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경제 스타투데이 진현철 기자]
조성목은 선천성 조로증으로 여든 살의 신체 나이가 된 아이 아름 역할을 맡아 눈에 띄는 연기를 한다. 이야기 전체를 이끌어가는 중요한 힘이다. 연기 경험이 거의 없는 아이에게 중요한 역할을 맡긴 건, 이재용 감독의 자신감이 보이는 대목이다.
마음은 16세 소년이지만, 얼굴에는 80세의 나이테가 둘러진 아름이. 죽음을 앞둔 이 꼬마는 엄마 미라(송혜교)와 아빠 대수(강동원)를 울리고 웃기는 동시에, 관객으로부터도 같은 반응을 이끌어 낸다. 부모보다 더 어른스러워 보이는 아이에게 매료되는 관객, 꽤 있을 것 같다. 밝고 씩씩한 모습이 기분 좋게 하다가도, 이 아이가 처한 현실이 안쓰럽게 느껴지게 한다.
톱스타 강동원과 송혜교의 조합도 나름 신선하다. 청춘 남녀 스타가 아빠·엄마를 연기하는 게 상상이 안 됐지만, 어색할 것 같은 부조화를 나름대로 잘 풀어간다. 강동원은 철부지 같은 면이 있지만 아이를 위해서라면 무엇이든 할 것 같은 아빠로, 송혜교는 겉모습은 약해 보이지만 속은 강한 엄마로 새로운 모습을 보여준다. 특히 강동원은 소녀시대를 보고 눈에 하트가 그려지고 입꼬리고 올라가는 등 아이보다 더 아이 같은 아빠 캐릭터를 통해 관객을 웃음 짓게 한다.
17세 때 사고를 치고 덜컥 아이를 가진 두 사람의 과거가 나오니 교복을 입은 모습을 보는 재미도 있다. 서른 살을 훌쩍 넘긴 배우들의 교복 패션이라니, 송혜교가 짚은대로 주름이 보이긴 하지만 그래도 꽤 어울린다. 앞머리를 바가지를 대고 자른 듯한 강동원의 헤어스타일에 마음이 콩닥거리는 여성도 여럿 있겠다. 아, 후반부 과거 회상 장면에서 계곡에서 수영하는 강동원의 반쯤 벗은 몸을 보고 상상의 나래를 펼치는 팬들이 더 많으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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