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람들로 북적이는 로열마일 |
비가비 첫 공연을 마치고 남몰래 안도의 숨을 내쉬고 있는 나에게 김동명 실장님이 10파운드짜리 지폐 한 장을 건네준다. 비가비 기념티셔츠 판매 수익이다. 첫 날 판매한 티셔츠는 모두 17장이었다. 한 장에 10파운드씩 판매했으니 꽤 큰 돈이다. 첫 공연의 성공도 자축할 겸 그 돈으로 기분 좋게 맥주 한잔씩을 마셨다.
1600장의 송판, 16대의 북과 북대, 의상, 가야금까지 공연을 위해 챙겨야 할 소품들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혹여 오버차지가 생길까 화물 무게를 세 번씩 체크해가며 포장했다. 기념티셔츠를 가져가 판매하겠다고 했을 때 관객이 얼마나 올지도 모르는데 괜한 짓을 한다며 타박을 줬었다.
공연팀의 가난한 살림을 4년 넘게 꾸려낸다는 것은 보통 일이 아니다. 연습 때는 단원들의 식비를 아끼기 위해 직접 해서 먹인다. 실장님의 요리 실력은 주부인 나보다 월등하다. 그러나 무작정 아끼는 것만이 능사는 아닐 것이다. 우리가 사랑하는 공연을 마음껏 펼칠 수 있기 위해서는 자체적으로 경제 능력을 길러야 한다. 공연을 마칠 때마다 목청껏 소리 질러 기념티를 판매하는 실장님의 탄탄한 두 어깨가 믿음직스럽다.
↑ 조앤 K 롤링이 해리포터를 쓴 카페 |
[MBN스타] 조앤 K 롤링이 해리포터를 본격적으로 쓰기 시작했다는 카페에 갔다. 20분 가까이 줄을 서고 있었음에도 자리를 얻기가 어려워 아쉽지만 문 앞에서 사진만 찍고 왔다. 스코틀랜드 가정식을 맛있게 한다는 식당을 소개받아 가서도 30분을 넘게 기다려 간신히 음식 맛을 볼 수 있었다. 길거리 피자집도, 기념품 가게도 문전성시를 이룬다. 지금 에딘버러는 가는 곳마다 사람들로 넘쳐난다.
숙박시설도 마찬가지다. 에딘버러 시내의 숙박시설은 우리에겐 엄두도 못낼 만큼 비쌀 뿐 아니라 20명이 넘는 단원들이 한 숙소에서 머물 방도 남아있지 않다. 그래서 우리는 에딘버러 시내까지 기차를 타고 오가야하는 머셀버러에 숙소를 얻었다. 그렇지만 이 많은 단원들이 한 사람당 4파운드 정도 하는 기차표를 매일 사야하니 이 또한 만만치 않다.
↑ 프린지페스티벌 기념품 가방 |
프린지 페스티벌은 이곳 사람들에게 황금알을 낳는 거위와 같다. 특히 에딘버러 곳곳에 있는 수많은 극장들은 8월 한달 동안 일년치 대관수익의 대부분을 올린다고 한다. 평소에는 이곳의 극장들도 우리나라 극장과 마찬가지로 보통 하루에 한 개의 공연을 진행한다. 하지만 프린지 페스티벌 기간 동안에는 아침부터 저녁까지 거의 1시간 단위로 공연이 올라간다. 비가비를 공연하고 있는 어쿠스틱뮤지센터는 현재 7개의 공연이 하루에 진행되고 있다. 시비뉴34라는 공연장에는 한국의 하땅세라는 극단과 노리안 마로라는 극단이 7월30일부터 8월24일까지 같은 기간 동안 공연을 올린다. 어셈블리에서는 아침 10시30분부터 저녁 12시까지 무려 100개가 넘는 공연이 진행된다. 영화관도 아니고 공연을 아침 10시30분에 보는 관객들이 있다는 것은 일반적인 상식으로는 이해하기 어려운 일이지만 이곳 프린지에서는 당연한 일이다.
↑ 길거리의 골목노점상 |
매년 2000개 이상의 공연팀들이 전 세계에서 에딘버러로 몰려드니 이곳은 사람으로 북적거릴 수밖에 없다. 올 해는 작년보다 더 많은 약 3000개의 공연팀이 왔다고 한다. 프린지에 참가하는 팀들은 에딘버러에서 지원해주지 않는다. 즉 참가팀들은 숙식과 교통비 그리고 대관비 등을 각자 부담해야 하고 그 비용은 고스란히 이곳의 수익이 되는 것이다. 그러나 에딘버러 프린지에서 진짜 수익으로 여기는 것은 공연팀들이 지불하는 숙식비 등의 푼돈이 아니다. 수천개 공연팀들의 개성 넘치는 공연과 자유로움을 느끼기 위해 전 세계에서 몰려드는 관광객들이야말로 알짜배기 수익처이다.
↑ 거리화가도 문전성시 |
거리홍보나 거리공연 때 배낭을 짊어지고 우비를 입고 있는 사람들의 열명 중 아홉명은 관광객들이다. 프랑스, 미국, 뉴질랜드, 일본과 중국인들까지 정말 다양한 나라에서 항공료가 가장 비싸다는 최성수기임에도 불구하고 아름다운 도시 에딘버러와 프린지 페스티벌의 활기참을 만끽하기 위해 모여든다.
↑ 뉴질랜드 청년 인터뷰 |
↑ 프랑스에서 온 관광객 인터뷰 |
프랑스에서 왔다는 귀여운 아가씨들은 도착하자마자 공연을 고르기 위해 로열마일을 들렸다고 한다. 호텔비가 비싸 오래 머물 수는 없지만 그 동안 최대한 많은 공연을 볼 계획이라고 했다. 코미디 장르의 공연을 좋아한다는 뉴질랜드 청년은 프린지에 두 번째로 온 것이라고 했다. 비가비 거리공연을 보고 극장까지 찾아 온 중국 분들은 가족여행 중이었다. 아이의 방학기간 중 유럽여행을 하고 있는데 영국에서는 런던과 에딘버러 두 곳을 방문했다고 한다. 런던보다는 에딘버러가 훨씬 즐겁다며 다시 영국에 올 기회가 있다면 이번처럼 프린지 페스티벌 기간 동안 일정을 잡고 더 오래 머물고 싶다고 했다.
↑ 재미있는 복장의 관광 해설자 |
번쩍이는 조명을 단
성상희 단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