일인지 ‘TV법정’에서 알아보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편집자주>

[MBN스타 손진아 기자]

◇ 사건일지

직장 생활을 하다보면 기분 나쁜 일이 생기기 마련. 이는 tvN 드라마 ‘미생’에서도 리얼하게 소개돼 많은 이들의 공감을 불러 모았다. 직장 내 성희롱, 모욕 발언, 성차별을 당했을 때 상대방을 정당한 법을 통해 죄를 물을 수 있을까?

‘미생’에서 안영이(강소라 분)은 마부장(손종학 분)에게 “몸가짐 조심하고 다녀”라는 말을 들었다. 그는 “업무와는 상관없는 일이다”라고 잘라 말했다. 이후 또다시 안영이 앞에 나타난 마 부장은 “네가 이렇게 분냄새 흘리고 다니니까 조심하라는 거다” “상사한테 소리 지르고 남자 사원이랑 웃고 떠드냐” 등의 말을 퍼부었다.

안영이뿐만 아니다. 영업 3팀에 합류한 박 과장(김희원 분)은 장그래(임시완 분)에게 “고졸 이리 와봐” “개천에서 용 났구나” “할 줄 아는 건 당연 없을 테고 예쁘장하게 생겼으니까 얼굴마담하면 되겠다” 등의 모욕감을 안기는 발언과 성희록적인 발언을 늘어놓았다.

◇ ‘솔로몬’ 손수호 변호사의 선택은?

폭행 또는 협박으로 상대방을 추행하면 형법 제298조 강제추행죄가 성립하여 10년 이하 징역 또는 15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해지게 된다. 그러나 마부장과 같이 폭행이나 협박 없이 단순히 상대방을 희롱하는 이야기만 한 경우에는 강제추행죄가 성립할 수 없다.

마부장의 행위는 이른바 ‘성희롱’에 해당한다,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것과 달리 특별히 ‘성희롱’을 처벌하는 형벌 규정은 찾아보기 어렵다. 따라서 성희롱 죄를 지었다는 이유로 형사처벌을 받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마부장은 ‘안영이가 분냄새를 흘리고 다닌다’ ‘몸가짐이 조심스럽지 않다’라는 사실을 적시하여 안영이의 명예를 훼손했다. 또는 이러한 발언이 사실의 적시가 아니라고 보더라도 적어도 모욕 행위에는 해당될 것이다. 또한 마무방과 안영이 옆에 장백기가 있었기 때문에 공연성(전파가능성)도 인정된다. 따라서 마부장은 명예훼손죄 또는 모욕죄로 처벌받을 가능성이 있다.

한편 민사적으로 안영이는 마부장이 위와 같은 발언으로 인하여 입은 손해의 배상을 청구할 수도 있다. 만약 안영이가 정신과 치료 등을 받았다면 치료비 등 병원비, 회사를 그만두고 일을 하지 못하게 될 경우에는 그 임금 상당액, 그리고 마부장으로 인하여 입은 정신적 손해(위자료)의 배상을 구할 수 있다.

또한 직장 내 성희롱이 있을 경우 ‘남녀고용 평등 및 일 가정 양립에 관한 법률’이 적용된다. 따라서 사업주가 성희롱을 한 경우에는 1000만원 이하의 과태료, 사업주가 아닌 직원이 성희롱을 하였는데도 징계를 하지 않는다면 500만원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만약 사업주가 성희롱 가해자가 아닌 피해자를 해고하거나 징계할 경우에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원이하의 벌금에 처해지게 된다. 원인터가 마부장에 대한 징계를 하지 않는다면 과태료가 부과될 것이고, 오히려 안영이를 해고하거나 징계한다면 형사 처벌을 받게 되는 것이다.

박과장은 다른 직원들도 함께 있는 사무실에서 장그래를 ‘고졸’이라고 무시했으며 ‘얼굴마담’을 하라고 말했다. 이는 장그래에 대한 모욕이다. 따라서 형법 제311조가 적용되어 1년 이하의 징역이나 금고 또는 2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질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모욕죄는 피해자인 장그래가 고소를 하여야 처벌될 수 있으므로, 고소하지 않고 그냥 조용히 넘어가게 되면 모욕죄로 처벌되지 않다. 장그래는 박과장을 고소하더라도 그 일이 있은 날로부터 6개월 안에 하고, 만약 6개월이 지나버리면 고소할 수 없다.(형사소송법 제230조).

이러한 모욕적인 발언과 함께 사적인 심부름을 시킨 것도 문제가 된다. 형법 제324조에 있는 강요죄에는 해당하지 않을까 하지만 형법상의 강요죄는 폭행 또는 협박으로 사람의 권리행사를 방해하거나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한 경우에 성립하므로, 박과장의 경우처럼 특별히 폭행이나 협박을 하지 않은 경우에는 강요죄가 성립하기 어렵다. 하지만 비록 강요죄 등 형사 처벌 대상은 아니라 할지라도, 박과장이 직장 내에서 장그래에게 사적인 심부름을 시킨 것은 불법행위이므로, 장그래만 원한다면 그로 인한 손해 특히 정신적 손해에 대한 배상(위자료)을 받을 수 있다.

손진아 기자 jinaaa@mkculture.com / 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mbnstar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