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가움에서 따뜻함으로 변화.’ 부성애와 우주에 관련한 소재로 인해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은 달라 보인다. ‘인셉션’과 ‘다크나이트’ 시리즈 등과는 다른 감성의 변화가 주목된다. 영화 ‘인터스텔라’에서 풍기는 분위기다.
‘인터스텔라’는 가까운 미래 극심한 식량난에 처한 지구인들이 희망을 찾아 우주로 가는 이야기를 그린 작품. 감독의 놀라운 연출력과 상상력, 과학이론을 접목한 이야기는 관객의 눈길을 사로잡는다. 여기에 우주인과 아버지로서 고뇌하는 쿠퍼를 연기한 맥커너히의 모습이 인상적이다. 차가우면서도 따뜻하다.
놀란 감독은 10일 오후 중국 상해의 페닌슐라 호텔에서 열린 아시아 매체 대상의 ‘인터스텔라’ 공식 기자회견에서 “차가운 우주와 따뜻한 인간 감성의 극명한 대비에 대해 말하고 싶었다”고 밝혔다. 조금은 다르게 보이려고 의도했다는 의미다. 그러면서 “대의를 위해 책임감을 가지고 희생하고 책임감 대해 생각해보게 하는 영화”라고 강조했다.
놀란 감독의 의도는 관객의 관심을 받고 흥행 중이다. 지난 6일 한국에서 개봉한 영화는 벌써 200만 관객을 돌파했다. 그는 한국 내 흥행 소식을 전하자 좋아했다. 흥행 이유에 대해서는 “굉장하니까”(Fantastic)라고 말해 눈길을 끌었다. 그는 “한국 관객들이 내 영화에 충성도도 있고, 또 과학적 소견이 있어 인기가 있는 것 같다”며 “정말 고맙고 기분 좋다”고 기뻐했다. 이날 기자회견에 함께한 이 영화의 제작자이자 놀란 감독의 부인인 엠마 토마스도 한국에서의 흥행 소식에 깜짝 놀라며 즐거워했다.
어려운 과학 용어가 등장해 어렵기도 하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제임스 본드’ 영화를 볼 때 관객은 폭탄이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몰라도 영화 즐기는데 어려움은 없다”며 “그것과 마찬가지로 ‘인터스텔라’를 즐기고 공감대를 형성하는 데 문제는 없다”고 강조했다.
35mm 필름 카메라를 이용해 작업을 고집하는 이유에 대해서도 밝혔다. 놀란 감독은 “35mm를 비롯해 65mm 필름도 사용해 작업을 한다. 그 이유는 이미지, 해상도 같은 것이 디지털보다 훨씬 더 좋아서 그렇다”며 “더 좋은 영상이 나올 수 있는 방법이 나오기 전 까지는 아마도 이러한 작업을 계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다른 궁금증 하나. 그의 영화에는 아내가 죽은 남자가 주인공이다. 제작자이자 예쁜 아내와 함께 작업하는데 왜 그런 설정을 할까. 놀란 감독은 “아내에게는 미안하다”고 웃으며 “오해하지 말았으면 한다. 아무리 장르는 다양하더라도 아주 드라마틱한, 극한 상황에 빠진 주인공으로 전개시키자는 공통점이 있는 것일뿐”이라고 강조했다.
극 중 등장하는 로봇 타스와 케이스에 대해서는 “스탠리 큐브릭 영화 ‘2001년 스페이스 오디세이’의 무의식적 오마주”라면서도 “로봇을 통해 가능한 가장 간단한 모습으로, 고도의 지능을 나타낼 수 있는 디자인을 표현하고 싶었다”고 덧붙였다.
jeigun@mk.co.kr/사진 워너브라더스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