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인에게 가족사(家族史)는 민감한 주제다. 비단 연예인이 아닌 누구라도, 본인의 사적인 이야기가 불특정 다수의 입에 오르내리는 일은 유쾌하지 않을 일이다. 그것도 가족의 이야기라면 말할 것도 없다.
배우 차승원(44)이 이 가족사로 연예계 ‘뜨거운 감자’가 됐다. 아들 차노아 군의 친부임을 주장한 한 남성이 차승원 부부를 상대로 명예훼손 소송을 제기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지면서다.
이 남성은 차승원이 노아 군의 친부가 아니면서 친부라고 거짓말을 해 자신의 명예를 훼손했다며 1억원 상당의 피해보상을 청구했다. (결론적으로 소는 취하됐지만 이는 올 한 해 연예가를 수놓은 다수의 법적 다툼 중에서도 가장 황당한 소송으로 회자될 만 한 일이다.)
불과 1년 전, 아들 노아 군의 불미스러운 사건으로 한 차례 뭇매를 맞은 그가 다시 한번 가족사로 도마 위에 오르게 된 것. 하지만 차승원은 소속사를 통해 담담하면서도 당당하게, 자신의 입장을 전했다.
22년 전 결혼 당시, 부인과 이혼한 전 남편 사이에 태어난 세 살배기 아들(노아)도 함께 한 가족이 됐다는 것. 소속사는 “차승원은 노아를 마음으로 낳은 자신의 아들이라 굳게 믿고 있으며 지금도 그때의 선택을 후회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전해왔다”면서 “이번 기사로 인해 가족들이 받게 될 상처에 대해 매우 마음 아파하고 있다. 앞으로 어떤 어려움이 닥치더라도 끝까지 가족을 지켜나갈 것임을 전해왔다”고 밝혔다.
20년도 훌쩍 지난 이제와서 소송을 제기했다는 것 자체가 비상식적인 일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지만, 고소인에게 책잡힌 ‘꼬투리’는 지금은 절판된, 그 문제의 에세이였다. “노아를 위한 작은 거짓말”이었다던 차승원 부부의 입장은 충분히 이해가 되지만, 유감스럽게도 그 또한 이들 부부가 감수해야 할 몫이기도 하다.
다만, 제3자 입장에서 그 가족사 자체보다 이렇게 된 상황 자체가 안타까운 건 사실이다.
굳이 공개적으로 언급할 이유 없는 가족 이야기가 처절하게 난도질 당했음에도 당사자(차승원)는 짐짓 “괜찮다” 한다. (기사를 통해 다시 한 번 언급하게 돼 못내 미안하지만) 어처구니없는 피소 건은 다행히도 고소인의 소 취하로 마무리 됐고, 이제 마음을 추스르는 일만 남았다.
100% 괜찮진 않겠지만 괜찮아져야 하고, 분명 차승원과 그의 가족이라면 괜찮아 질 일이다.
20대 초반, 비교적 젊은 나이에 연상의 여인과 결혼에 골인한 차승원은 활발한 작품 활동을 해온 가운데서도 화목하게 가정을 꾸려온 애처가이자 멋진 아빠였다. 이따금씩 인터뷰를 통해 가족에 대한 질문이 오고갈 때도 특유의 너털웃음으로 화답하며 어떤 ‘티’를 내지 않는, 그야말로 ‘상남자’였다.
그런 그에게 특별한 이야기가 숨어 있을 거라곤 누구도 예상치 못했을 것이다.
아직 아이를 낳아본 적이 없는 기자로선 부모의 마음을 오롯이 이해할 수 없지만, 특별하면서도 특별하지 않은 부모로 20여 년을 살아온 그의 심중은 누구라도 쉽게 이해는 커녕, 짐작도 할 수 없을 터다. 때문에 차승원을 ‘차보살’이라 칭하며 온갖 찬사를 보내는 네티즌들도 일견 이해는 간다.
하지만 지금의 쏟아지는 찬사가 어쩌면 ‘인간 차승원’, 나아가 ‘배우 차승원’에게도 부담스러운 무게일 수 있다. 이젠 대중도 그를 그저 예전처럼, 있는 그대로 봐주는 편이 더 좋지 않을까 싶다. 지금 그와 그의 가족에게 필요한 건 따뜻한 무관심이다.
바람잘 날 없는 연예계라지만 유난히 잦은 사건사고로 싸늘했던 2014년 가을, 선선해진 바람과 함께 그렇게 차승원의 이야기도 흘러갈 것이다. 홀가분하게, 그들은 그냥 지금까지 살아오던 모습 그대로 앞으로도 살아가면 될 일이다.
살다 보면 이런 저런 일을 다 만나게 되겠지만, 그래도 적어도 차승원과 그의 가족이 이번과 같은 외적인 풍파는 겪지 않기를 기원한다.
언젠가 다시 마주할 ‘배우’ 차승원의 한층 깊어진 눈빛과 미소, 그리고 연기에 대한 기대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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