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경제 스타투데이 강태명 기자]
직캠은 유용한 홍보 수단으로 자리 잡았지만 부작용도 만만찮다. 현직기자와 직캠족, 기획사 사이에 이해관계가 얽혀 있다. ‘좋은 게 좋은 식’으로 넘어가면 어떠냐고 하지만, 문제가 곪으면 언젠가 터지게 마련이다.
쉬쉬할 수 없는 부분이 몇 가지 있다. 홍보를 위해 직캠족을 기자보다 우대하는 영세 기획사의 경우, 직캠이 회사 수익의 일부를 침해할 때 온라인을 통해 공개된 직캠의 저작권 문제 등이 해당된다.
이는 굉장히 민감한 문제인 만큼 소속사와 직캠족들 사이에 의견 대립도 팽팽한 부분이다.
일부 기획사는 직캠 제작자들을 기자처럼 대우하기도 한다. 언론의 관심을 크게 받지 못하는 영세 기획사에게는 돈이 들지 않는 직캠이 유용한 홍보 수단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런 경우가 잦아지면 팬과 연예인의 경계가 무너져 무질서한 상황이 발생하기 쉽다는 지적이다. 기자와 같은 권한을 가진 직캠족은 한시도 연예인 곁을 떠나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베스트윌엔터테인먼트 권영준 대표는 “일부 직캠 제작자들과 소속사가 가까워지면 대기실에서도 그들을 볼 수 있다. 심지어 차량 동선을 파악해 쫓아가는 부류도 있다. 이들은 팬인 동시에 콘텐츠 생산자로서 절대적 우위를 가진 존재다”고 말했다.
이어 “이런 상황에서 언론사 기자들이 취재권을 행사하면 직캠족들은 박탈감을 느낄 수 있다. 그래서 기자를 사칭하는 등 지나친 월권 행위를 일삼는 이들도 많다. 결국 현직기자와 직캠족 사이에 적대시하는 분위기가 조성된다”고 밝혔다.
부정적 측면이 개선되지 않는다면 직캠 홍보와 매체 홍보가 양립할 수 없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언론사 기자들이 해당 소속사의 그룹에게 관심을 돌리더라도 난잡한 분위기가 형성돼 있다면 다시 고개를 돌릴 수밖에 없다.
또한 직캠 홍보가 필요했던 신인 걸그룹이 어느 정도 인지도를 쌓았다면 자연히 언론사 기자들의 취재 대상이 된다. 그렇다면 굳이 소속사에서 직캠족을 섭외할 필요가 없다.
권 대표는 “소속 그룹이 유명해지면 유력 매체에서 자발적으로 취재를 나간다. 소속사 입장에서 보면 한 순간에 직캠은 격이 떨어지는 홍보 수단이 되는 것”이라며 “초창기부터 함께 했던 직캠 제작자라면 억울할 수 있겠지만 일부 극성 직캠족들 때문에 생긴 부정적 인식이 그들의 가치를 떨어뜨린 격이다”고 말했다.
이는 직캠 제작자도 인정하는 점이다.
직캠 제작자 A씨는 “직캠 문화는 제재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면서도 “다만 일부 몰지각한 사람들이 자중할 수 있도록 교육할 필요가 있다. 교육만으로 안 된다면 페널티를 주는 방안도 찾아봐야 할 것”이라고 조심스레 의견을 밝혔다.
▲ ‘찍덕’과 ‘잡덕’의 아슬아슬한 경계
기획사는 쇼케이스, 콘서트, 사인회 등 공식 행사들을 촬영해 DVD, 화보집 등을 제작한다. 이러한 머천다이즈(Merchandise)는 주요 수익 사업이다.
하지만 여기서도 대형 기획사와 영세 기획사의 양극화가 심하다. 대형 기획사의 인기 그룹은 늘 스케줄이 빡빡하다. 반면 영세 기획사의 비인기 그룹은 행사 일정 하나조차 잡기 어렵다.
가령 팬이 적은 신인그룹의 경우 꾸준한 수익구조를 만들기 위해서는 새로운 팬층의 유입이 필요하다. 조그만 행사라도 기획해 팬덤 형성의 기회를 만들어야 한다. 여기에 쉽게 동원할 수 있는 게 직캠 제작자다.
문제는 직캠 영상이 기획사의 수익을 침해할 수 있다는 것.
권 대표는 “유료 콘서트까지 침투해 영상을 찍는다면 공연을 DVD로 제작하는 기획사의 경우 판매에 지장을 받는다. 보통 공연 실황 DVD가 가수나 무대의 전체적인 모습을 담는다”고 설명했다.
반면 “직캠은 한 멤버만 찍기 때문에 가수의 조그만 부분까지도 보고 싶어하는 팬들은 직캠을 선호한다. 상품 경쟁력에서 밀리는 기획사 영상은 인기가 없어져 판매도 부진하게 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같은 콘텐츠로 경쟁하다 보니 직캠족들의 영상이 점차 선정적으로 바뀐다는 지적도 있다. 직캠 제작자 입장에서는 자신의 영상을 보는 사람이 많을수록 좋은 일이기 때문에 노출이 극대화된 장면을 포착하기 위해 애쓴다.
다만 직캠족 사이에서도 이런 부류를 ‘잡덕’이라고 부르는 최소한의 윤리적 마지노선은 있다. 또 열풍을 일으킨 EXID의 경우는 이례적이라는 평가다.
직캠 제작자 A씨는 “신인그룹과 같이 대형 팬덤이 없어 꾸준한 수익구조를 만들지 못한 중·소형 기획사에는 직캠 제작자들이 큰 도움이 되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인기 그룹의 경우 자체 제작한 상품을 팔아야한다. 그들에게 직캠은 수익에 방해되는 요소다”라며 “직캠은 수익이 소수 팬의 범위를 크게 벗어나지 않는 아주 작은 영역이다. EXID의 사례는 홍보 수단으로써 직캠이 이례적으로 주목받은 경우”라고 딱 잘라 말했다.
다른 직캠 제작자는 “EXID의 직캠 열풍에는 선정적인 안무도 빼놓을 수 없는 요소다. 이번 일을 통해 더 선정적인 영상을 찍으려는 직캠족이 늘어나는 것 아닐까 걱정하는 사람도 많다. 직캠에 대한 관심이 커질수록 자중할 필요가 있다”고 평했다.
저작권 문제는 초상권·음원수익·머천다이즈 수익에 모두 걸쳐 있다.
특히 직캠 영상을 SNS에 공개하지 않고 은밀하게 판매한다면 심각하다. 이런 경우는 회사 차원에서도 증거자료를 찾기 어렵다. 이런 제작자들 중엔 수천만원을 번 사람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권 대표는 “불법 초상권 상품 판매는 명백히 회사의 권리를 침해하는 일이다. 만약 회사가 증거자료를 찾아 법적 대응을 해도 팬을 고소한다는 여론의 악영향을 맞을 수도 있다. 이들을 관리하는 블랙리스트를 만드는 경우가 최선이다”고 말했다.
유튜브에 게재하는 영상으로는 수익을 얻을 수 없다. 유튜브 정책에 따르면 직캠에 녹음된 음원은 원 음원 저작권자 소유다. 원칙상 ‘제3자 콘텐츠’로 분류돼 해당 가수의 저작권으로 돌아간다. 변형시켜도 저작권 자동검출 시스템을 피할 수 없다.
유명한 직캠 제작자의 경우 광고가 붙을 수 있는데, 파생적인 광고 수익은 음원 제작 관계자들에게 귀속된다.
결국 직캠 제작자들은 자신의 영상이 높은 조회수만 기록하길 바랄 뿐이라는 뜻이다.
권 대표는 “유튜브 조회수가 높은 것은 하나의 권력이다. 포털사이트 이상의 홍보효과를 지닌 유튜브에서 수십만 조회수를 기록한다면, 막대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는 증거가 된다”며 “이를 소속사와의 협상 카드로 이용해 인지도가 낮은 그룹의 독점 영상을 촬영하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수익이 소속사로 돌아가는 한 ‘미묘한 공생관계’는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A씨는 “원 저작권자가 직캠 제작자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한 경우는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 고의적으로
한편 한 보이그룹의 경우 저작권 침해를 문제 삼아 유튜브 영상의 음원들을 모두 ‘음소거’ 처리한 바 있다. 앞서 밝혔듯 이러한 조치는 팬들의 반발을 살 수 있지만, 법적으로 타당한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