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N스타 여수정 기자] “승희에게, 날 떠나며 말했지 신을 찾고 싶다고”
떠나간 승희에게 보내는 독백 형식의 편지와 좀처럼 찾을 수 없는 대사, 갸우뚱거리게 만드는 내용, 영상을 가득 채운 배경음악. 이는 모두 영화 ‘철의 꿈’의 특징이다. 영화를 보는 관객 입장에서는 이점이 다소 불친절하게 다가올 수도 있겠지만, 더할 나위 없는 작품의 강점이자 관객을 자극할 요소이다.
지난 11월13일 개봉한 ‘철의 꿈’은 2012년 1월 크랭크인해 2013년 7월 크랭크업했다. 꽤 신선한 작품이었음에도 1351명의 누적 관객수만을 기록한 채 조용히 막을 내렸다.
‘철의 꿈’은 한반도에서 가장 오래 된 그림인 울산 암각화 속 고래가 세계적 규모의 조선소가 되기까지 시공간의 흐름을 되짚어보는 작품이다. 개봉 전 이미 토론토국제영화제, 뉴욕현대미술관 MoMA 공식 초청, 베를린국제영화제 넷팩상 수상, 제15회 로마 아시아영화제 최우수다큐멘터리상 수상 등 유수의 영화제에서 호평을 받은 바 있다.
↑ 사진=포스터 |
특히 ‘철의 꿈’에는 흔하디흔한 대사가 전혀 없다. 승희를 위한 남자의 독백과 중간 중간 잠시 언급되는 조선소 직원들의 설명이 전부다. 그래서 더욱 더 다양성 영화 다큐멘터리가 주는 ‘난해함’이 강조되지만 새롭고 신선하다.
이미 ‘해적-바다로 간 산적’을 통해 퀄리티 높은 CG의 고래를 봤던 관객들에게 ‘철의 꿈’은 진짜 고래를 선물한다. 고래를 가까이에서 촬영한 영상이 공개됨과 동시에 너도나도 숨죽이고 지켜보게 된다. 존재만으로 신비하게 바다의 신 같다. 바다의 신 고래가 떠나간 자리에 철이 가득하다. 이를 통해 사람들이 진짜 신(암각화 속 고래)을 잊고 거짓 신(철)만을 중요시 여기며, 점점 신보다 더한 능력을 얻게 됨을 깨닫게 한다. 그래서 영화를 보는 내내 산업의 발달까지 되돌아 볼 계기를 준다.
너무나 함축적이고 비유적이라 여러 번의 감상이 필수다. 하지만 극 초반의 불교의식, 중반의 암각화 속 고래와 고래, 후반의 조선소 중 어느 부분을 중점에 두고 보느냐에 따라 각기 다른 메시지를 받아 낯설지만 기발하다.
고래의 영상만큼이나 ‘철의 꿈’의 마지막은 작품을 다시 한 번 되짚어주는 듯해 눈길이 가고, 익숙한 클래식이 주는 편안함 덕분에 경쾌하기까지 하다.
단순히 웃고 즐기는 영화에 지친 관객이라면 ‘철의 꿈’을 통해 복잡 다양한 감정을 느껴보는 것도 좋다. 거기에 쉽게 접할 수 없는 거대한 배 제작 과정도 볼 수 있다.
여수정 기자 luxurysj@mkculture.com / 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mbnstar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