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장님 한국에서 비가비 상설공연을 하게 되면 조명만큼은 신경 쓰시지 않게 할 자신 있습니다.”
유독 정이 많은 전라도 남자 신영길 조명감독님은 비가비의 프린지 페스티벌 공연 기간 중 이 말을 가장 많이 했다. 조명감독으로써 모든 정성을 다해도 이곳 극장이 워낙 기본적인 조명 시설뿐이라 원하는 효과를 내지 못했기에 아쉬움이 남는다며 아직 시작하지도 않은 서울 공연의 조명 플랜에 대해 이야기한다.
조명과 무대시설이 따로 없는 거리공연이라 무대감독님과 조명감독님은 참여하지 않고 개인적인 시간을 보내도 되는데 두 분은 모든 거리공연에 한번도 빠짐없이 참석하여 비가비 배우들과 함께 비를 맞고 응원해주셨다. 항상 무대 뒤편에서 든든한 지원을 해주는 분들답게 앞으로 나서지 않지만 모두를 바라보는 눈에는 한없는 애틋함이 묻어난다.
이제 이틀 뒤 17일이면 거리공연에 이어 극장공연도 마무리된다. 하루하루 늘어가는 관객들을 바라보며 일주일만 더 시간이 있어도 프린지에 비가비의 이름이 떠르르하게 퍼질거라는 아쉬움을 뒤로 남겨두어야 한다. 그러나 이 아쉬움들이 한국에서 준비하는 우리의 공연을 더욱 빛나게 해주리라 믿는다.
↑ 거리공연 후 기념촬영 |
다행히 마지막 공연인 오늘은 비가 내리지 않았다. 마지막 공연을 기념하기 위해 본팀이 10분짜리 거리공연을 먼저 하고 코러스가 다음 공연을 하기로 했다. 중간에는 김동명 실장님이 관객참여의 일환으로 3명의 관객들을 뽑아 즉석에서 태권도를 가르쳐주고 준비해 간 선물을 주기도 했다. 이렇게 구성된 비가비 거리공연의 종합선물세트에 풀음 이양주 대표님은 야외용 스피커와 마이크를 선물로 빌려오셨다. 원래 스피커 없이 진행하던 야외공연에 극장공연처럼 배경음악이 나오니 분위기가 한결 상승하여 로열마일에 있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비가비를 보기 위해 모여들어 겹겹이 둘러싸 극장공연에서만 볼 수 있었던 북베틀과 일렬북을 보며 감탄했다. 마지막 너무도 화려한 격파에서는 송판이 깨질 때마다 감탄사를 연발하며 환호했다.
↑ 거리공연을 마치고 관객과 함께 |
마지막 피날레를 장식한 거리공연의 주인공인 6명의 비가비 코러스들은 마지막 공연에 모든 아쉬움을 불사르기로 작정한듯 놀라운 공연을 보여주었다. 특히 극 중 재미요소로 마릴린 먼로의 하얀색 치마를 입고 여장을 하여 상대편의 남자들을 미모로 물리치는 배역을 맡았던 영준이는 그 동안 보여주었던 어색하고 쑥스러운 연기에서 완전히 벗어나 모든 관객들에게 커다란 웃음을 주는 근육질의 마릴린 먼로를 완벽하게 연기하여 큰 박수를 받았다.
↑ 비가비 마지막 거리공연 |
마지막이라는 단어는 언제나 아쉬움을 남긴다. 그러나 음악도, 공연도, 인생도 여운이 있어야 더욱 아름답게 완성되듯 이 아쉬움은 우리들을 완성시켜 세상에 우뚝 서게 만들 것이라 확신한다.
↑ 아쉬움을 남기고 정리하는 중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