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N스타 이다원 기자] 이 시대가 원하는 진정한 리더는 어떤 사람일까. 사건사고가 유난히도 많았던 2014년 ‘리더’란 단어가 화두로 떠오른 건 자연스러운 일이었다. 이에 대해 SBS 월화드라마 ‘비밀의 문’이 해답을 제시했다. “국가에 어려운 일이 닥쳤을 때 도망가는 군주와 지도층이 많다. 난 그런 사람이 되고 싶지 않다”는 세자 이선(이제훈 분)의 예리한 한마디는 보는 이의 마음을 울컥하게 했다.
10일 오후 방송된 ‘비밀의 문’에서는 청나라 사신과 외교 신경전을 벌이면서도 국익과 백성의 안전을 살피는 이선의 고뇌가 그려져 극적 재미를 더했다.
이선은 이날 영조(한석규 분)가 청나라 사신을 설득하면 대리청정을 수렴하겠다는 위험한 제안을 받아들였다. 물론 왕위에 오르고자 하는 권력욕 때문이 아니었다. 억울하게 당한 백성을 긍휼히 여겨 민심을 살피기 위한 행동이었다.
이선은 이를 탐탁지 않게 여기는 아내 혜경궁 홍씨(박은빈 분)를 설득하는 장면에서도 우리가 원하는 참된 리더상을 보였다. 그는 혜경궁 홍씨가 “이토록 복귀하지 않으셔도 때가 되면 보위에 오를 테니 그때 원한을 풀면 안 되는 거냐”고 하자 “그대로 느긋하게 기다리기엔 내가 본 세상이 너무 많다”고 선을 그었다. 이어 “나 아니면 안 된다는 생각은 없다. 그러나 나라도 나서지 않으면 안 된다면 피하지 말아야 한다는 게 내 생각”이라고 아내를 설득했다. 백성을 굽어 살피기 위한 리더의 고뇌가 엿보였다.
↑ 사진=SBS 방송 캡처 |
또한 국가에 의해 억울한 누명을 쓰고 아비를 잃은 서지담(윤소희 분)의 키다리 아저씨 역을 자처하면서 “참된 군주 아래 사는 백성이 되고 싶다는 저 아이를 지키지 못해 안쓰러웠다. 또한 저 아이가 안쓰러운 것보다 무력한 나 자신과 마주 서야 하는 상황이 더욱 두렵다”며 군주로서 괴로움을 표현하기도 했다.
이선의 대사들은 세월호, 판교 사건 등 굵직한 사건으로 시국이 얼어붙은 이 시점에 울림을 주는 메시지였다. 일종의 권위 의식으로 변질될 수 있는 ‘내가 아니면 안 된다’는 마인드 대신 희생과 배려 정신이 녹아있는 ‘나라도 나서지 않으면 안 된다면 피하지 말자’는 생각으로 나라를 지키려는 그에게서 우리에게 필요한 리더는 어떤 사람인지 윤곽이 보였다. 백성을 자식처럼 사랑
저조한 시청률에 묻히기엔 아쉬운 메시지다. 24부작 중 총 8회만이 남은 ‘비밀의 문’이 제대로 된 리더에 대해 갈증을 느끼고 있는 시청자에게 앞으로 한 걸음 더 다가갈 수 있을지 행보가 주목된다.
이다원 기자 edaone@mkculture.com / 트위터 @mkcultu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