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N스타 이다원 기자] 2014 TV는 악당들이 포위했다. MBC ‘왔다 장보리’ 흥행 히로인 연민정(이유리 분)부터 케이블채널 OCN ‘나쁜 녀석들’, 아침드라마 속 여러 악당들까지 밉지만 미워할 수 없는 캐릭터들에 시청자들은 열광했다. 한해를 수놓은 악당 캐릭터 가운데 주인공보다 존재감이 두드러졌던 이들은 누가 있을까.
◇ 누가 뭐래도 ‘연민정’의 해
올해는 누가 뭐래도 연민정의 해였다. ‘암 유발자’라는 별명도 얻으며 주인공 장보리(오연서 분)보다도 커다란 존재감을 보였기 때문. 또한 연기를 했던 이유리는 악녀 캐릭터였음에도 그 개성 그대로 살려 각종 광고 모델로 기용되는가 하면, MBC 여러 프로그램에 출연하며 제2의 전성기를 열었다.
연민정이란 캐릭터의 매력은 거침없는 ‘폭주’에 있었다. 오로지 출세만을 위해 신분을 세탁하고 친딸까지 버리지만 전혀 가책 없이 계속 악행을 저지른다. 자신의 딸을 거둔 장보리를 끊임없이 위기에 빠뜨리고, 필요하다면 남편까지도 협박해 뜻을 이루려 한다. ‘사람이 얼마나 악해질 수 있나’를 그대로 보여준 연민정은 누구나 갖고 있지만 도덕적으로 억누를 수밖에 없는 악에 대한 욕망을 ‘대리만족’시키며 큰 인기를 얻었다. 또한 시간이 지날수록 혼자 고립되자 연민의 정까지 자아내 시청자의 다양한 감정을 자극했다.
↑ 사진 제공=SBS, MBC, CJ E&M, 디자인=이주영 |
◇ 이해 못해, 재벌2세 악녀!
올해에도 상식 밖의 재벌 2세 악녀들이 여지없이 등장했다. MBC 아침드라마 ‘모두 다 김치’ 박현지(차현정 분)는 유하은(김지영 분)의 남편 임동준(원기준 분)을 빼앗는 것도 모자라 김치 사업을 망가뜨리려 각종 음모를 꾸몄고, 의붓오빠 신태경(김호진 분)의 목숨까지 위협하며 자신의 자리를 지키고자 했다. 또한 악행이 모두 들통나자 시한부 선고를 받은 임동준에게 죄를 뒤집어씌우는가 하면, 교도소에 수감됐지만 끝까지 죄를 뉘우치지 않아 보는 이의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SBS 아침드라마 ‘청담동 스캔들’ 속 재벌2세들의 악행은 더욱 잔인하다. 강복희(김혜선 분)는 첫째 아들 복수호(강성민 분)가 무정자증이고 둘째 며느리 이제니(임성언 분)가 난임인 사실을 알고 둘째 아들과 첫째 며느리 은현수(최정윤 분)를 이용해 인공수정하려는 무시무시한 계획을 세웠다. 다행히 이를 안 은현수가 시어머니의 계략을 피해갔지만 강복희는 이에 굴하지 않고 각종 모함과 음모를 꾸며 ‘최악의 시어머니’ 캐릭터를 완성했다.
↑ 사진=MBC·SBS 방송 캡처 |
◇ 사회가 만든 ‘나쁜 놈’
실제 심성이 나쁘지 않았지만 사회가 만든 악당들도 시청자의 큰 사랑을 받았다. 인기리에 방송중인 SBS 수목드라마 ‘피노키오’ 송차옥(진경 분)은 MSG 사회부 기자로서 명예에 눈이 멀어 사실을 왜곡해 황색 보도를 일삼았고 급기야 소방대장 기호상에게 동료대원들을 사지로 몬 화재 참사의 탓을 돌려 그의 가정을 파탄에 이르게 했다. 그럼에도 한치의 흔들림 없이 자신의 잘못이 아니라고 합리화했고 양심 없이 행동해 보는 이들의 속을 끓게 했다.
케이블채널 tvN ‘미생’ 속 마부장(손종학 분)도 악의가 있는 건 아니지만 가부장적 사회와 남성우월주의가 만들어낸 괴물이었다. 성희롱을 일삼고 부하 직원에게 손찌검까지 하는 나쁜 상사의 최고봉이다. 또한 여자는 무조건 무시하고 보는 가부장적 사고나, 후배의 좋은 아이디어를 슬쩍 훔치는 파렴치한 면모가 ‘미생’ 속 재미를 더욱 돋우고 있다.
◇ 악당들만 모았더니 열풍? ‘나쁜 녀석들’
아예 악당들만 모았더니 시청률 ‘대박’을 친 작품도 있다. 케이블채널 OCN ‘나쁜 녀석들’이 바로 그 주인공이다. 악을 처단하기 위해 최고의 강력범죄자들을 모아 팀을 꾸린다는 기발한 설정에서 시작한 이 드라마는 죄인보다 더 나쁜 형사 오구탁(김상중 분), 조직 폭력배 박웅철(마동석 분), 싸이코패스 연쇄살인범 이정문(박해진 분), 살인청부업자 정태수(조동혁 분) 등 전과만 모아도 ‘어마무시’한 등장인물을 아울러 선굵은 남자드라마를 완성했다.
‘나쁜 녀석들’은 지난달 첫 방송한 이후 케이블 드라마임에도 지상파 못지않은 큰 인기를 얻었다. ‘19금’ 제한에도 시청률 3% 대를 넘어서며 OCN 역대 최고 시청률을 기록했다. 또한 시즌2 제작 요청이 빗발칠 정도로 두터운 매니아층을 형성하며 ‘악당 드라마’의 저력을 보여줬다.
이다원 기자 edaone@mkculture.com / 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mbnstar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