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N스타 박다영 인턴기자] 올해 한국영화 중심에는 배우 조진웅이 있었다. 개봉이 곧 홍보였던 ‘끝까지 간다’, 조선판 서부액션을 흥미롭게 그린 ‘군도:민란의 시대’, 흥행역사를 새롭게 쓴 ‘명량’까지 그는 각 작품 속에서 극명한 캐릭터로 빛나는 존재감을 드러냈다.
조진웅이 보여준 캐릭터는 다양함을 넘어서 특별함을 지녔다. 지난 5월 개봉했던 ‘끝까지 간다’에서 그는 자신만의 악인을 만들어냈다. 덩치에서 주는 압도감, 절제가 공존한 악(惡), 저음에서 비롯된 공포감을 지닌 형사 박창민으로 분해 영화에서 흔히 접하는 악인이 아닌 특별한 악인을 창조했다.
“몇 대 맞아주니까 자신감 막 생기고 그러지?” 새로운 악을 보여주는 창민의 대사다.
↑ 사진=끝까지 간다 스틸 |
반적악의 묘미를 보여준 대목이며 그의 캐릭터를 분명히 한 대사다. 무조건 주먹부터 휘두르는 악당이 아닌 상대에게 숨 쉴 수 있는 시간을 주는 신선한 악당을 표현했다. 이는 영화 후반까지 이어지는 창민의 반전매력이 집약된 장면이며 악의 끝을 보여줄 수 있는 원동력이 됐다.
‘끝까지 간다’ 개봉 후, 조진웅은 평단의 극찬을 이끌어냈다. 그는 창민을 소화하며 캐릭터에 신선함을 불어넣었고 작품의 큰 테두리와 맞물리는 앙상블을 만들었다. 소리 소문 없이 시작한 영화는 입소문을 타고 손익분기점을 훨씬 넘기는 관객 수(344만)를 기록하며 그의 새로운 매력을 충분히 알렸다. 악인 캐릭터의 여운이 채 사라지기도 전에 그는 ‘군도’에서 선비 이태기로 분해 또 다른 인물을 소화했다.
조선시대 선비 태기는 차별로 인해 급제에 실패하고 선비의 신분을 뒤로한 채 혁명세력, 지리산 추설에 가담해 탐관오리들이 판치는 세상에 의적신분으로 도전장을 내민다. 조진웅은 영화 개봉 전 언론시사회에서 “태기는 구라를 푸는 능력, 말 자체가 가장 흥미로운 무기다”라고 전한바 있다.
언변을 자랑하는 추설의 지략가를 그려낸 그는 다른 캐릭터보다는 특별함이 있다. 각자 무력으로 무장한 주무기가 확실하게 있는 추설 단원들과는 달리 그는 모든 것을 입 하나로 평정했다. 평생을 글공부에 매진한 양반 출신인 그는 무기라고는 수려한 입놀림이 전부로, 말빨 하나로 추설에서 큰 역할을 해낸다.
↑ 사진=군도 포스터, 명량 스틸 |
‘명량’에서 그는 왜군 장수 와키자카로 분해 이순신(최민식 분)의 뛰어난 능력과 장군으로서의 인품 자체를 존경하면서도 두려워하는 인물을 연기했다.
와키자카는 “이순신은 내가 가장 죽이고 싶은 자이며 가장 싫어하는 자이고 내가 가장 저주하는 자이지만, 가장 술을 함께 나누고 싶은 자이며, 가장 좋아하는 자이고, 가장 만나고 싶은 자이다”라며 이순신에 대한 극과 극의 마음을 드러냈다.
이순신에 대한 와키자카의 이중적 잣대는 이순신이란 이름을 더 힘 있게 만들었다. 와키자카가 있어 이순신은 더 빛을 발할 수 있었고 위엄은 한 층 높아졌다. 관객이 바랐던 점을 와키자카가 극명하게 드러나게 해준 것이다. 이순신을 두려워하지 않는 자, 구루지마(류승룡 분)와의 대립 또한 탁월하게 풀어냈다. 이순신을 대하는 마음자체가 구루지마와는 천지차이인 와키자카는 구루지마의 독기를 최고조으로 끌어올리며 극의 긴장감을 불어넣었다.
조진웅의 와키자카 캐릭터는 구루지마에게 가려질 수도 있었으나 그의 발군의 연기는 구루지마와 이순신의 적대적 관계를 실감나게 만들어주면서 한국 영화의 기록을 다시 쓰는 업적에 일조했다. ‘명량’은 지난 26일 기준 1600만을 넘기며 기록에 기록을 뛰어넘는 흥행가도를 달리고 있다.
그의 영화행보는 여기서 끝나지 않
박다영 인턴기자 dy1109@mkculture / 트위터 @mkcultu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