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기를 정말 하고 싶을 때 ‘마마’가 왔다.”
배우 송윤아(41)는 MBC 주말 드라마 ‘마마’의 한승희로 살았던 지난 4개월을 돌이키며 이같이 말했다.
6년 만이다. 그의 얼굴엔 웃음이 가득했다. 여유로운 미소에서 지난 공백기의 무게감은 찾을 수 없었다. 다만 ‘한승희’의 애잔함은 그대로였다. 아들 한그루(윤채영)에게 상처도 주고, 사랑도 줬다. 서지은(문정희)과 ‘워맨스(우먼Woman과 로맨스Romance의 합성어, 여자들의 우정을 의미)’라는 신조어를 유행시키며 시청자들에게 눈물을 안겼다.
송윤아는 23일 서울 압구정의 한 일식당에서 연기와 작품에 얽힌 그간의 이야기를 털어놨다.
그는 “올해 초부터 좋은 작품을 만나 돌아오고 싶었다. 막연한 목표 중 하나였는데 ‘마마’를 만났다”며 “출연을 결정했을 때까지도 이렇게 좋은 작품일지 몰랐다. 기대 이상이다. 감사하다”고 말했다.
‘마마’는 평균시청률 17.7%로 막을 내렸다. 수치보다 중요한 것은 ‘송윤아’라는 배우가 던진 ‘엄마’라는 존재의 의미다. 오랜만의 복귀작이 시한부 인생을 사는 엄마다. 쉽지 않았을 터. 스스로에 대한 확신이 부족했고 감정 소비도 심했다.
그는 ‘엄마’ 역할에 대해 “세상의 어떤 아이에게든 아픔을 주고 고통을 주는 사람이 가장 나쁘다고 생각한다. 용서할 수 없다”며 “내 아이도 벌써 5살이다. 아이를 키우는 문제는 늘 어렵다. 끊임없는 고민이 있는데 내 마음대로 되지 않는다”고 푸념했다.
하지만 “미혼이고, 아이가 없는 배우라고 해서 엄마 역을 못하는 것은 아닐테다”며 “현실에서 진짜 엄마이기 때문에 더 잘 할 것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았다. 다만 마음 속 엄마의 마음을 느끼려고 노력했다”고 말했다.
극 중 인물을 이해하더라도 연기 기교에 대한 고민이 찾아온다는 게 그의 말. 송윤아는 “방송가의 변화는 워낙 빠르다. 공백기가 있었기 때문에 연기로 보여줘야 할 부분이 모자랄까봐 걱정했다”면서도 “극 중 한승희가 표현해야 하는 감정이 매신마다 이어졌다. 다른 짓을 할 수조차 없었다”고 회상했다.
그는 “일상을 웃으며 지내다가 다시 한승희로 분하는 것은 쉽지 않았다. 늘 감정을 유지해야 했다. 감정이 어렵다기 보다, ‘이 역할을 소화할 수 있을까’라는 본질적인 두려움은 있었다”고 설명했다.
훌륭한 동료 배우들이 있었기에 송윤아도 버틸 수 있었다. 가장 큰 버팀목은 배우 정준호다. 20여 년의 내공으로 중심축 역할을 했다.
배우 문정희와는 둘도 없는 친구가 됐다. 아역 윤찬영은 자신의 아들이 친형처럼 따른다.
송윤아는 “특희 문정희가 없었다면 한승희도 없었을 것”이라며 “나중에는 촬영장에 정희가 없으면 내가 불안할 정도였다. 자기 촬영분이 아님에도 곁에 있어준 정희에게 감사하다”고 전했다.
두 사람은 ‘워맨스’라는 신조어를 유행어로 만들었다. 이른바 ‘케미’가 좋았다. 최고의 파트너였다. 물론 탄탄한 연기력이 뒷받침됐다. 송윤아는 “연기를 잘하는 배우는 스스로도 알 것이다. 정희는 자신을 알고 나를 더 돋보이게 만들어줬다”고 문정희를 칭찬했다.
그는 또 “요즘 아역은 연기를 못하는 친구가 없다. 하지만 찬영이는 조금 달랐다. 연기에 기교적인 훈련이 전혀 없었다”며 “교과서적인 느낌이 없는 게 장점이다. 그래서 선배 배우들이 표현하는 대로 아이가 모든 것을 받아들이지 않았을까”라며 대견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
모든 배우에게 ‘마마’는 힘든 작품이었다. “미니시리즈보다 더 강행군”이었다고 한다. 기존 드라마에서는 세트 녹화에 한나절을 소요했다면, 이번에는 24시간을 촬영했다. 스태프 사이에 우스갯소리로 ‘이런 드라마인지 알았으면 안 했다’는 얘기가 나올 정도. 배우진, 스태프진 모두 고생한 만큼 상 욕심을 낼 법도 하다.
송윤아는 하지만 “연기자가 상을 받기 위해 연기를 하는 것은 아니다”고 잘라 말했다. 이어 “나도 사람이기 때문에 인정받아서 상을 받으면 감사하다. 하지만 계속해서 대상이 언급되는 것은 부담스럽다. 나 외에 잘하는 분이 많기 때문에 부담스럽다”고 덧붙였다.
다만 꼭 받고 싶은 상이 하나 있다. 그는 “문정희 씨와 베스트 커플상을 받고 싶다”며 웃었다.
송윤아는 가장 기억에 남는 대사를 꼽으며 “내가 하고 싶었던 말”이라고 강조했다. 극중 도희(전수경)가 한승희에 대해 이상한 소문을 퍼뜨리며 궁지에 몰았을 때, 송윤아는 이렇게 외쳤다. “이 세상 그 누구도 남의 인생에 대해 평가할 자격 없다.” 그는 “작가님이 날 위해 그 대사를 써줬다고 생각했다”고도 했다.
이 외에도 강렬한 인상을 남긴 장면은 무수히 많다. 본인도 손에 꼽
송윤아는 “과거 작품들 중에도 평이 좋았던 것이 많다. 그런데 ‘이 드라마를 보게 해줘서 감사하다’라는 말을 처음 들어봤다. 그 자체가 감동이었다. 그런 작품에 내가 함께 할 수 있었던 것에 감사하다”고 소감을 전하며 말을 맺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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