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N스타 금빛나·손진아 기자] 2014년 방송가는 ‘농촌’과 사랑에 빠졌다. 농촌을 소재로 한 드라마와 예능 프로그램 등이 연달아 등장하면서 새로운 트렌드를 만들어 나가고 있는 것이다.
늘 바쁘게 돌아가는 도시와 달리 유독 높아 보이는 파란 하늘과 가을만 되면 풍성한 황금빛으로 물드는 곡식들, 급하게 달려가기 보다는 느긋하게 돌아갈 줄 아는 농촌의 전경은 보는 이들의 마음마저 여유롭게 만드는 듯하다. 보는 이들의 마음마저 느긋하게 만들어주는 농촌의 마력 때문일까. 농촌을 소재로 하는 예능과 드라마가 하나 둘 씩 전파를 차며 부흥을 꿈꾸고 있다.
농촌 소재 프로그램의 가장 큰 장점은 편안함 속에 웃음이 숨어있다는 것이다. 인구의 90%이상이 도시에서 산다는 대한민국 속 높은 빌딩 없이 자연과 어우러지는 풍경은 꾸밈없는 순박함으로 시청자들을 유혹한다. 나이든 이들에게는 추억을 젊은 세대들에게는 그들이 모르는 시골의 생활을 다뤄주니 방송가에서는 눈길이 절로 갈 수밖에 없다.
◇ 드라마, 농촌과 사랑을 나누다
도시화가 한창 이뤄졌던 80년대, 농촌을 떠나 도시로 간 사람들이 궁금해 할 농촌의 실정과 향수를 자극했던 ‘전원일기’는 농촌에 대한 관심을 이끄는 역할을 톡톡히 했다. 이후 방송 된 농촌 소재 드라마 KBS1 ‘대추나무 사랑걸렸네’나 ‘산 너머 남촌’ 등은 내용과 형식은 다를지 몰라도, 지금은 흔하게 보기 힘든 대가족에 가부장적인 가족상, 그리고 이웃 간의 교류 등 농촌 속의 사람들의 삶을 표현하며 ‘전원일기‘의 명맥을 이어나갔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고 농촌을 경험한 세대들이 줄어들수록 이를 다룬 콘텐츠가 주는 재미와 감동 역시 반감됐고, 이에 따라 자연스럽게 농촌을 배경으로 하는 콘텐츠들은 자연스럽게 줄어드는 듯했다. 도시처녀의 농촌 극복기인 드라마 ‘포도밭 그 사나이’(2006년)가 귀농에 대해 다루며 반짝 관심을 모았지만, 이후에도 ‘농촌’은 드라마에서 즐겨 찾는 소재와는 거리가 멀었다.
이 같은 현상은 2014년이 되면서 달라지기 시작한다. 농촌이 방송계 새로운 트랜드로 떠오른 것이다. ‘포도밭 그 사나이’로 젊어진 농촌 소재 드라마들은, 시간이 지날수록 귀농과, 한층 젊어진 현대 농촌의 풍경을 담으며 눈길을 끌고 있다. 이 같은 모습은 현재 방송 중인 SBS 주말드라마 ‘모던 파머’에서 확인할 수 있다.
음악 제작비를 벌기 위해 록그룹 엑설런트 소울즈의 멤버 이민기(이홍기 분), 유한철(이시언 분), 강혁(박민우 분), 한기준(곽동연 분)이 일시 귀농해 배추농사를 짓는 다는 설정의 ‘모던 파머’는 그 곳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코믹하게 그리며 재미를, 그리고 농촌 생활이 주는 치유와 성장의 과정을 보여주며 안방극장의 사랑을 받고 있다.
지난 1일 종영된 tvN ‘황금거탑’ 역시 농촌을 배경으로 하는 드라마다. ‘황금거탑’은 서울 남자 이용주(이용주 분)가 영농대출금 1억 원을 노리고 거탑마을에 위장전입 하지만 끊임없이 이어지는 사건사고 속에 마을의 일원으로 녹아들게 되는 일련의 이야기를 다루는 드라마다.
이촌향도나 지역 경제 활성화 등 농촌이 당면한 문제들을 극에 자연스럽게 녹여냈다는 평을 받았던 ‘황금거탑’은 최종훈(최종훈 분), 이용주(이용주 분), 김호창(김호창 분), 송재우(김재우 분)을 통해 농촌의 20~40대 청년들의 모습을, 샘 오취리, 구잘 등 외국인 출연자를 통해 다문화 사회에 접어든 농촌 구성원의 풍경을 담았다.
KBS1 일요일 아침드라마 ‘산 너머 남촌에는2’은 구멍가게 외에 읍내에 버스를 타고 나가야 하는 ‘과거형 농촌드라마’에 차별화를 하여 30대 중반의 젊은 부부를 중심으로 이어나가는 현재 시점의 농촌드라마를 추구하는 작품이다. 농촌에 뿌리내리고 사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기본으로 하면서 도시에서 농촌으로, 외국에서 농촌으로 온 다양한 사람들이 하나 되는 이야기로 안방극장의 꾸준한 사랑을 받고 있다.
◇ 농촌에 빠진 예능
대표적인 예로 KBS2 ‘청춘불패’가 있으며, MBC ‘무한도전’ 등 여러 프로그램에서 출연자들이 농촌으로 떠나 밭이나 진흙에서 뒹굴고 적응해나가는 모습을 보이며 시청자들의 웃음보를 자극했다.
그러나 2014년에는 농촌을 소재로 한 예능 프로그램의 포맷이 조금 달라졌다. 예능 트렌드 중 하나로 자리 잡았던 ‘리얼리티’와 농촌이 만나면서 좀 더 인간미 넘치는 장면을 선사했고, 이는 시청자와 농촌의 거리를 좁힐 수 있는 좋은 기회로도 작용했다.
MBC ‘사남일녀’는 남자 출연자 4명과 여자 출연자 1명이 한 가족이 되어 시골집을 방문해 농촌생활을 경험하며 색다른 재미를 제공했다. 서로 잘 알지 못했던 사람들이 한 가족을 이루어 티격태격하다가도 알콩달콩하는 모습이 신선하게 다가오기도 했지만, 시골에 살고 계시는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직접 출연해 따뜻한 시골의 정을 나누며 마냥 가볍지만은 않은 웃음과 감동을 선사했다.
tvN ‘섬마을 쌤’은 샘 해밍턴을 포함한 외국인 연예인 4명이 분교 초등학생들에게 방과 후 원어민 교사로 생활하는 모습을 공개했던 예능 프로그램이다. 도시 생활도 아직 어색할 수 있는 외국인을 모아 어렵게 느껴질 수도 있을 법한 농촌 생활과 그들의 장점을 활용해 농촌 생활에 적응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며 시청자들의 감동과 동심까지 유발시키는 착한 예능프로그램으로 안착했다.
tvN ‘삼촌로망스’ 역시 농촌 생활이 생소한 연예인들을 모아 그들의 적응기를 리얼하게 보여줘 시청자들의 호기심을 자극했다. 4명의 초보 농사꾼들이 농촌 생활에 적응하는 과정에서 어설프지만 순수한 면과 진지한 모습까지 모두 보여주며 무공해 매력을 드러냈다.
‘국민 예능’인 KBS2 ‘1박2일’은 최근 트렌드에 맞춰 농촌을 활용하면서 시청자들의 호평을 자아낸 바 있다. 한 시골 마을로 떠난 멤버들이 할머니와 짝을 이뤄 농사일을 하기도 하고 할머니와 노래방 기계 반주에 맞춰 춤을 추며 노래하고 재래시장에 들러 시장만의 매력을 전달하는 등 할머니, 할아버지와 정을 나누는 모습을 통해 안방극장에 힐링을 선사했다.
최근 인기를 끌고 있는 tvN ‘삼시세끼’도 농촌을 적극 활용한 대표적인 농촌 예능 프로그램이다. ‘삼시세끼’는 도시에서 쉽게 해결할 수 있는 한 끼 때우기를 낯설고 한적한 시골에서 가장 어렵게 한 끼 때우기에 나선 모습을 통해 생활의 중심인 식사를 하기 위한 과정부터 음식을 먹는 모습까지 자연스러운 일상을 담아냈다. 특히 웃음 유발을 위해 의도적으로 웃음 포인트를 담는다던가, 의도적으로 교훈을 담아내기 보다는 소소한 웃음이지만 농촌 생활 안에서 현대인들에게 던질 수 있는 다양한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다.
<관련 기사> [M+기획…‘TV 속 농촌’②] 지금은 귀농시대’…TV는 왜 농촌으로 갔을까
<관련 기사> [M+기획…‘TV 속 농촌’③] 웃음·재미 위해 변질되고 있는 프로그램들
금빛나 기자 shinebitna917@mkculture.com / 손진아 기자 jinaaa@mkculture.com / 트위터 @mkcultu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