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N스타 박정선 기자] “딸이 아빠 팔아먹는 거, 이거 엄청 중범죄야” 아빠를 팔아넘긴 딸. 이 얼마나 괴상망측한 발상인가.
영화 ‘아빠를 빌려드립니다’는 홍부용 작가의 동명소설을 원작으로 한 작품으로, 만년백수 아빠 태만(김상경 분)을 딸 아영(최다인 분)이 학교 아나바다 행사에 내놓은 것으로 시작한다. 이를 계기로 태만 아빠를 필요로 하는 사람들을 위한 ‘아빠 렌탈’ 사업을 시작하게 되는 유쾌하고 코믹한 스토리를 그린 작품이다.
김상경은 하는 일마다 실패하는 만년백수 남편 태만 역을, 혼자 미용실을 운영하며 가족의 생계를 책임지는 슈퍼맘 아내 지수 역에는 문정희가 출연해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가족의 모습을 선보인다.
제목 그대로 영화는 아빠를 중고장터에 내놓은 딸 아영이처럼 발칙하다. 태만 아빠는 왕따 피해 학생, 남편 없이 홀로 출산을 앞둔 미혼모, 엄마 밑에서 자라고 있는 아들 등 아버지의 손길이 절실히 필요한 사람들의 의뢰를 받기 시작했다. 이 과정에서 태만은 평소 흠모하던 홈쇼핑 쇼호스트 미연(채정안 분)의 집안일을 돕게 되면서 아빠 렌털 사업에 본격적으로 흥미를 갖게 된다.
사업이 점점 흥할수록 그의 가정에는 조금씩 불길한 분위기가 감돌았다. 그간 가족을 먹여 살린 엄마 지수(문정희 분)의 미용실이 폐업 위기에 몰리고, 딸 아영은 자신의 아빠를 친구에게 빼앗길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이 높아진다.
“쓸모없는 인간”으로 치부되던 아버지는 어느새 외도를 의심받는 남편이 되어 있었고, 아영은 자신의 친구에게 아빠노릇을 하고 있는 아빠를 되찾기 위해 자신의 보물1호인 돼지저금통까지 털어 아빠에게 돈을 내민다.
이렇듯 ‘아빠를 빌려드립니다’는 이 시대를 살아가는 아버지들의 현주소를 그려냄과 동시에, 이를 통해 진정한 가족의 행복을 일깨워준다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 사실 영화 자체에 엄청난 작품성이 돋보이거나, 배우들의 명연기가 무시
그럼에도 이 영화를 보며 함께 웃고, 웃을 수 있는 것은 잘 정돈된 틀 안에 우리네 가족의 모습을 소박하게 담아놨기 때문이다. 무작정 코믹하고 가벼울 거라 예상했던 관객들의 뒤통수를 제대로 가격한 셈이다. 오는 20일 개봉.
박정선 기자 composer_js@mkculture.com / 트위터 @mkcultu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