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경제 스타투데이 진현철 기자]
장은아는 "이민정씨는 대단한 분이시니 그런 느낌이 난다고 봐주신다는 것 자체가 고마운 말이긴 하지만…"이라면서도 부끄러운 듯 손사래 쳤다. "다양한 느낌이 난다고 봐주시는 분이 많다"는 매니저의 말에 웃는 그에게서 또 다른 여배우의 얼굴이 스쳐 지나갔다. 묘한 매력을 폴폴 풍긴다.
'회사원'으로 짧지만 강렬한 인상을 남긴 장은아는 2년 후 자신의 이름을 타이틀롤로 옮겨 놓았다. 지난달 31일 개봉한 영화 '피해자들'(감독 노진수)의 여주인공이다. 자신이 안고 있는 트라우마의 고통을 각각 다른 방식으로 표현하는 두 남녀의 이야기를 다룬 이 영화에서 알듯 모를듯한 표정과 눈빛으로 인간의 이중성을 보여준 장은아. 아직 신인인 그에게도 다양한 모습이 존재함을 제대로 보여줬다.
장은아는 "사실 가은(자신이 맡은 여주인공)이 처음에는 이해가 되지 않았다"고 털어놓았다. 감독과 많은 이야기를 해야 했고, 여러 가지 영화도 참고해야 했다. 2번이나 출연 제의를 거절할 만큼, 쉽지 않은 내용과 복잡한 내면의 인물이 등장하는 영화였다. 특히 마지막 장면은 인상 깊을 수밖에 없다.
"'퍼제션'이라는 오래전 영화가 있는데요. 이자벨 아자니가 악마와 베드신을 찍죠. 천사처럼 웃다가 천천히 악마로 변하더라고요. 그런 연기를 보여주고 싶었는데 제가 아직 부족한 것 같아 아쉽긴 해요. 극 중 도경(류태준)을 침대에서 제압해야 하는 것도 있는데 그 신도 어려웠어요. 그 신에서 '세이사쿠의 아내'가 떠올랐는데요, 예전에 이 영화를 안 봤으면 '피해자들'처럼 세고 어려운 영화에 도전하고 싶은 마음은 없었을 것 같아요. '세이사쿠의 아내'를 봤던 기억이 있으니 이 작품을 하고 싶더라고요."(웃음)
장은아가 이번 영화에 참여하며 느낀 건 "나 진짜 연기 좋아하는구나"였다. "꽤 힘든 작업이라서 제주도 여행을 갔는데, 제가 이 작품에 참여한 걸 좋아하고 있더라고요. 사실 28살이면 고민이 많은 나이잖아요. 이미 연기 그만두고 시집간 언니들도 꽤 있는데 '나는 이 일을 좋아하는구나, 계속 해야겠구나' 했어요. 배우가 좋은 점은 나이를 먹어도 나이 든 역할을 할 수 있는 거잖아요. 초조하고 불안한 상황을 가정해 보면 흔들릴 때가 없다고 하면 거짓말일 거예요. 하지만 전 이 일을 정말 좋아해요. 더 욕심이 많아졌어요."
주인공 역할의 좋은 점에 대해 알게 된 것도 좋다. 단순히 돈을 많이 받거나, 얼굴이 많이 나오기 때문이 아니다. 자신의 연기력을 제대로 평가받을 수 있다는 생각 때문이다. "조연이나 단역은 한 방향으로밖에 카메라를 못 받잖아요. 하지만 주인공은 그 인물을 완성하기 위해 이쪽에서, 저쪽에서, 또 다른 쪽에서 여러 번을 찍더라고요. 그래야지 입체적인 인물이 나올 수 있는 게 맞는 것 같아요. 연기에 대해 연구할 거리도 많아서 정말 행복했어요."
영화 '군도: 민란의 시대'와 '명량' 등 한국 대작을 비롯해 외화 '드래곤 길들이기2',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혹성탈출: 반격의 서막' 등이 상영관을 차지하고 있어 개봉관을 얼마 확보하지 못한 건 무척 아쉽다. 불법이니 안 된다는 걸 알면서도 "불법 다운로드라도 해줬으면…" 하는 마음이다. "극장에 걸리지 않으면 관객 대부분이 이런 영화가 있는지 잘 모르시니까요. 개봉관이 적으니 IPTV로라도 많이 봐 주셨으면 좋겠어요. 배우들은 얼굴이라도 나오는데, 스태프들은 고생만 하고 인정을 못 받는 것 같아 그건 더 안타까워요."
jeigun@mk.co.kr/사진 강영국 기자