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들의 공감을 받으며 호평을 받고 있는 tvN 금토드라마 ‘미생’ 속 직장의 모습은 어디까지 진짜일까. 드라마는 주인공들의 직장 생활을 주제로 현실에서 일어날 법한 무역 회사의 에피소드를 다룬다. 특히 신입사원 장그래의 처지를 깊이 공감하며 브라운관을 잡고 눈물을 흘리는 실제 사회 초년생들이 있을 터. 이에 종합 상사와 무역 영업 파트에 근무하는 신입사원들을 모아 드라마의 실제성에 대해 대담을 나눠봤다.
<참석자>
- M군(27) : 중견 케미컬 제품 무역회사 영업팀. 간신히 1년을 채우고 위태위태한 2년차에 돌입
- J양(26) : 의류 종합 상사 영업지원팀. 2년차가 된 직장인이지만 고단한 회사 일에 매일 일탈을 꿈꾸고 있음
- S양(27) : S그룹 해외영업 파트. 3년만 찍으면 그만두겠다고 말했으나 지난 달로 근속 3년 달성. 영어, 스페인어를 동시 구사하는 현실 속 ‘안영이’
- H양(24) : 무역회사 해외영업팀. 아직 6개월 차의 병아리 신입.
[MBN스타 유지혜 기자] ‘미생’의 주인공들에 열정만큼은 뒤처지지 않는 영업 4인방. 이들은 영업사원에 꼭 필요한 것으로 ‘뻔뻔함’을 꼽았다.
특히 영업 4인방은 종합 상사 속 장그래(임시완 분)의 생존율을 높게 점쳤다. 드라마가 전하는 것처럼 직장 생활은 외국어로만 판결이 나지 않는다는 이유에서다. 이제 회사에 적응하기 시작한 신입사원들은 과연 어떤 것을 필살기로 뽑는지 물었다.
↑ 사진 제공=공식 폼페이지 |
H: “안영이(강소라 분)가 직접 가슴뽕과 ‘엉뽕’을 입고 바이어와 접견하는 장면을 보면서 ‘역시 영업사원들은 자신감이 생명’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늘 당당한 안영이를 닮고 싶다는 생각이 간절하더라고요. 전 초짜라 그런지 아직 그런 자신감이 부족해요.”
M; “나도 그건 동감이야. 늘 선배들이 ‘영업에게 자신감 빼면 시체’라고 귀에 못이 박히도록 얘기하셨는데, 직접 현장을 뛰어보니까 그 말이 무슨 의미인지 십분 이해가 가더라고. 그리고 사람 관계도 엄청 중요하지. 정보가 경쟁력인 시대잖아. 한석율(변요한 분)을 보면서 ‘태생이 영업인이네’라는 생각이 들 정도더라. 우리 선배도 한석율 같은 친구가 탐날 것 같다고 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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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펙 부족자’ 향한 은근한 무시, 아직도 있다
J: “그런데 어떤 친구가 ‘미생’을 보고 우리 회사에도 스펙 부족한 애들 무시 하냐고 물어보더라. 아직도 그런 문화가 있냐면서. 너희들 회사에는 그런 거 있어?”
S: “있지. 소위 ‘SKY’ 대학이나 해외대 출신이 아닌 동기들이 이런 소외감 같은 걸 많이 느낄 거야. 이런 ‘은근한 무시’는 상하관계가 아니라 오히려 동기들에서 빈번히 일어나거든. 첫 환영회를 마치고 각 부서에 투입될 때만 해도 동기들 사이에 그런 건 없어.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그 친구, 지방대 출신이더라’하는 얘기들이 암암리에 돌아. 그러면서 은근한 따돌림이 시작되지. 하지만 결코 대놓고 하진 않아. 그게 더 무서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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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 “사실 요즘 ‘지방대’, ‘인서울’ 이런 게 무슨 의미가 있나 싶어요. 스펙도 마찬가지고요. 갈수록 제가 쌓은 모든 스펙들이 ‘보여주기 식’이라는 생각이 들어 괴리감이 들어요. 오징어젓갈을 뒤집으며 ‘우리가 이러려고 대학 나왔냐’고 투덜거리는 드라마 속 신입 사원들의 말에 공감하는 건 왜일까요.”
◇한줄 총평
J: “그 어떤 직장인 드라마보다 현실감이 높은 드라마로 인정. 특히, 나 같은 종합 상사 영업팀에게는 더욱 더.”
H: “안영이는 롤 모델, 실제 생활은 장그래, 꿈의 상사는 오상식, 진짜 상사는 정 과장(정희태 분). 아무리 싱크로율이 높다지만 ‘미생’은 결국 직장인의 판타지 드라마였다.”
M: “충분히 있을 법한 이야기. 살아남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장그래와 신입들을 보고 있으면 너무 씁쓸해서 외면하고 싶을 정도다.”
S: “인턴 끝나면 다 된 줄 알았고, 2년 지나면 끝일 줄 알았지만, 10년차 팀장님도 팀장 달면 끝인 줄 알았다더라. 그게 바로 ‘미생’ 아니겠나.”
유지혜 기자 yjh0304@mkculture.com / 트위터 @mkcultu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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