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한류 스타가 아니다. 기회가 왔을 때 중국말로 내 노래를 불러 놓고 싶었을 뿐이다.”
가수 박혜경이 15일 오후 서울 상수동의 한 중식당에서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이처럼 밝히며 “운 좋게 주성호 선생님을 만나 맥스스타를 추천받았다. 중국 팬들이 내 이름을 들었을 때 ‘어떤 노래’를 듣고 싶다고 요청할 수 있을만한 곡을 내는 것을 목표로 열심히 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오래 전 중국과 인연을 맺었다. 한 팬과의 우연한 만남이 마음을 움직였다.
박혜경은 “중국 문화를 알아야 할 것 같아서 배낭여행을 많이 다녔다. 그때 만난 한 팬이 한국음악을 좋아했다. 그래서 어떤 음악을 듣는지 들려달랬더니, 내 노래였다”며 “목록을 보니 데뷔곡부터 최근 곡까지 모두 갖고 있었다. 게다가 배우 장쯔이의 스타일리스트였다. 이 만남이 중국 진출에 대한 자신감을 불어넣었다”고 회상했다.
이어 “굳이 해외 진출 대상으로 중국을 콕 찍었던 건 아니었다. 이런 뒷이야기가 있다”며 “유럽은 10시간 이상을 비행기를 타고 가야한다. 만약 유럽에서 저런 일을 겪었다면, 나를 알아보는 사람이 있더라도 진출하는 데 고민이 있었을 것”이라고 중국을 선택한 나름의 이유를 밝혔다.
박혜경은 이날 오후 3시(한국시각) 중국 첫 싱글 앨범 ‘송 버드(Song Bird)’를 발표했다. 신보에는 중국 록음악의 대부 친융과 듀엣으로 부른 ‘웨이아이즈더마’를 수록했다. 이 곡은 한국곡 ‘그대안의 블루’를 중국어로 개사한 것으로, 대만의 유명 작사가 허세창이 가사를 썼다.
그는 1년여간 이 곡을 녹음하던 중 나라짱닷컴 주호성 대표를 만났다. 주 대표는 가수 겸 배우 장나라의 아버지로, 박혜경을 중국의 종합엔터테인먼트 기업인 맥스스타그룹에 적극 추천했다.
맥스스타그룹은 장나라의 중국 음반 유통과 엑소(EXO)의 첫 중국 진출 쇼케이스를 진행했다. 올해 한국지사를 설립하며 활동 반경을 넓혔다. 중국에 진출하고자 하는 한국엔터테인먼트사 및 가수와의 협력을 통해 한류의 능동적인 해외 진출에 힘을 보탠다.
맥스스타와 본격 손을 맞잡은 1호 한국 가수가 박혜경이다.
맥스스타 당월명 사장은 “한국 아이돌은 화려한 외모와 훈련을 통한 완벽한 안무를 가지고 중국에 들어온다. 하지만 현재 중국의 대중음악을 발전시키는 데 필요한건 ‘연예인’이 아니라 ‘가수’다. 그 시발점이 박혜경이 됐으면 좋겠다”며 “음색도 정말 예쁘다. 또한 중국에 많은 음원이 벌써 퍼져있다. 많은 곡이 활동 전부터 사랑을 받고 있다”고 박혜경과의 협력을 결심한 이유를 설명했다.
이어 “중국의 대중문화는 포용적이다. 몇년전 진출했던 아이돌 그룹들이 다양한 매력으로 여전히 사랑받고 있다. 박혜경도 다르지 않을 것”이라고 성공을 자신했다.
당 사장은 “중국 시장도 시스템 정리가 많이 진척됐지만 여전히 불안정하다. 가령 한 가수의 앨범이 20만장 팔린다면, 그 10배가 불법으로 유통된다. 현실상 제재가 안 된다. 온라인도 마찬가지”라며 “우리 사업도 음원 수익보다 매니지먼트에 집중한다. 그래서 첫 계약인 박혜경이 소중하다. 이를 계기로 또 다른 한국 가수와 인연을 맺을 수도 있을 것”이라고 우려섞인 각오를 전했다.
또한 당 사장은 아이돌 위주에서 예능프로그램으로 대세가 넘어간 연예계 판도에 대해서도 설명했다.
그는 “최근 중국 문화는 시각 중심으로 바뀌었다. 예능이나 아이돌 모두 시각적 즐거움이 크다. 하지만 박혜경은 시각보다는 청각이다. 박혜경의 가장 큰 장점은 17년의 경험이다. 가수로서의 역량은 시장이 다르다고 해서 바뀌지 않는다. 장점을 고스란히 가져갔으면 좋겠다”면서도 “가수이면서 배우이고 모델이기도 한 사람이 많다. 이 부분은 배우로서의 길을 모색하는 과정에서 차츰 메워야할 숙제다”고 말했다.
이처럼 중국 진출은 대외적 여건에 따라 변수가 많다. 다만 아티스트로서 필요한 ‘프로정신’은 늘 밑바탕에 깔려 있어야 한다. 박혜경은 이 부분을 강조했다.
박혜경은 “한류가 통하는 이유로 꼽는 게 ‘프로정신’이다. 정신력은 분야를 가리지 않는다. 나도 가수로서의 프로정신을 가지고 활동한다면 어떤 길이든 열릴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중국은 워낙 방대한 시장이기 때문에 기존 분들과 똑같이 하지 않더라도 나만의 길을 개척할 수 있을 것이다. 어떤 식으로든 도전해보는 건 한국가수로서 좋은 일이다. 꽉 짜인 계획대로 움직이는 것 보다 과감히 모험수를 던졌다”고 힘주어 말했다.
이어 “한국가수 중 중국에 완전히 몰입해 공연을 하고 맞춤노래를 만드는 사람은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철저히 나를 현지화 하겠다. 중국의 훌륭한 가수들과 함께 노래해보고 싶다. 곡을 쓰며 같이 음악을 공유하는 게 재미있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부담은 없다. 그는 “어떤 결과물을 내겠다고 시작한 건 아니다. 한국과는 달리 중국에서는 하루나 이틀 안에 결판나지 않는다. 어떤 곡은 2년 뒤에 뜨기도 한다”며 “내가 노래할 수 있
마지막으로 박혜경은 한국 활동에 대해서도 욕심을 보였다.
그는 “ 예전에 나와 함께 활동했던 세대들의 가수들도 한국에서 다시 활동을 하고 있다. 다음 앨범은 모두 자작곡으로 한중 동시 발표를 하고 싶다”고 말했다.
/사진 강영국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