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웃으며 즐겁게 삽시다. 전체적으로 대한민국 분위기가 처져있는데 억지로라도 웃어보자고요. 웃어야 좋은 일이 생겨요. 하하하.”
임창정은 24일 새 미니 앨범 ‘친한 사람’을 발표했다. 이에 앞서 지난 21일 인터뷰를 가진 그는 이같이 말하며 이번 앨범을 소개했다.
그는 “이번 신곡은 팬 서비스 차원에서 만든 곡”이라며 “팬들이 도와준 덕분에 큰 공연장에서 ‘어마무시한’ 콘서트도 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임창정 지난 5월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내 위치한 SK핸드볼경기장에서 첫 단독 콘서트를 열었다. 당시 공연장은 관객들의 열기로 뜨거웠다.
하지만 ‘보답’에 그치기에는 비슷한 시기에 대형 가수들이 함께 컴백해 부담이 클 법하다. 힙합의 지디&태양, 발라드의 박효신, 걸그룹 에이핑크 등 쟁쟁한 가수들이다. 임창정은 이에 대해 “부담감은 전혀 없다”면서도 “굳이 꼽자면 ‘지디&태양’을 신경 쓴다. 같이 빠른 느낌의 곡이니까. 박효신은 나랑 과다 다르다”고 농담 섞인 반응을 보였다.
“난 이미 1위를 많이 누려본 사람이에요. 물론 한 번 더 하고 싶긴 하지만 또 욕심을 내는 건 정말 욕심일 뿐이죠. 어느 때가 되면 하느님이 또 응답을 주지 않을까 생각해요. 즐겨요 그냥, 즐기자고요. 억지로라도 웃을 때 좋은 일이 생기니까요. 잘 되려고 나온 건 아니고 즐기려고 나왔어요. 나 혼자 웃으려 하기보다 ‘웃음전도사’가 되고 싶네요. 팬들에게 보은의 의미이기도 하고 말이죠. 하하하.”
그는 계속해서 웃었다. 자신만의 ‘행복 철학’도 있다. 임창정은 “호사다마”를 말했다. 그는 “인생이 100년이라면 행복과 불행이 반반이다. 50년의 행복을 한번에 모두 써버리면 나머지 50년을 불행하게만 살 건가? 행복과 불행이 반복되는 게 인생”이라고 설명했다.
‘임박사와 함께 춤을’ 뮤직비디오에 60여 명의 게스트들의 셀프영상이 등장하는 이유다. 유쾌한 웃음을 전하려는 뜻이다. 뮤직비디오 촬영 전날 요청 전화를 돌렸다. 힘들 때 스타들의 모습을 보면서 다 같이 웃자는 의미에서다. 가공한 느낌을 없애기 위해 꼭 휴대폰으로 찍어달라고 했다.
임창정은 “카메라로 찍으면 연출이다. 하지만 휴대폰은 자기 사생활, 자기 휴대폰을 보고 웃는 것”이라며 “카메라 밖에서 웃을 수 있는 사적인 느낌이 필요했다. 내 의도대로 잘 나왔다”고 만족스러워 했다.
영상에 담지 못한 인물이 있어 아쉽기도 하다.
“정우성은 요청하자마자 바로 ‘톡’을 쏴줬어요. 영국 출국 차 공항이랬는데 비행기 안에서 찍어 보냈더라고요. 그런데 재생이 안되는거예요! 다시 찍어달라고 부탁했더니 비행기가 이륙하는 바람에 연락이 끊겼어요. 정우성을 못 넣은 게 한이죠. 제일 먼저 받았는데. 억지로 가져다 쓰는 것도 아니고 자기가 찍어서 보내준 건데. 왜 하필 그때 영국을 가냐고. 하 참.”
아쉬운 인물이 한 명 더 있다. 싸이는 영상 요청을 받고 계속 다른 이야기만 해 골치가 아팠다고 한다. 임창정은 “싸이는 영상 이야기만 꺼내면 내가 자기한테 사주기로 한 차 이야기만 하더라”며 “싸이가 신인 때, 성공하면 내가 차 한 대 사주기로 했었다”고 털어놓았다.
“전화를 했을 때 싸이는 중국이었어요. 어렵게 영상 이야기를 꺼냈는데 ‘형, 내가 이걸 지금 안하면 어떻게 보답을 해야 하나요?’라고 묻더라고요. ‘미안해 할 필요 없다’고 말해줬죠. 그랬더니 ‘자기 잘되면 차 사준다더니 왜 아무 말도 없냐’고 보채더라고요. 웃긴 놈이죠. 그래서 ‘지금 넌 잘 된 거 아니다. 더 잘돼야 하는 거다. 나한테 사줄 생각을 못할망정···. 다음 뮤직비디오에 너 주인공으로 써줄게’라고 전화를 끊었어요. 말만 번지르르한 놈이야 아주. 하하하.”
이렇게 모은 영상은 화질이 좋지 않아 보정을 수차례 거쳐야만 했다. 또 영상 작업만큼 곡 작업에도 오랜 시간이 걸렸다. 12집 때 만든 노래지만 후속 활동을 하지 못했고, 살을 덧붙여 더욱 완성도 있는 곡으로 만들어야 했기 때문. 이박사의 ‘뽕짝’과 걸그룹 EXID 멤버 LE(엘이)의 ‘랩’도 포함됐다.
“이박사가 웃음코드에 딱 맞았는데 노래 부분이 많이 없어서 추임새처럼 돼버렸어요. 그래서 여러 차례 편곡을 거쳤더니 장르가 불분명해졌네요. 수정을 거듭하다 보니 곡 작업에만 7개월이 걸렸어요. 또 요즘 래퍼라고 하면 EXID의 ‘엘이’를 다 알고 있더라고요. 당장 섭외를 했는데 만나고보니 엄청 수줍어하더라고요. 랩을 하는 애인지 아닌지 헷갈릴 정도였는데 녹음에 딱 들어가니까, 기계음을 넣었나 싶을 정도로 목소리 예술! 딱 세 번 녹음했어요. 세 번째 녹음분을 1절에, 첫 번째 녹음분을 2절에 넣었어요. 맛깔나게 잘하니까 하나라도 버리기 아까웠죠. 하하.”
이박사는 임창정과 함께 방송 활동을 하지 않는다. 뮤직비디오 출연 부분이 적어 방송까지 부탁하기엔 임창정의 면이 서지 않았다. 엘이는 뮤직비디오에 출연하지 않았다. 그럴 경우 방송활동도 함께 해야 하기 때문. 그래서 방송 무대는 ‘예쁜 여성’이 등장하는 모습만 연출로 꾸며질 예정이다.
하지만 노림수는 철저하다. 임창정은 “일본에서 인기 많은 이박사님 때문에 선풍적인 인기를 끌 것 같다. ‘짱구춤’ 같은 포인트 안무도 있다. 유튜브 영상을 노리고 만들었다. 당연한 노림수다”며 웃었다. 또 “발라드만 하다가 다시 댄스를 하기 때문에 주책이라 할 수도 있다. 그래도 외국 반응도 좋고 웃을 수 있는 작품이니 기분이 좋다”고 말했다.
“나의 사생활, 콘서트 장면 등을 모아서 그 위에 음악을 얹은 것이 ‘흔한 사람’ 뮤직비디오예요. 가사는, 모든 곡이 마찬가지지만, 내 경험담을 토대로 썼고요. 있을 법한 얘기로 살을 덧붙인 정도죠. 제가 좋아하는 여자들이 한둘이겠나요? 하하하. 말하지 못하고 넘어가는 경우도 있을텐데, 그렇다면 ‘친한 사람’이 아닐까 생각해요. 오래 전 짝사랑했던 그 사람을 ‘친한 사람’이라고 말할 수밖에 없는 그런 감정을 표현했어요.”
아련한 감정은 예전 그대로 곡에 표현됐지만, 음악적 기교는 담백하게 기름을 뺐다. 오디션 프로그램에서 흔히 접할 수 있는 ‘말하듯 노래하는’ 방법을 임창정도 터득하게 된 것. 그는 실제로 자신의 곡 ‘슬픈 혼잣말’로 노래 시범을 보이며 “김형석(작곡가)이 이전부터 이야기했다. 노래 잘 부르려고 하지 말고 내려놓고 가만히 좀 불러보라고. 그 말을 이제 이해하게 됐다”고 밝혔다.
“나이가 들면서 목소리에도 변화가 생겼죠. 하··· 젊을 땐 3옥타브 미까지 진성이 올라갔는데 이제는 안 돼요. 방송에 증거자료도 있다니까요? 하하. ‘흔한 사람’이 3옥타브 도까지 올라가는데 이제 그것도 힘들어요. 하지만 편하게 부르면서 가사가 잘 들린다고 평가받기 시작했어요. 말하듯이 노래하게 될 수 있어서 더 좋은 거죠. 또 그렇게 해서 노래 잘 부르는 것처럼 보이는 게 이득이죠. 삑사리(?) 나는 것 보다.”
이번 앨범 활동 후 임창정은 12월 콘서트, 영화 ‘치외법권’ 촬영, 필리핀 공연, 중국 공연 등 빡빡한 일정을 소화해야 한다. 모든 활동이 끝나는 내년 2월 중순쯤엔 중국영화 촬영 일정이 대기 중이다. 그는 자신을 “나도 한류”라고 평가하며 “10년 후엔 내 콘서트가 하나의 브랜드가 됐으면 좋겠다. 지금은 그걸 만들어 가는 과정”이라고 말했다.
인터뷰 내내 호탕한 웃음을 그치지 않았던 임창정. 그는 미래를 내다보며 즐거운 상상을 하고 있다. 그래서 매일 즐겁다.
“아침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