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의 성공 요인은 무엇일까. 인기있는 명배우의 등장? 명작가의 극적인 에피소드? 여러 요소가 있겠지만 드라마를 보고 안 보는 건 시청자들의 몫이다. 시청자들의 눈과 귀를 끌 수 있는건 오직 ‘공감’이다. ‘나도 저랬지...’ 라는 생각에 한 번 더 신경쓰고 보는 것이 인간의 마음이다.
드라마 ‘미생’이 직장인들의 격한 공감을 얻고 있다. 시작과 동시에 주목을 받은 ‘미생’은 윤태호 작가의 웹툰을 토대로 제작됐다. 여기에 한 예능 프로그램에서 박원순 서울시장의 추천으로 더욱 인기를 얻게 됐다. 박원순 시장은 “사회라는 거대한 바둑판에 돌을 놓아가는 여정을 다룬 대한민국 직장인을 위한 만화”라고 설명하며 추천도서인 이유를 밝힌 바 있다.
꼭 원작을 보지 않아도 드라마로만 이해가 충분히 된다. 또한 직장인이 아니더라도. 현재 우리나라의 수많은 인턴, 신입사원, 높은 직위의 임원들까지 이 드라마에 공감한다. 극 중 사실적으로 드러난 모든 업무 이야기들이 공감을 살 수 밖에 없다.
‘미생’은 매회 각 인물의 부서 이야기로 진행된다. 볼때마다 느끼는 것이지만 인물들의 몰입도는 시청자들 또한 부서에 근무하는 것처럼 만든다. 신입사원으로서 겪는 많은 고충들을 해결해 나갈 때 함께 좋아하고 환호하는 것이 그 증거다.
또한 한 가정의 아버지, 아들, 딸로 나오는 인물들의 에피소드가 연령층과 성별을 가리지 않고 주목하게 한다. 특정한 타겟이 없다는 뜻이다. 현재 직장에 다니고 있는 사원이 될 수도 있고, 취업을 원하는 취준생이 될수도 있고. 모두에게 득이 되고 공감이 되는 그런 드라마다.
한 네티즌은 “인턴 4인방이 많이 힘들어 하는데, 장그래뿐 만 아니라 다른 장백기, 한석률, 안영이에게도 많이 감정이입이 돼요. 배우분들이 연기를 잘해주시는 거겠죠. 연기가 아니라 진심이 느껴집니다”고 만족함을 드러냈다.
특히 우리가 주인공 임시완의 연기에 진심을 느끼는 이유는 그는 연기가 아닌 있는 그대로를 표현하기 때문이다. 임시완은 “진짜 내 모습이 나온다, 장그래와 내 실제 모습, 익숙하지 않은 데서 헤매는 모습이 닮아있기 때문에, 그런 걸 표현하려 노력했다”고 밝혔다.
심지어 배우들은 각자가 내 건 시청률 공약을 이행하면서 팬들에게 한발 짝 더 다가섰다. 이 또한 현 직장인들과 공감대를 얻기 위해 진행했다고 말 할 수 있는 대목이다.
‘미생’을 보고 있자면 기억나는 OST와 대사들이 귀에 맴돈다. 같은 직장인으로서 지하철을 타고 오가며 듣는 OST는 마치 나를 ‘장그래’로 빙의시킨다. 그리고 가장 먼저 회사에 도착해 하는 말. “아무도 없는 사무실에 들어서는 것이 기분이 좋다. 내가 문을 여는 느낌이기 때문이다”. 이런 명대사를 읊는다. 이처럼 우리는 ‘미생’을 일상 속으로 집어넣어 공감을 느끼고 있다.
작은 하나 하나가 모두 공감이 되는 드라마가 몇이나 있을까. 새로운 인물의 등장과 새로운 에피소드의 전개가 매주 금요일 직장인들을 기다리게 한다.
‘미생’은 바둑이 인생의 모든 것이었던 장그래가 프로입단에 실패한 후, 냉혹한 현실에 던져지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 드라마이다. 윤태호 작가는 극 중 다양한 캐릭터를 꽤 매력적으로 풀어냈다.
‘미생’이 공중파에서 방송됐더라면 이 같은 반응이 나왔을까. 반드시 존재하는 드라마 주인공들의 러브라인이 필수요소가 아니라는 것을 보여준다.
원작에도 러브라인이 없는 이유에 대해 윤태호 작가는 “드라마에서 샐러리맨을 다룰 때 항상 러브라인이 동반한다. 보통 회사 내에서 그런 극적인 연애를 경험하기란 매우 어려운 일이다. 당장은 눈앞의 보고서나 파트너 때문에 힘든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직장인들이 겪는 보편적인 상황
시청자들은 달달한 사랑 스토리를 원하는 것이 아니다. 멋지고 예쁘기만 한 배우들의 속 없는 연기. 자신들의 커리어를 채우기 위한 하나의 드라마가 아닌 시청자들과 공유하며 소통 할 수 있는 드라마여야 말로 진정한 히트작이 아닌가 드라마 ‘미생’으로서 되새겨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