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N스타] CG(computer graphics/컴퓨터로 제작된 그래픽)라는 인식으로 보편화되고 있는 VFX(시각적인 특수효과, Visual FX)는 영화의 완성도에 있어서 매우 중요한 작업이다. 직접 촬영 불가능한 장면을 가능하게 하고, 제작 여건 상 실물을 사용하지 못할 경우 이를 대신하기도 한다. 뿐만 아니라 안전에 문제가 있는 장면 역시 이 기법으로 사용된다.
대중들은 영화를 보다가 어색한 장면이 눈에 띄면 “저 CG 너무 티 나는 거 아냐?”라고 콕 집어낸다. 그런데 물 흘러가 듯 자연스럽게 영화가 진행되면 “이 영화 CG 정말 자연스럽다”는 말을 꺼내는 이들은 극히 드물다. 그만큼 시각효과 팀은 ‘칭찬받기 어려운 직업’이라고 말한다.
또 한 가지 시각효과 팀에 대한 오해는 컴퓨터를 이용해 만들어지는 작업인 만큼 편히 컴퓨터 앞에 앉아서 하는 일으로 평가되는 것이다. 하지만 실제로는 시나리오를 분석부터, 현장에 동행한 후 작업을 구상하며, 촬영이 끝난 후 컴퓨터 앞에 주구장창 앉아 후반 작업에 매달린다.
↑ 사진=모팩 김성태 실장 |
지난 13일 개봉한 영화 ‘카트’의 시각효과를 담당한 모팩의 김성태 실장과의 인터뷰를 통해 영화에서 어떤 역할을 담당하고 있는지 직접 들어봤다. 모팩은 앞서 영화 ‘공동경비구역 JSA’ ‘해운대’ ‘제7광구’ 등은 물론,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 등에도 참여했다.
Q: ‘모팩 스튜디오’라는 회사를 간단히 소개 해주세요.
A: CG 업체 중에서 가장 오래 됐을 거예요. 1994년도에 설립됐고, 모팩이라는 이름으로 정식으로 시작한 게 1997년도니까요. 장성호 대표가 거의 국내 시각효과의 1세대인 셈이에요. ‘구미호’ 때부터 하셨거든요.
회사에는 영화 후반 작업 팀, VFX 팀 등 여러 가지가 있는데 저희가 주로 하는 건 GC죠. 그 안에서도 5팀 정도로 나뉘어져 있어요. 개발팀부터 3D애니메이션, 시뮬레이션, 콘셉트아트, 2D 합성 팀 등으로요.
Q: 모팩이 작업 당시 가장 중요시 여기는 부분은 무엇인가요.
A: 초기 콘셉트를 잡을 때, 크리에이티브에 관여를 많이 하려고 해요. 대표가 아이디어가 참 좋거든요. 우리 스튜디오와 작업을 하는 영화 제작자들이 대부분 대표의 아이디어 때문이라고 할 정도예요. 회사 구조가 대표, 시니어 슈퍼바이저, 그리고 저를 포함한 슈퍼바이저 4명이 있어요. 영화의 프로젝트가 나오면 이 사람들이 한 명씩 맡아서 진행하는 식이죠. 사실 국내 업계에서 기술력은 다 비슷비슷해요. 오히려 저희보다 나은 회사들도 있어요. 저희 회사만의 장점이라고 하면 처음 영화를 설계할 때부터 함께 참여해서 감독이 원하는 이미지를 파악하고, 떠오르는 구성안을 보여주는 거예요. 그걸 시발점으로 구체화를 시키는 거죠.
Q: 모든 직업이 그렇지만, 특별히 힘든 부분이 있을까요.
A: 10년 전이나 지금이나 똑같이 힘든 게 있어요. 집에 못 가는 거죠.(웃음) 저 같은 경우 현장에 주로 나가 있는데, 촬영 때부터 후반 작업할 때까지 연계해서 작업을 하거든요. 대부분의 영화가 10~15%는 계획되지 않은 샷을 찍는 경우가 있어요. 그럴 때 순발력과 경험을 필요로 하는데, 잘 안 풀릴 경우에는 집에 못 가는 거예요. 반면에 자유로울 때도 있죠. 반직장인 같달 까요?(웃음)
Q: 반대로 힘든 만큼 보람도 클 것 같은데요.
A: 보람이요? 다시는 하지 말자고 하는 작품이 반이에요.(웃음) 근데 힘든 만큼 보람도 있다는 말은 맞는 것 같아요. 대부분이 사무실 안에서 작업을 하는데, 저는 거의 현장을 많이 나가요. 안에서 일하는 사람은 저한테 힘들 거라고 하는데 오히려 전 편해요. 자유를 얻는 느낌? 옛날에는 촬영 시간이 2일에서 3일 정도도 걸렸는데 지금은 그렇지 않지만요. 오래 걸리고 힘들어도 촬영이 끝나면 피로가 싹 풀리는 기분이에요. 그리고 후반 작업에서 내가 생각한 대로, 감독이 만족한 결과가 나왔을 때만큼 보람된 일은 없죠.
↑ 사진=영화 ‘카트’ 제작 영상 |
Q: 최근에 작업한 영화 ‘카트’로 예를 들어 주세요. 어떤 장면에 CG가 들어갔나요.
A; ‘카트’는 다른 영화에 비해서 간단명료한 편이었어요. 마트 노동자들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어서 대형마트를 섭외하려고 했는데 절대 안 되죠. 결국 세트로 가기로 했는데, 말이 쉽지 그 넓은 세트를 어떻게 만들겠어요. 그나마 미술 팀에서 실제 마트의 반 정도 크기로 마들어줬어요. 저희는 그 세트를 두 배 크기로 키웠고요.
마트의 외부 풍경도 장소 섭외가 안돼서 용인의 산 속에 있는 공장에 시각효과를 사용해서 만들었어요. 내외부 연장을 하는 것이 거의 전부였죠. 크게 어려운 건 없었는데 실사에 가깝게 만들려고 노력을 많이 했어요.
Q: 배우들이 마지막 ‘물대포 신’을 찍는데 정말 어려웠다고 하소연하더라고요. 그 물대포에도 CG가 섞여 있다고 하던데요.
A: 맞아요. 특수효과 팀에서 물대포를 가져왔는데 물이 졸졸졸 나오더라고요. 실제로 배우들이 물을 맞아가면서 촬영을 했는데, 그 자체로도 사람이 맞으면 무척 아픈 세기였어요. 근데 영화에서는 조금 더 극적으로 보여야 하니까 감독님이 더 센 물줄기를 원하신 거죠. 촬영 스케줄 상 다시 찍을 순 없고 CG로 처리했죠. 모든 걸 CG로 하는 건 힘들고 인천 아쿠아리움에서 소스를 만들고 작업을 했어요. 꽤 많은 비용을 들였어요.
Q: 시각효과라는 것이 보이지 않는 손이잖아요. ‘카트’의 경우에도 시각효과가 들어갔나 싶을 정도였는데, 그럴 때 아쉬움이 남나요?
A: 아뇨. 오히려 저희 입장에서는 티가 안 나는 것이 더 좋죠.(웃음) 그만큼 자연스럽게 됐다는 거니까요. CG 티가 나서 잘 된 영화는 하나도 못 봤어요. 현실 가능성이 없는 것들은 ‘아! CG구나’하는 것들도 있을 테지만, 그것들조차 현실처럼 보이게 하는 것이 우리의 일이니까요. CG는 억지로 붙이려고 하면 안 돼요. 대부분 한국 영화는 시간이 없어서 촬영 때 대충 넘어가는 경우가 있는데, 그런 경우 후반에 CG로 처리하면 꼭 문제가 생기죠.
Q: 앞으로 꼭 해보고 싶은 장르가 있나요?
A: 웃을 수도 있지만 사람이 참 이상하죠. 초반에 작업에 합류했다가 제작사와의 문제로 다른 업체에 넘어가는 경우가 있어요. 다른 곳도 우리와 상황은 마찬가지니까 ‘가봤자 똑같을 텐데’라고 생각했다가도 개봉하고 영화를 봤는데 재미있더라고요. CG도 괜찮고요. 그런 거 보고 ‘아! 저거 내가 했어야 하는 건데’라고 후회를 하기도 하죠.
꼭 ‘이런 작품을 하고 싶어’라기 보다는 재미있는 작품을 해보고 싶어요. ‘카트 같은 경우에도 현장에서 몸이 힘든 것도 있었지만 감독과 후반 작업에서 소통도 잘 됐고, 무엇보다 영화 내용이 좋아서 그런지 배우들과의 호흡도 좋았어요. 그런 작품들은 끝나고 나면 또 생각나죠. 함께 작업하는 사람들끼리 소통이 잘 되는 영화에 참여하고 싶어요.
Q: 마지막으로 우리나라 업계에서 개선됐으면 하는 부분은요?
A: 우리나라는 촬영하고 후반작업 분량을 보고 개봉일을 정하는 게 아니에요. 개봉일은 미리 정해두고 그 시간에 후반작업을 맞춰야 하는 거예요. 할리우드는 후반 작업이 끝난 후에 개봉시기를 정하거든요. 국내 같은 경우에는 작품의 질이 조금 떨어져도 그냥 개봉하는 셈이에요. 영화 내용이 좋고, 드라마과 괜찮
최준용 기자, 박정선 기자, 여수정 기자 composer_js@mkculture.com / 트위터 @mkcultu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